불확실성 커진 증권사들...CFD도 벅찬데 거래대금까지 뚝뚝
CFD 충당금 수천억 규모...증권사, 장·단기 영향 불가피 5월 국내 주식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 전월 대비 31% ↓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증권사들이 올해 1분기 호실적을 달성했음에도 CFD(차액결제거래) 충당금 우려와 시장 위축 등에 고심하고 있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5곳(한국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의 올 1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1조5872억원으로 전분기 2384억원 대비 566% 증가했다.
주식 시장 호황에 따른 거래대금 증가와, 금리 안정화 영향으로 운용 수익이 증가하면서 호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키움증권 같은 경우에는 일평균 거래대금 증가 수혜로 1분기 영업이익 3889억원을 기록해 업계 1위를 기록했다.
다만, 올 2분기부터는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SG증권 폭락사태 후폭풍으로 CFD 충당금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주식시장의 열기 또한 식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증권사들이 이번 SG증권 사태로 떠안게 된 CFD 미수채권의 총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별 미수채권 규모와 충당금 적립 시기는 다를 수 있지만, 향후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13개 증권사의 CFD 거래잔액은 총 2조7679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약 19% 증가했다. 증권사별로는 교보증권(6180억원), 키움증권(5576억원) 등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 중에서는 적극적인 해명을 통해 CFD 우려와 선을 긋는 곳도 나타났다. 3446억원의 CFD 잔액을 기록한 메리츠증권은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미수채권 규모가 10억원 미만이라고 강조했고, 교보증권도 리스크 관리로 CFD 손실은 극히 적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CFD 영향으로 증권사들이 장·단기적으로 모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리테일 비중이 큰 키움증권 등 증권사들의 타격이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번 사태로 증권사들이 직면하는 위험은 CFD 관련 고객채권 미회수에 따른 실적저하 가능성이다"라며 "정확한 손실금은 고객 회수율 등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회수가 어려운 증권사는 대손 부담이 커질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만약 사태가 증권사 신뢰도에 영향을 줄 경우 중장기적으로 실적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며 "리테일 사업비중이 높을수록 고객기반은 경쟁지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향후 고객 이탈 여부 등에 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FD 관련 영향이 증권사별로 차별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변수라면, 최근 포착되고 있는 거래대금 감소는 증권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6일까지 국내 주식시장 일평균 거래대금 18조1480억원으로 전월 26조4100억원 대비 31.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12조5910억원에서 8조9900억원으로 28.6% 감소했고, 코스닥도 13조8150억원에서 9조1560억원으로 33.7% 줄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 2분기에는 다양한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1분기보다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지금까지 시장 상황에 따라 증권사들의 실적 흐름이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면, 2분기부터는 증권사들마다 실적 차별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