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순익 1억2300만달러 달성
저출산·고령화에 해외 시장 확장
'헬스케어' 등 보험업 외 방안 찾아야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저출산·고령화로 국내 시장에 어려움을 겪는 보험사들이 해외 진출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이 줄면서 동남아시아 시장을 적극 노렸고 지난해 1억달러가 넘는 순이익을 기록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국내 보험사들은 영업 규모 확대에 힘을 쏟으며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선 보험업만으론 한계를 느꼈던 국내시장과 마찬가지로 해외에서도 단순히 보험업만을 하는 것보단 신사업 진출에도 힘을 쏟아야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에 대해서도 규제 완화를 통해 보험사의 해외 진출에 대한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호소한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 11개 보험사가 해외점포를 통해 거둔 순이익은 전년보다 약 3170만달러(34.9%) 늘어난 1억2300만달러(한화 1582억원)로 집계됐다.
현재 해외 시장에 점포를 두고 있는 보험사는 생명보험 4개사, 손해보험 7개사로 11개국에서 총 39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베트남(5곳) 인도네시아(4곳) 등 동남아가 가장 많고 기존 중국(5곳)을 포함해 아시아에선 모두 23곳이 운영되고 있다. 미국에도 12곳의 점포가 있으며 유럽의 경우 영국과 스위스에 각각 3곳, 1곳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보험사들의 해외 진출 격전지로 떠오른 곳은 동남아 시장이다. 동남아는 젊은 층이 많아 보험 침투율과 밀도가 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만큼 보험업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4조3919억동(한화 약 2500억원)의 수입보험료를 달성하고 5026억동(약 28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진출 15년 만에 누적 손익 흑자 달성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한화생명은 지난 18일 베트남 현지에서 기념식을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DB손보와 KB손보·KB라이프생명도 동남아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생명도 태국 법인을 통해 연초 연금보험 상품으로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었고 신한라이프 역시 지난해 초 처음으로 해외 법인을 베트남에 만들었다.
보험사 관계자는 "해외점포 순이익이 전년보다 증가한 데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완화하면서 아시아 지역 매출이 커지고 유럽 지역 손실 규모가 감소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 국내 시장 침체에 '성장성' 선점 위한 움직임
업계에선 보험사의 해외 진출이 현지 보험시장의 '성장성'을 선점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국내에 비하면 해외 시장의 수익 규모는 미약하지만 성장 정체 상황을 타개하려면 지속적으로 글로벌 진출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지분 투자 등 간접적인 진출은 물론 직접 자회사나 인수합병 등 해외법인 설립을 통한 발판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또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국내 보험 시장은 점차 침체되고 있으며 성장에도 한계에 부딪히면서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인구수는 2020년 5183만6239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며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62년까지 약 144.06%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최근 젊은 세대들이 보험 가입을 꺼리는 현상과 맞물려 보험사 운영의 재원이 되는 보험료 수입은 자연스럽게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보험업권에 더욱 심각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보험사들은 이러한 국내 보험 시장의 성장 정체를 해외 시장을 통해 돌파하겠단 각오다. 안정된 영업 기반을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기 위해 사업부를 구성하는 등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해외 보험사는 국내 보험사보다 체계적이지 못하다"며 "보험에 대한 인식이 국내보다 저조한 동남아에서 기반을 닦으면 어려운 국내 영업 환경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다양한 방안 강구·내수시장 우선 비판도
다만 업계에선 기존의 보험업만 유지한다면 결국 동남아 시장에서도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규제 완화를 통해 헬스케어 등 다양한 파생 상품을 개발해야 된다는 의견이다. 국내보다 보험산업이 더욱 진보한 일본의 경우 2014년 보험업법을 개정해 보험사의 해외 진출 부담을 줄여줬고 일본 보험사들은 해외에서 보다 폭넓게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도 규제 개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지난달 17일 '제8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보험사의 해외 자회사 출자 제한 및 자금 지원 규제를 대거 완화하기로 했다. 이번 당국의 결정에 따라 국내 보험사는 해외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또 해외 진출보단 내수시장 활성화가 더 우선이라는 비판도 있다.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해외 진출에 힘을 쏟으면 상대적으로 국내 보험시장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
하나금융연구소는 '2023년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보험업은 경기 둔화에 따른 보험 수요 위축으로 낮은 성장률이 예상된다"며 "생명보험은 금리 상승기 채권매매수익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투자 손익이 정체되고 손해보험도 사회적 이동 증가에 따른 손해율 상승으로 수익성이 다소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외 진출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결국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시기다"라며 "국내에선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노하우를 해외로 옮기는 게 핵심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