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9~34세, 매월 70만원·5년 납입 시 "만기 때 5000만원"
적금금리, 대출금리보다 높아…"역마진 우려되나 고려 안돼"
고부담이나 당국 기조 따라갈 뿐…최종금리 진통 계속될 것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청년도약계좌의 출시가 임박했지만 최종금리를 둘러싼 막판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청년 자산형성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지만, 적금상품의 금리가 신용·주택담보대출보다 높은 6~6.5%에 달하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선 역마진을 우려하고 있다.
또 지난 8일 1차 금리 공시 이후 우대금리 조건이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은행들은 기본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 조건을 완화하는 논의를 다시 하고 있다.
정부·금융당국이 기본·우대금리를 조정해줄 것을 요청한게 논의의 배경인데 일각에서는 역대 정부들이 정책금융상품을 내놓을 때마다 가중됐던 부담이 재현되고 있다는 한숨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는 15일 출시될 예정이다. 청년도약계좌는 일정수준의 개인·가구소득을 충족하는 만 19~34세 청년이 5년간 매월 7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는 상품으로 가입자가 5년간 매월 70만원을 적립하면 정부 기여금이 더해져 5000만원을 만들 수 있는 구조다. 이자소득에 대해선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우선 15~23일까지 가입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이때는 출생연도에 따라 5부제로 가입할 수 있는데, 다음달부터는 매월 2주간 신청 기간을 운영할 방침이다. 8일 청년도약계좌를 운영하는 국내 11개 은행(농협·신한·우리·하나·기업·국민·대구·부산·광주·전북·경남)이 1차 금리를 공시한 바 있다.
은행 11곳 중 기업은행의 기본금리가 4.5%로 가장 높았고 타 은행들은 모두 3.5%였다. 여기에 소득 우대금리(0.5%), 은행별 우대금리(1.5~2.0%)가 더해지면서 청년도약계좌 가입자들은 6~6.5%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신용카드를 일정 수준 사용해야 하는 등 우대금리 조건이 까다롭다는데서 진통이 시작됐다.
논란이 이어지자 청년도약계좌 최종금리의 공시 일정이 12일에서 14일로 미뤄졌고, 5대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 기본금리를 4%로 높이고 우대금리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또한 다른 은행들도 기본금리를 상향하는데 동참할 것으로 감지됐다. 한 관계자는 "많은 은행들이 참여·운영하는터라, 어느 은행에서 금리를 올린다면 다른 쪽에서도 따라갈 것. 결국 '눈치보기' 아닌가"라고 했다.
우대금리 조건 외에도 청년도약계좌 금리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은행들은 청년에게 높은 금리의 적금 상품을 제공해 자산형성을 돕겠다는 목적엔 공감하지만, 6%를 웃도는 금리에 고객이 몰린다면 '팔수록 손실'이 커질 수도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현재 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5% 수준으로 신용도 등 우대조건에 따라선 4%대 금리도 찾아볼 수 있다. 청년도약계좌 금리(6~6.5% 수준)가 더 높은 상황. 은행으로선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적금 이자가 대출로 받는 이자보다 커질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청년도약계좌 출시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정책금융상품이 나올 때 업계가 받는 실제 부담은 적지 않았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되풀이 되고 있다"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유사한 이야기를 내놨다.
이 관계자는 "6%라는 금리는 대출로 받기에도 높은 수준. 이런 고금리를 적금의 금리로 주라고 하니, 은행 입장에서는 과도한 요구는 맞다"라며 "하지만 현재는 금리가 높은지, 낮은지 논할 단계는 아닌 듯 싶다. 정책의 기조가 그러하니 은행들은 그저 따라가고 있는 것일 뿐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최종금리가 발표되는 순간까지 개별 은행들은 금리를 쉽게 정하지 못할 것이다"라며 "내부적으로는 낮추고 싶겠지만, 금리를 높이자는 기조를 이길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금리 발표 전까지 진통은 계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이자가 비싸다며 대출금리 담합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정부가 이번엔 적금금리 담합을 압박하는 모양새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한편,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청년도약계좌 협약식·간담회에서 청년도약계좌에 힘을 실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정부는 역대 최초로 청년정책을 상위 20대 국정과제에 포함했으며, 그 중 하나로 청년도약계좌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은행들이 여러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으나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것은 가장 의미있는 사회공헌의 하나라고 생각한다"라며 "청년도약계좌의 안착을 위해 끝까지 관심과 노력을 부탁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