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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순익' 보험사, 분위기 차분…사회공헌 압박 부담

상반기 순이익 8조 넘는 호실적...3분기 성적표가 '진짜'

2023-08-16     최동수 기자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한 삼성화재. 사진=삼성화재.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보험사들이 올 상반기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8조여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뒀다. 은행의 순이익과 맞먹는 역대급 실적이란 평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보험사들은 축배 대신 차분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IFRS17(새 국제회계기준)의 계리적 가정을 변경한 이른바 '가이드라인' 적용이 아직 온전히 되지 않아서다.

업계에서도 올해 3분기 결산 시점부터 보험사의 진짜 성적표가 산출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 가운데 보험사들은 상반기 호실적을 이유로 사회공헌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의 연결 기준 순이익은 8조여원 수준으로 역대급 실적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생명보험사가 3조4000여억원, 손해보험사가 4조6000여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특히 삼성생명이 지난해 대비 54.5% 급증한 974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한화생명은 전년 대비 68.6% 개선된 7038억원, 교보생명은 16.3% 늘어난 6716억원, 신한라이프는 32.0% 증가한 311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생명(1987억원), 동양생명(1867억원), NH농협생명(1415억원)도 호실적을 달성했다.

주요 손해보험사들도 올 상반기 눈에 띄는 실적을 거뒀다. 삼성화재는 연결 기준으로 1조2151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대비 27.4% 증가한 역대 최고치다.

삼성화재 뿐만 아니라 DB손해보험은 전년 대비 2.0%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9181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메리츠화재는 같은 기간 25.2% 증가한 839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이 전년 대비 각각 15.8%와 0.2% 준 5780억원, 525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음에도 5대 손보사의 순이익 총액이 4조원을 넘겼다.

보험사 관계자는 "대체로 보험사들은 은행이나 증권사보다 순익이 밀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회계적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상반기 실적이 좋게 나왔다"고 말했다.

◇ 역대급 실적에도 '차분함' 이어가

역대급 실적 달성에 성공했지만 보험사들은 차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해당 실적이 새 회계기준을 이용한 '실적 부풀리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에도 괄목할 만한 실적을 보였던 보험사들에 대해 여러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 일각에선 보험사들이 금융당국이 제시한 새 회계기준 가이드라인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회계를 부풀린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 정확한 순이익과 CSM(계약서비스마진)을 산출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보험사에 제시했지만 가이드라인 발표 이전 내용은 그대로 두고 앞으로의 내용만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전진법과 이전 회계 결과까지도 적용하는 소급법을 두고 보험사간 이견이 있었다.

결국 금융당국은 전진 적용을 원칙으로 하고 소급법을 원하는 회사들은 올해 말까지 조건부 적용하는 것을 허용했다. 가이드라인 적용은 3분기부터로 정했다.

이러한 당국의 결정에 보험사들은 가이드라인이 엄격히 적용되는 3분기 실적이 진짜 성적표라는 입장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이 본격 적용된 첫해인데 과도기의 성적이어서 작년 순이익과 비교가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며 "보험 영업환경은 지난해보다 전혀 나아진 게 없지만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해 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중구 본사에서 신한라이프 임직원들이 아동용 안전용품을 제작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신한라이프.

◇ 사회 공헌 압박에 숨 고르기

보험사들은 '실적 부풀리기' 의혹과 '역대급 실적'이라는 타이틀로 인해 따라올 사회공헌 압박에 대해 벌써부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보여지는 기록에 비해 체감되는 실적은 낮은 상황에서 "많이 벌었으니 사회에 환원하라"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권은 '이자 장사' 논란이 일자 올해부터 3년간 10조원 이상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지만 보험사들은 상생금융 방안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기존 사회공헌위원회 등을 통해 사회적 환원에 대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사회공헌팀을 따로 만들어 지속적으로 공헌을 하고 있고 최근 발생한 수해, 태풍 등 재난 상황에도 금융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이나 카드사들의 경우 기존의 사회공헌 외에 추가로 대규모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보험사들의 행보가 아쉽다는 지적이다. 올해 자동차보험료 인하나 취약층을 위한 특별 보험상품 출시 등 보험업계의 지원이 더욱 많이 이뤄져야 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