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카드사 동참 불구 눈치만 보며 묵묵부답
"상품 특성상 개발 오래 걸리고 혜택 크지 않아 어려워"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요청으로 금융권에 '상생금융' 바람이 불고 있지만 보험사들은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을 제외하곤 적절한 방안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령화·저출산으로 인해 점차 나빠지는 업황 속에서 계속된 금융당국의 압박에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보험사들은 보험상품 특성상 개발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보험료 인하 등의 상생안은 소비자마다 상품이 달라 체감하는 혜택이 크지 않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이 재단·봉사단을 통한 기부 등 다양한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보험사 중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한 곳은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 뿐이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13일 '포용적 금융∙따뜻한 동행상생친구 협약식'을 개최하고 '2030 목돈마련 디딤돌 저축보험' 등 상생금융안을 발표했다.
아직까지 상품 판매에 돌입하지 않았지만 청년·신혼부부 등에게 보장이 돌아갈 수 있는 혜택이 담겼다. 해당 상품은 8월 중 판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은행권 청년도약계좌가 가진 장점에 보험사만의 강점이 더해져 최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구성한 상생상품"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손해보험이 출시한 '출산 후 5년 중대질환 보장강화' 특약은 금감원 상생협력 금융 혁신상품 1호 우수사례로 꼽혔다. 해당 상품을 통해 한화손보는 여성들의 출산과 육아를 지원할 예정이다.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이 보험업계 상생금융 물꼬를 텄지만 이후 약 한달 가까이 보험사들의 추가 행보는 없는 상태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한화생명을 찾은 자리에서 상생금융 동참을 독려했지만 이마저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반면 카드사들은 2조원이 넘는 상생금융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2금융권의 온도 차가 극명해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다른 보험사들도 상생금융을 자체적으로 검토하는 중이지만 아직 방안 마련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 보험 상품 특성 등으로 인해 방안 마련 어려워
보험사들이 상생금융 방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판매중인 상품 특성상 적절하고 마땅한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보험 상품은 1~2년이 아닌 장기상품이 많은데 상생금융까지 포함해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 가입 고객이 보험료를 장기간 지불해야 하는 만큼 고객 이탈이 우려되는 등 직접적인 체감이 어렵다.
실제로 보험사가 새로운 보험을 개발하고 출시하기 위해서는 타당성, 보상조건, 보험료 산정, 상품설계, 보험 감독기관 검토와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기간이 최소 6개월에서 1년 가량 걸린다.
또 보험업계 첫 주자였던 한화생명의 상생상품인 저축보험도 아직 판매되지 않고 있어 얼마의 규모로 어느 정도 파장이 있을지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기존 가입자가 많은 상품들의 보험료를 인하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약 4000만명이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대부분의 보험사가 적자를 보고 있어 불가능하다. 자동차보험은 매년 손해율에 따라 보험료를 조정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기 때문에 효과가 미미한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보험사들은 최대한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현재 검토중에 있다"며 "늦어도 다음 달 안에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다른 보험사와 달리 삼성카드와 함께 삼성금융사 브랜드인 삼성금융네트웍스의 이름으로 공동 방안을 내는 것을 고려 중이다. 삼성금융네트웍스는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 모두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브랜드다.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이 상품 개발 등이 어렵다면 재단이나 봉사단을 통해 성금을 기탁하는 방식으로 상생금융을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제안을 하는 게 금융당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