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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새로운 길 개척한 '혁신 DNA'

국산 장비 전무한 시절 1993년 주성엔지니어링 창업 삼성·LG 등과 거래하며 반도체 장비 국산화 길 열어 올해 창립 30주년, 매년 연구개발에 대규모 투자

2023-09-18     김언한 기자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김언한 기자]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회장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 최고경영자(CEO)보다도 혁신을 많이 강조한다.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에 장비를 대는 협력사 특성상 살아남으려면 앞서 나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게 그의 평소 지론이다.

황 회장은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산업의 초석을 다진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창립 2년만에 D램 생산에 필수적인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사진=주성엔지니어링 제공

황 회장은 1985년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입사하면서 반도체 산업에 발을 들였다. 1983년 가전제품 제조업체로 탈바꿈한 현대전자는 1985년부터 메모리반도체 양산 체제에 들어갔다.

1982년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30억1800만달러 규모로 1988년까지 연평균 28%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였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1804억달러로 집계됐다.

장비 엔지니어로 입사했던 그는 8개월만에 사표를 내게 된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이곳에서 1986년부터 근무했다. 그러던 중 ASM이 1993년 한국 시장에서 갑자기 철수할 것을 선언하면서 황 회장 역시 인생의 항로를 바꾸게 된다. 같은 해 황 회장이 국내 반도체 장비 1세대 기업 주성엔지니어링을 창업한 것이다.

당시 국내 반도체 산업은 수입산 장비가 대부분이었다. '한국은 반도체 장비용 나사 하나도 못 만드는 나라’라는 이야기를 듣는 설움은 황 회장이 주성엔지니어링을 증착장비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시키는 쓴 약이 됐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ALD 공정 등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주성엔지니어링 제공

황 회장은 주성엔지니어링 창업 후 막대한 비용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부었다. 2002년에는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126.4%로 매출보다 연구개발비가 많았다.

◇ 강한 연구개발 집념이 고비 극복 돌파구 돼

1959년 12월생인 황 회장은 경상북도 고령에서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는 인하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34세의 나이에 주성엔지니어링을 세웠다. 그가 창업 후 처음 한 일은 반도체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이후 미국의 반도체 장비기업 지너스와 기술협력을 하게 되면서 장비를 본격적으로 개발했다.

이후 삼성전자와도 거래를 시작했다. 이를 위해 황 회장은 지너스에 찾아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제안했다. 국산 반도체 장비가 없던 시절, 그렇게 미국 회사 이름으로 삼성전자 양산라인에 장비를 넣을 수 있었다. 국산 장비라면 손사래를 칠 것이 불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사진=주성엔지니어링 제공

이는 D램용 캐패시터를 만드는 것으로 반구형결정실리콘(HSG) 방식의 증착 장비였다. 회사는 1997년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LG반도체에 장비를 납품하면서 국내 점유율 100%를 달성했다. 이후 미국, 일본, 대만 등에 장비를 수출하게 된다. 그리고 회사는 1999년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하지만 이후부터가 가시밭길이었다. 2001년 주 거래선이던 삼성전자와 납품 문제로 마찰이 생긴 뒤 거래가 끊긴 것이다. 회사 매출은 급감하고,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적인 IT 불황이 회사를 곤경 속으로 몰아넣었다.

주성엔지니어링을 위기에서 구원해준 건 LG디스플레이였다. 2003년 LG디스플레이와 거래를 트며 회사는 가까스로 회생했다.

황 회장의 연구개발에 대한 집념이 빛을 발했다. 황 회장은 2001년부터 3년 동안 회사의 누적 순손실이 1200억원을 넘어설 때도 연구개발 투자는 줄이지 않았다. 회사는 2000년말부터 액정표시장치(LCD) 장비를 개발해 왔는데 LG디스플레이와 다시 거래를 하게 된 것이다.

황 회장은 시련을 딛고 2005년부터 원자층증착장비(ALD) 장비 양산에 나섰다. 반도체 웨이퍼에 얇고 균일한 가스막을 증착하는 역할을 하는 장비였다. 기존 화학기상증착(CVD) 장비 대비 100분의1 수준으로 얇은 막을 입힐 수 있게 됐다.

주성엔지니어링 경기 광주캠퍼스 전경. 사진=주성엔지니어링 제공

반도체 산업에서 미세공정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성엔지니어링의 ALD 장비는 러브콜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당시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가 고객사로 들어왔다.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사 일부에만 장비를 공급하던 주성엔지어링은 오늘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주성엔지어링의 반도체 장비 수출액은 국내에 공급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지난해 주성엔지니어링이 반도체 장비 사업에서 수출로 벌어들인 돈은 약 2147억원이다. 국내에 반도체 장비를 공급해 손에 쥔 돈은 1547억원이다.

◇ 지나온 30년, 국내 대표 반도체 장비업체로 자리매김

주성엔지니어링은 오늘날 독보적인 ALD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꼽힌다. 현재 주성엔지니어링은 오늘날 SK하이닉스 ALD 물량 대부분을 담당한다. LG디스플레이도 OLED 제조를 위해 ALD 공정에서 주성엔지니어링과 협력하고 있다.

"앞으로 30년, 혁신에 신뢰를 더해 세계적인 장비회사로 성장할 것입니다."

황 회장은 지난 4월1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창립 30주년 기업설명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세계 최초'의 길을 걸어온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고 회고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지난 4월1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창립 30주년 기념 기업설명회에서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주성엔지니어링 제공

2011년 이후 태양광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LCD 시장마저 투자가 감소했다. 반도체마저 불황이었다. 하지만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도 끈을 놓지 않았던 것은 연구개발에 대한 집념이었다. 국내 반도체 장비산업의 개척자로서 수십년간 고군분투하며 얻은 지론은 혁신만이 생존방법이라는 것이었다.

회사는 2019년과 2020년 5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지난해 연구개발 투자는 720억원을 넘어섰다. 창사 후 지금까지 회사가 연구개발에 투자한 돈은 1조원이 넘는다. 전체 직원의 65%가 연구개발 인력인만큼 혁신적인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379억원, 영업이익 1239억원이다. 올해 2분기는 87억원의 영업손실을 써내며 전년 동기대비 적자 전환했다. 회사는 ALD 기반의 차세대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광 증착장비 개발로 다시 한번 도약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