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영업익 전년 대비 36.4%↓...IB 65% 급감
증시 호황 효과 미미..."부동산PF·CFD 영향 없다"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올 1분기 대부분의 주요 증권사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해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메리츠증권은 웃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을 견인했던 IB 사업의 수익이 감소했고, 증시 호황에 따른 수혜도 타 증권사 대비 미미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증권사 영업이익 1위를 기록했던 메리츠증권은 올 1분기 5위권 밖으로 추락했다. 증권사들의 IB 업황이 개선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메리츠증권의 향후 실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올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239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3770억원 대비 36.4% 감소한 실적이다.
1분기 매출은 14조6233억원을 기록해 전년 10조8235억원 대비 약 35%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1998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9.2% 줄었다. 전분기 대비로는 당기순이익이 17.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0.9% 부진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 등에 따른 신규딜 감소로 IB 부문에서 실적 감소가 불가피했다"며 "지난해 1분기 최대 실적과 비교해서는 수익이 줄었지만, 평 분기와 비교해서는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고 말했다.
실제 사업 부문별 실적을 보면 IB 사업부 부진이 뼈아팠다. IB 사업부는 올 1분기 35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5.3% 감소했다. 리테일 사업부의 순이익도 1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84.3% 줄었다.
반면 S&T 사업부는 77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3.4% 증가했다.
지난해 레고랜드발 사태로 대부분 증권사들의 IB 사업부가 타격을 받은 가운데, 메리츠증권은 리스크 관리를 바탕으로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역량을 뽐내며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시장에서는 우량딜이 메리츠증권을 중심으로 몰리면서 지속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올 1분기부터 신규딜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가 시작되면서 당초 예상과는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올 1분기 수익 부문별 실적을 보면, 수수료 이익이 10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이자 이익 역시 전년 대비 약 27% 감소했고, 대출채권평가 및 처분 이익도 약 120억원 적자가 확대됐다.
특히, 파생상품평가 및 거래 이익은 지난해 1분기 2567억원에서 올해 1288억원에 그치며 반토막났다. 반면, 금융상품평가 및 처분 이익은 약 469억원 적자를 줄였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리츠증권의 감익 원인은 올 1분기 신규딜 감소에 따른 기업금융 수수료 이익 감소와 지난해 기저효과다"라며 "부동산PF 관련 충당금 적립 역시 1분기에 112억원 가량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 하락에 힘입어 트레이딩 사업은 양호했으나, 리테일 익스포져가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주식시장 호황에 따른 브로커리지 수수료 개선 효과는 여타 증권사 대비 적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메리츠증권은 시장의 또 하나의 우려였던 부동산PF 부실 우려와 CFD(차액결제거래) 충당금과 관련해서는 회사에 영향이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5일 일련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PF 구조상 상당 부분이 선순위 대출이기 때문에 시장의 우려는 과도한 수준이다"라며 "CFD 잔액이 3000억원이 넘는 것은 맞지만,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진행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영향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