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삼성전자 입사, TV 개발 전문가로 역량 쌓아
부회장 승진 후 사업간 경계 넘는 통합 시너지 강조
강달러·전자제품 수요 위축 등 올해 복합위기 돌파구 필요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어려울 때일수록 진짜 실력이 발휘된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겸 대표이사(부회장)의 말이다. 한 부회장은 정통 삼성맨이다. 1988년 삼성전자 영상사업부 개발팀에 입사해 2017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맡기 전까지 거의 대부분의 TV 개발에 참여했다.
TV 비즈니스와 관련해 한 부회장만큼 국내에서 이력을 가진 인물도 드물다.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 액정표시장치(LCD) TV, 오늘날 프리미엄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잡은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 등이 모두 한 부회장의 손을 거쳤다.
삼성전자가 흑백/컬러 아날로그 브라운관(CRT) TV를 생산하고 개발한 것은 1970년대다. 삼성전자의 TV 기술력은 1998년 디지털 TV를 개발한 후에야 세계적인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한 부회장은 아날로그 TV 시대가 저물고 디지털 시대가 개화한 뒤 오늘날 스마트 TV에 이르기까지 삼성전자 TV 역사를 지켜본 산 증인이다.
TV 개발이라는 한 우물을 팠던 한 부회장은 2017년 사장 승진에 이어 2021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하게 된다. 지난해 3월에는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임명됐다.
한 부회장은 경계현 사장과 함께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다. 경 사장이 반도체 사업을, 한 부회장은 TV, 스마트폰 등 세트 사업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1년 세트 부문을 통합한 'DX' 부문을 새로 출범했다.
당시 한 부회장은 DX부문 출범에 대해 "고객 중심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조직간 경계를 허물고 스마트폰, TV, 가전간 연결성을 확대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 '커지는 복합위기'에 올해 전자산업 비상등
한 부회장의 대표이사 취임 첫 해인 지난해는 글로벌 경기 부진, 업체간 경쟁 심화 등을 원인으로 스마트폰, TV 등 완성품 사업에서의 수익성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3년 만에 역성장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모두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전자가 이 기간 거둔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모두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하회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쉽게 열지 않으면서 제품 판매가 줄어든데다 원재료 가격과 물류비가 올라 과거처럼 남는 장사를 하기 힘들어졌다.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또한 올해 글로벌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TV와 스마트폰 출하 목표를 모두 보수적으로 잡았다.
특히 생활가전 시장이 암울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는 전 세계 전자산업에서 메모리반도체, 디스플레이, TV, 스마트폰의 시장이 특히 좋지 않았는데, 올해는 세탁기, 냉장고 등 생활가전의 수요 감소가 두드러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올해는 이재용 회장 체제가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어려울 때일수록 진짜 실력이 발휘된다"는 한 부회장의 말처럼 TV 뿐 아니라 생활가전, 스마트폰, 네트워크 등 전 영역에서 삼성전자가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때다.
하지만 TV, 스마트폰 시장은 더 이상 규모가 크게 커질 수 없는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 전 세계 연간 TV 출하량은 약 2억대 수준, 스마트폰의 경우 연간 출하량이 15억~20억대 정도다. 한정된 시장을 놓고 업체간 점유율 싸움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TV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0.7% 줄어든 2억100만대에 그칠 전망이다. 스마트폰 출하량의 경우 올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제품과 저가 제품 이원화를 통해 수익성과 제품 출하량을 방어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경기둔화 내지 경기침체 상황 속에도 소비 양극화 현상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 고객경험 혁신·성장동력 확보 등 올해 한종희 역할론 커져
통합 시너지를 통해 고객경험을 혁신하는 것 또한 과제다. 전자제품의 성능을 높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이젠 어떤 고객경험을 제공할 수 있느냐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캄 테크놀로지(Calm Technology) 시대에 성큼 다가가게 됐다."
한 부회장은 지난해 10월12일(현지시간) 미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2022’에서 이렇게 말했다. 캄 테크놀로지는 사용자가 알아차리기 전에 기기들이 이용자에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이다.
이 자리에서 한 부회장은 다양한 기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사용자 상황과 의도에 맞게 맞춤화된 경험을 확장하겠다고 설명했다. 한 부회장은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통해 스마트폰, TV, 가전의 융합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단순히 성능이 좋은 전자제품을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앞으론 맞춤형 사용자 경험을 통해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의미다. 이는 한 부회장의 취임 일성과도 맞물려있다.
한 부회장은 2021년 12월 DX부문장 부회장 취임 인사말을 통해 "'원(One) 삼성'의 시너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고 밝혔다.
그는 "기존의 사업부와 제품 간 벽을 허물고 고객 입장에서 느끼고 생각하고 탐구해야 한다"며 혁신적인 고객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도체의 뒤를 이을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한 부회장의 숙제다. 한 부회장은 지난해 3월 진행된 삼성전자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사업 발굴 첫 행보는 로봇"이라며 "다양한 영역에서 로봇 기술을 축적해 미래 세대가 '라이프 컴패니언(동반자)' 로봇을 경험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사업도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 한 부회장은 "고객이 언제 어디서든지 메타버스를 경험할 수 있게 최적화된 메타버스 디바이스와 솔루션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로봇, 메타버스 등 미래 사업과 관련해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 전략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관련기사
- [재계브리핑] 최태원 SK그룹 회장, 세미나서 CFO 찾은 까닭
- [CEO리포트] 김정남 DB손보 부회장 "60년 발판 1위 손보사·종합플랫폼 금융사 점프"
- [CEO리포트]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 미디어커머스 기업으로 변모 가속화
- [CEO리포트] 버핏이 읽는 리서치 서학개미도 본다...정영채 '새 서비스 발굴' 잰걸음
- [CEO리포트] 마창민 DL이앤씨 대표, 친환경 신사업 탄소포집 시장개척 '박차'
- [CEO 리포트] '퀀텀점프' 김영주 종근당 대표, 신약개발로 새 동력 확보 '분주'
- [CEO리포트]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새로운 길 개척한 '혁신 D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