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원 목돈 만드는 청년도약계좌 '중도해지 방지' 묘안찾기 고심
예·적금 담보로 대출받고 만기 원금으로 상환 방식 유력 이자 부담에 추가책 마련 절실…'반짝 인기' 그칠까 우려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정부·금융당국이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인 '청년도약계좌'가 출시를 앞두고 큰 숙제에 직면해 있다.
가입자의 중도해지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고민하는 모습인데, 예금(납입금)담보대출이 대안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3월 관계 기관과 예금담보대출을 비롯한 방안을 협의하겠다고도 했다.
예금담보대출은 자신의 예·적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으로 급전이 필요한 차주가 주로 사용한다. 업계에선 예금담보대출 도입을 통해 실제 청년도약계좌 가입자의 이탈을 막을 수 있을지 관심사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정부·금융당국이 예금담보대출 방식에 주목하는 이유는 차주가 예·적금 만기를 깨지 않고 필요한 돈을 낮은 금리에 빌리는게 가능해서다. 예금담보대출 금리는 담보가 되는 예·적금의 금리에 은행마다 연 1.0~1.3%의 금리를 붙여 산정한다.
통상 3~4%대 금리로, 인터넷으로 신청할 경우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은행도 있다. 한도는 예·적금 잔액의 95%며, 만기일시상환하는 방식이다. 만기를 앞둔 차주의 입장에선 예·적금을 중도해지하면 약정했을 때보다 이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기대한 수준의 이자를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예·적금을 담보로 대출을 먼저 실행하고, 만기가 도래했을 때 원금으로 대출을 갚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약속한 원금의 이자는 이자대로 받고, 대출 실행부터 만기까지 해당하는 대출이자만 내면 되는 셈이다.
신용이나 주택담보대출보다 신청방법이 쉽고,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도 대출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득이다"라고 부연했다.
따라서 정부·금융당국은 청년도약계좌 가입자가 이탈하지 않고 만기까지 유지하도록 지원하는데 예금담보대출 방식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예·적금을 깨는 이유가 대출 상환 때문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청년도약계좌는 일정수준의 개인·가구소득을 충족하는 만 19~34세 청년이 5년간 매월 7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는 정책금융상품으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다. 가입자가 5년 동안 다달이 70만원씩 적금하면 기여금을 더해 5000만원가량의 목돈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가입자의 개인소득 수준, 납입금액에 따라 정부는 기여금을 지원하고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는데, 중도해지할 경우 이것이 제외된다. 또한 정책금융상품의 지속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도 숙제다. 보통 정책금융상품은 한 정부가 끝나면 가입자가 급격히 감소하는 흑역사를 되풀이한다.
정부가 만들었다는 '컨벤션 효과'가 사라지면서 인기가 급격히 시들어지는 것이다. 전임 문재인 정부의 청년희망적금도 지난해 출시 이후 불과 1년 만에 약 30만명의 가입자가 줄었다. 현 정부·금융당국도 이를 막기 위해 '계좌를 깨는 이유'에 주목하는 와중에 예·적금을 담보로 한 급전 대출 도입을 고려할 수 밖에 상황이다.
그러나 예금담보대출만으로 가입자 이탈을 막기엔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차주의 이자 부담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33%로, 전월 말(0.36%)과 비교해 0.03%포인트 낮아졌지만, 전년도 같은 달(0.22%)에 비해선 0.11%포인트 올랐다.
특히 가계대출 연체율은 1년 만에 0.14%포인트 치솟았다. 1년이 넘는 금리인상기의 여파로 대출금리 자체가 높아졌고, 차주의 상환여력은 반대로 줄면서 이자부담 자체가 높아졌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예·적금을 해지해 대출을 상환하는 행태가 이어질 수 있다. 정부·금융당국이 현재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또 대출을 상환하는 데는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다. 갚아야 할 금액이 예금담보대출 한도보다 클 때 차주가 예금담보대출을 선택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예·적금을 해지하는 선택을 하는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
은행 예금담보대출의 한도가 잔액의 95% 수준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대출 가능액 자체가 차주에겐 적을 수 있다는 의미다.
청년도약계좌가 다음달 출시를 앞두고 있고, 예금담보대출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하지만 변수에 대한 추가 대책도 필요해보이는 부분이다. 그러나 속도는 더딘 모습이다. 금융위는 중도해지 방지책을 비롯해 취급기관 결정, 금리수준 등을 논의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결정된 게 없다고 답했다.
또한 주목해볼 곳은 금융위가 지난달 청년도약계좌와 관련 '청년 자산형성 정책 평가 및 개선방향' 정책연구용역을 냈다는 점이다. 여기엔 '가입자 중도해지 방지 지원 방안'도 포함돼 있다. 공고의 마감일은 이달 11일이었다.
금융위는 낙찰자를 결정한 이후 10일 이내 계약할 예정이며, 과업의 기간은 '계약일로부터 4개월간'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 계획대로라면 6월부터 당장 신청을 받아야 하는데, 중도해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9월에야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청년도약계좌는 현재 5년간 매월 최대 70만원을 내는 것이 청년들의 소비·상환여력과 동떨어져 있고, 3년간 고정금리라 금리경쟁력이 비교적 떨어진다는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이를 타개할 대안도 발표가 늦어질 것으로 점쳐지면서 '엇박자 지적'이 나올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