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코로나19가 갈라놓은 與野의 재생에너지 정책
이재명, “탈석탄·감원전·재생에너지와 35조 추경” 요구 김기현, “탈원전, 태양광 마피아, 추경 중독” 맹폭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에너지정책에 대한 여야의 인식차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신재생 선도론을 펼치며 35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요구했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을 '태양광 마피아'라고 몰아세우며 추경 중독을 경고했다.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여야간 에너지 인식차의 근저엔 코로나19 전후로 달라진 재정정책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깔려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전날 이 대표에 이어 2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등장한 김 대표는 민주당을 맹폭했다. 김 대표는 “탈원전, 태양광 마피아, 세금 폭탄, 흥청망청 나라살림 탕진이 바로 민생 포기, 경제 포기”라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김 대표의 발언은 전날 이 대표의 발언과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이 대표는 에너지정책의 전면적 전환을 촉구하며 신재생에너지시대를 이끌 에너지고속도로인 전국적인 지능형 송배전망의 대규모 건설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에너지고속도로의 명분을 한국 기업과 경제의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를 30% 이상 확보해야한다는 논리에서 찾고 있다. 그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상호보완을 말하면서도, 탈석탄·감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우며 재생에너지 35조 원 규모의 추경을 요구했다. 여기엔 RE100 대비 등 재생에너지 인프라 등을 위한 4조4000억 원의 예산이 포함돼 있다.
민주당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원모델은 ‘에너지전환’을 내세우며 막대한 재정을 투입한 독일에 근거를 뒀다. 정부의 재정확대 모델은 경기를 부양할 때 효과가 있지만, 시장에 풀린 돈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경우 세수확대나 징수율 제고, 긴축재정을 통해 다시 거둬들여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효율성 증대를 강요받거나 구조조정의 고통을 겪는다.
민주당의 재정확대 정책은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선 적절한 정책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2022년 산업부 소관 세입예산안 부분 중 에너지 및 자원사업특별회계 예산은 꾸준히 증가했다. 2020년 결산이 5조5264억 원, 2021년 본예산 5조4714억 원, 2022년 예산안이 5조5298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금융지원 6590억 원, 보급지원 214억 원으로 합쳐 9804억 원이었다.
신재생에너지의 사업기간은 편차가 있지만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제도에 참여하는 태양광판매사업자의 경우 최대 20년까지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중소규모 사업자들에게 견디는 힘이 됐다. 충남, 경남, 호남에 널리 퍼져 있지만, 특히 산업기반이 취약한 호남지역에서 신재생에너지는 새로운 수익원으로 각광받았다.
이러한 상황을 윤석열 정권은 놔두지 않았다. 일단 2023년 예산안에서 신재생에너지 관련 금융과 보급지원 예산을 6643억 원으로 대폭 줄였다.
국민의힘이 경북 구미, 경남 창원을 중심으로 한 기계공업단지에 근거를 뒀기 때문에 정치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되며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이 소임을 다했기 때문에 취한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즉, 시장에 풀린 돈을 국고로 되돌려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기 위해 더 이상의 추경편성을 거부하고 대규모 적자를 노정한 공기업에게 자구노력을 빌미로 긴축재정을 요구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김 대표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정부 1년 예산이 200조 원이나 늘었다”며 “건국 이후 70년, 문재인 정권 전까지 쌓은 국가채무가 660조 원 규모였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겨우 5년 동안에 국가채무가 무려 400조 원 넘게 늘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를 ‘문재인 정권의 무책임’으로 돌렸지만 사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견디기 위한 묘책이었고, 그 기간 어느 정권이든 쓸 수 밖에 없는 재정확대 정책으로 볼 수 있다.
반대로 윤석열 정부가 진행하고 있다는 ‘13년만의 예산 긴축’은 국난 극복을 위해 나라 곳간을 열어 푼 돈을 다시 거둬들이는 작업으로 이또한 어느 정권이든 재정확대 정책 이후 취할 수 밖에 없는 정책이다.
김 대표는 “재정준칙을 도입해 ▲전쟁, 대규모 재해, 경기 침체 등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고 ▲국가채무비율이 GDP 대비 60%를 넘는 경우엔 적자 비율을 2%이내로 축소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어 그는 “추경 중독도 끊어야하며 복지정책 기조도 족집게식 맞춤형 복지로 리모델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을 등에 업고, 국회의 다수의석인 야당을 강대강으로 맞부딪치고 있지만, 여야간 입장 차이의 배경엔 코로나19의 엔데믹으로의 전환과 이에 따른 정부 재정정책의 변화가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