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비 사용권 획득 절반 이상 감소
새 국제회계 도입으로 수익성에 더 집중

DB손해보험의 요양실손보장보험 배타적 사용권. 사진=DB손해보험.
DB손해보험의 요양실손보장보험 배타적 사용권. 사진=DB손해보험.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보험 상품을 독점으로 판매할 수 있어 보험업계의 특허권으로 불렸던 '배타적 사용권' 신청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적용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인해 보험사들이 신상품 개발보다는 수익성 및 건전성 관리에 집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배타적 사용권이 보험사에게 매력적인 카드로 다가오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어려운 심사 과정·짧은 독점 기간 등 보험사가 들이는 노력과 시간에 비해 실효성 자체가 떨어진다는 비판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18일 생명·손해보험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취득한 배타적 사용권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총 12건으로 나타났다. 업권별로는 손해보험사가 9건, 생명보험사가 3건으로 집계됐다.

배타적 사용권은 보험사의 '특허권'이라고도 불린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의 신상품위원회는 보험사 신상품의 △독창성 △유용성 △진보성 △노력도 등을 판단해 해당 상품을 개발한 보험사에 3~12개월의 독점 판매 권리를 부여한다. 이 기간 동안 다른 보험사는 유사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보험사 중에선 현대해상이 총 4건으로 가장 많은 배타적 사용권을 얻었다. 삼성생명이 2건의 독점 판매권을 얻었으며 이밖에 한화손해보험·DB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흥국생명 등이 각 1건의 배타적 사용권을 받았다.

보험사 관계자는 "새로운 상품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과거보다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라며 "배타적 사용권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IFRS17 등으로 인해 상품 개발 더뎌

그간 보험사들은 배타적 사용권 경쟁을 통해 독점 판매 시장을 장악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보험업계의 배타적 사용권 신청 건수는 △2020년 23건 △2021년 31건 △2022년 35건 등으로 지속 증가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배타적 사용권을 최대한 많이 받으면 보험사 입장에선 선점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소비자 수요가 많은 상품에 배타적 사용권이 적용되면 선제적 효과를 거두기 좋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그 수가 크게 줄면서 업계에선 보험사들이 신규 상품 라인을 통한 독점적 지위 확보보다는 기존 상품 라인에서의 우위를 다지는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새로 도입된 회계기준인 IFRS17에 맞춰 보험사들이 새로운 상품 개발보단 건전성 관리를 위해 기존 상품들부터 계리 과정 및 이익 산출량을 다시 집계해야 했기에 보험 상품 개발에 투자할 시간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보험사들이 내실 관리에 점차 안정감을 되찾으면서 하반기부터 새로운 상품 개발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달에도 현대해상은 머신 언더라이팅에 대해, DB손보는 무배당 프로미라이프 요양실손보장보험2307의 노인 학대 범죄 피해 위로금(친족제외)과 요양급여·비급여 실손보장, 요양서비스 전용 현물급부 보장에 대해 배타적 사용권을 받았다.

롯데손해보험이 출시한 '통합형 전이암진단비'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 사진=롯데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이 출시한 '통합형 전이암진단비'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 사진=롯데손해보험.

◇ 배타적 사용권에 대한 시스템적 개선 필요

상품 개발에 다시 속도가 붙고 있지만 일각에선 배타적 사용권에 대한 시스템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심의를 통과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과 시간 대비 보험사가 얻는 실효성 자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배타적 사용권을 얻기 위해선 까다로운 심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신청서를 제출한 보험 상품은 심의에 출석한 심사위원의 3분의2 이상에게 한 명당 80점을 얻어야 한다. 심의 결과에 따라 평균 95점 이상이어야 1년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받으며 90점 미만은 3~6개월에 그친다.

어렵게 부여받은 배타적 사용권도 독점 기간이 끝나면 다른 보험사도 동일한 상품을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어 실효성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배타적 사용권 통과 자체도 어렵다 보니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는 기다렸다가 타사와 유사한 상품을 내놓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는 구조로 자리 잡은 실정이다"라며 "배타적 사용 신청이 다시 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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