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태풍에도 양호한 손해율·실적 달성
'상생 금융' 압박에 보험료 인하 가능성도

5대 손해보험사. 사진=각 사.
5대 손해보험사. 사진=각 사.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올해 역대급 실적을 올린 손해보험사들이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다. 실적 방어와 더불어 집중호우·태풍에도 양호한 손해율을 기록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자동차 보험료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권을 향해 '상생 금융'을 꾸준히 주문하고 있는 만큼 호실적을 거둔 보험사들의 추후 행보에도 이목이 쏠린다.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하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업계에선 여론과 당국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보험사들이 하반기 보험료 인하 카드를 꺼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5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상위 5개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7월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77.2%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손해율(76.4%)보다 0.9%포인트(p) 높은 수치다.

보험사별로 보면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보가 각각 77.4%를 기록했고 KB손보(77.1%)와 메리츠화재(77.0%)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 밖에도 △롯데손해보험 79.7% △한화손해보험 80% △흥국화재 87.4% △AXA손해보험 88.9% △하나손해보험 90.3% △MG손해보험 101.4% 등을 기록했다.

손해율은 가입자들로부터 거둬들인 보험료에서 사고 등으로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뜻하는데 이 수치가 낮을수록 보험사에 유리하다. 자동차보험 적정 손해율은 78~82%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손해율이 이 구간에 있으면 사업비를 포함해도 흑자를 내는 수준으로 추정한다.

앞서 손해보험사들은 올해 초 보험료를 2.0~2.5% 인하했는데 당시 손해율 역시 80% 이하로 유지됐다.

안정된 손해율은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손해보험협회 회원사 19곳의 합산 순이익은 4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생명보험협회에 등록된 생명보험사 20곳의 합산 순이익 3조4000억원을 크게 넘어선 수치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에 해당한다. 5대 손보사로 꼽히는 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은 모두 5000억원이 넘는 상반기 순이익을 거뒀다.

손보사들의 실적 개선 흐름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의 경우 폭우와 태풍으로 인해 침수 차가 급증하며 보험사들의 단기 보험금 지급액이 늘었지만 올해는 별다른 비 피해도 없었기 때문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코로나19 당시부터 안정된 손해율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거리두기 해제로 차량 운행이 다시 늘고 있는 만큼 추후 손해율 유지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 보험료 인하 압박에 요구 수용 가능성

손해보험사들이 손해율과 실적 모두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서 당국과 여론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주요 손보사들은 지난해 금융당국의 요구에 1%대 수준으로 보험료를 낮췄다. 하반기에도 보험료 추가 인하에 대한 압박이 이어졌지만 8월 들어 서울과 수도권을 강타한 폭우로 1만대 넘는 침수 차 피해가 발생하면서 손보사들은 결국 상반기 한 차례만 낮춘 채 해를 넘겼다.

또 금융당국이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상생 금융'을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만큼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은 보험사들 입장에선 보험료 인하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부터 우리카드와 신한카드를 잇달아 찾았고 지난달 13일에는 한화생명을 방문하며 보폭을 보험업계로까지 넓혔다. 이러한 이 원장의 행보에 카드사는 2조원이 넘는 상생 금융 방안을 내놨지만 보험사들은 한화생명을 제외하곤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손보사의 상생 금융 방안에 자동차 보험료 인하가 포함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손보사들도 자동차보험이 주력 상품인 만큼 보험료 인하로 인한 타격을 우려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대체로 인하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여러 손보사는 적정한 인하 폭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 관계자는 "상생 금융에 관한 고민은 꾸준히 하고 있다"며 "장기 상품이 많은 보험 특성상 방안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하반기에는 다양한 방안들이 나올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품 출시보다는 보험료 인하 쪽으로 방안이 기울면서 서로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올 하반기에는 비슷한 시기에 인하 발표가 이어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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