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과 생산 현장 두루 거친 반도체 전문가
반도체 미세공정 한계 속 돌파구 마련 과제
10년만에 최대 위기…전열 정비해 결속 다져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사진=SK하이닉스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반도체 기술통이다. 1994년 현대전자에 엔지니어로 입사한 그는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상무, 청주 팹 전무, 제조·기술 부사장 등을 거쳤다. 개발, 제조 등 다방면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를 이끌고 있다.

반도체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춘 곽 사장은 전사적 역량을 결집해 미래 먹거리를 구상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곽 사장은 전임인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지난해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곽 사장에 대해 밖으로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다만 반도체 생산조직의 핵심을 생산효율, 수율, 투입비용 관리라고 본다면 SK하이닉스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그가 적임자라는 평가다.

"우리 회사 모든 자산은 대부분 팹에 있고, 이를 잘 활용할 수 있을 때 높은 수준의 수율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회사 팹 기술의 총합을 '수율'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2021년 1월 당시 곽노정 제조·기술 담당 부사장은 SK하이닉스 뉴스룸 인터뷰에서 "수율을 BIC(Best In Class)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제조·기술 담당이 모든 역량을 모아 추진하고 있는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SK하이닉스의 238단 낸드플래시. 사진=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의 238단 낸드플래시. 사진=SK하이닉스 제공

반도체 공정이 점점 미세해지고 복잡해지면서 수율을 일정수준 이상으로 관리하는 것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수율을 높여 수익성 향상을 꾀하자는 노력은 전임자인 이석희 사장이 취임 이래 줄곧 강조해온 것이기도 하다.

◇ 반도체 최대 위기…고수익 제품 통해 위기 돌파

올해 반도체 시장은 2019년 이후 4년만에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불황에는 수익성 높은 제품 개발과 생산뿐 아니라 주요 제품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기술 융합 제품을 개발해 이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다. SK하이닉스는 2000년대 중반 반도체 불황 시기에 멀티칩패키지(MCP)를 많이 팔아 어려움을 견뎌냈다. MCP는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을 하나로 합친 것이다. 곽 사장은 지난해 10월 '반도체대전 2022'에 기조 연설자로 나서 메모리반도체의 성능 한계를 기술 융합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사진=SK하이닉스 제공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사진=SK하이닉스 제공

프로세싱인메모리(PIM) 기술을 적용한 그래픽더블데이트레이트(GDDR)6-엑셀레이터인메모리(AiM), 메모리 성능의 확장이 용이한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메모리 등이 SK하이닉스의 성장 동력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 CXL 메모리 제품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월 DDR5 D램 기반 첫 CXL 메모리 샘플을 개발했다. CXL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가속기, 메모리 등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표준화 인터페이스다.

기존 서버 시장의 한계점을 보완해 유연하게 메모리를 확장할 수 있게 된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고성능 연산 시스템에 적합한 특성을 갖춰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메모리반도체 기술 개발에서 성능이 가장 중요했다면 2030년까지는 융복합이 중요해질 겁니다." 곽 사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반도체대전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OCP 글로벌 서밋 2022에서 공개된 SK하이닉스의 CMS. 사진=SK하이닉스 제공
OCP 글로벌 서밋 2022에서 공개된 SK하이닉스의 CMS. 사진=SK하이닉스 제공

하지만 당장 올해 SK하이닉스가 마주한 상황은 쉽지 않다. 모바일, 가전 등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 감소로 메모리반도체 공급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전 세계 D램 생산 빗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출하량 증가율)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SK하이닉스와 사업구조가 비슷한 미국의 마이크론은 지난해말 직원 10% 감원 목표를 발표했다. 

◇ 10년만에 영업익 적자전환 전망…불황 넘을 단기 처방 필요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사업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2021년 인수한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사업부)으로 인해 적자의 늪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SK하이닉스 낸드 사업의 연간 영업손실 규모가 6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손실 규모가 약 7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10년만에 연간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상반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마이너스 5조원 이상이다. 위기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단기 처방을 내리는 것이 당장 곽 사장이 마주한 과제다.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의 서버 교체주기도 길어져 새 성장동력이 필요하다.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서버의 교체주기는 보통 3~4년 정도다. 지난해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서버 교체주기를 5년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의 CXL 메모리. 사진=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의 CXL 메모리. 사진=SK하이닉스 제공

2019년 AWS의 서버 교체주기는 3년이었지만 이후 4년으로 늘어났다가 앞으론 5년으로 길어진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업체들의 서버 교체주기도 과거 3년에서 4년 이상으로 길어졌다. 이와 관련된 서버용 메모리 시장도 과거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힘들어졌다.

SK그룹에 인수된 기업 특성상 정통 하이닉스맨인 곽 사장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SK그룹에서 줄곧 요직을 맡아온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곽 사장 위에 자리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과거 SK텔레콤 사업개발실장을 맡을 당시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박 부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 부회장은 그룹 주요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굵직한 사업을 챙기고, 곽 사장은 미래 전략 구상과 생산효율 개선에 집중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회복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곽 사장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회복될 수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반도체 회복 시점이 내년으로 밀려날 것이란 관측이 서서히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저조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와 같은 감산 수준으로는 수요와 공급간 균형이 맞춰지는 시점이 내년 하반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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