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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2차 개각 통해 국정 드라이브 고삐…'전문성·책임성·역사적 소명 봤다'

국방 신원식·문체 유인촌·여가 김행 지명 與 "변혁 위한 의지표명" 野 "불통 인사"

2023-09-13     박준영 기자
신원식 국방장관 후보자(왼쪽부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2차 개각 발표 브리핑에서 각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장관을 교체했다. 지난 6월에 이어 다시 한번 개각을 단행, 공직사회에 긴장을 불어넣는 동시에 국정 운영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또다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인사들을 줄줄이 중용해 '돌려쓰기식 인사'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윤 대통령이 이날 신임 국방부 후보자에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유인촌 대통령 문화체육특보, 여성부 장관 후보자에 김행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을 각각 지명했다고 밝혔다.

신 후보자(육군사관학교 37기)는 육군 예비역 중장 출신이다. 그는 35년 동안 군에 복무하며 국방부 정책기획관, 수도방위사령관, 합동참모본부 차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해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와 국민의힘 제4정조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김 실장은 신 후보자에 대해 "국방정책과 작전 분야 모두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췄다"며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안보 역량을 견고히 구축하고 국방 혁신을 완성할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신 후보자는 지난 7월 윤 대통령의 리투아니아·폴란드 순방에 동행하는 등 현 정부의 국방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국방부 장관 교체는 '문책성 인사'에 가깝다는 시각이 짙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집중호우 때 실종자를 수색하다 숨진 고(故)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수사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탄핵 추진을 공식화한 것을 무력화하기 위한 일종의 '교체 카드'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문책성 인사라는 말도 많이 나오지만, (이 장관의 재임 기간이) 1년4개월이 됐다. 보통 이 정도면 과거에도 교체했다"면서 "새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하루라도 안보 공백이 있어선 안 되는 만큼 이 장관의 사표는 수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 후보자가 강경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만큼,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노선은 한층 더 짙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 후보자는 인사말에서 "대내외 안보 환경, 여러 가지 도전들이 굉장히 심각하다"면서 "군인다운 군인,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왼쪽부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2차 개각 발표 브리핑에 배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보균 문체부 장관 후임으로는 'MB맨'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유 후보자가 지명됐다. 중앙대 예술학과 교수, 서울문화재단대표 등을 역임한 그는 지난 7월 신설된 대통령 문화특보에 임명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을 때부터 문화·체육계 정책에 대한 조언을 이어가는 등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주호 교육부총리,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이어 다시 한번 'MB맨'이 요직을 꿰차면서 현 정부의 인재풀이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실장은 유 후보자에 대해 "문화예술 현장에 대한 이해와 식견뿐 아니라 과거 장관직을 수행한 만큼 정책 역량도 충분히 갖췄다"면서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K컬처의 한 단계 높은 도약과 글로벌 확산을 이끌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이명박 정부 때 문체부 장관을 지낸 뒤 12년 만에 다시 한번 같은 자리에 앉게 된 유 후보자는 "평생 현장에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모든 답이 현장에 있고 또 현장이 요즘은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그런 변화하는 현장에 잘 맞도록 정책, 그 외 모든 지원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앞서, 빨리 쫓아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의 후임인 김 후보자는 중앙일보 전문위원,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변인, 한국양성평등교육진원장을 지냈다.

김 실장은 "언론, 정당, 공공기관에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뛰어난 소통 능력을 겸비하고 있어 전환기에 처한 여가부 업무를 원활히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면서 "여가부 업무 중 가족, 문화, 청소년, 여성 일자리 등의 업무는 원래 소관 부처로 이관해서 국민들에게 좋은 서비스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현 정부가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점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여가부는 저희 정부에서 폐지할 방침"이라면서 "폐지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야당 반대로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가부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부실 운영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만큼, 이 또한 문책성 인사에 가까운 것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자는 인사말을 통해 "여가부는 다양한, 중요한 업무가 남아 있고 그 중심에는 생명의 존엄성이나 가족의 가치, 그리고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어찌 보면 유일한 부서다"며 "여가부 존속 기간 동안 국민들과 소통 활발히 하고 실제로 저희가 대상자 상대로 열심히 최선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왼쪽부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2차 개각 발표 브리핑에서 발언 순서를 서로 양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추가 개각에 나섰지만, 세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신 후보자는 최근 논란이 된 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야권의 반발을 샀다. 유 후보자는 'MB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논란으로 입방아에 올랐었다. 이는 2017년 국가정보원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TF)가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9년 국정원이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하고 정부 비판 성향의 문화 연예계 인물과 단체를 대상으로 퇴출 압박 활동을 벌여왔다고 밝힌 일이다. 김 후보자는 중앙일보 여론조사 전문위원 시절인 2000년 총선 당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로 인해 논란을 산 바 있다.

여기에 유 후보자와 김 후보자가 과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 몸 담았던 만큼,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지적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지적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인재를 등용함에 있어서 과거 정부에 한 번 몸을 담았나 안 담았나는 우리 정부에서 큰 기준이 아니다"며 "가장 중요한 건 전문성, 책임성을 가지고 현재 그 자리에서 역사적 소명을 다할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왼쪽부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2차 개각 발표 브리핑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는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국민의힘은 '더 큰 변혁을 위한 강력한 의지 표명'이라고 추켜세운 반면, 민주당은 '불통의 오기 인사'라며 평가 절하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윤석열 정부 2년 차에 접어든 이 시점에 우리 사회에서 좀 더 큰 변혁을 속도감 있게 이끌어가야 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 고삐를 당기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미 지명된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와 함께 이번 개각을 통해 임명된 신임 장관 후보자들은 국민을 위해 일할 준비와 자세를 갖춘 인물들"이라며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으로서 인사청문회를 면밀하게 준비하고 정부가 일하는 정부가 될 수 있도록 그 토양을 다지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날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수사 은폐 의혹자 국방부 장관에 이어 문체부 장관은 K팝 시대 역행자, 여가부 장관은 대통령 부인의 지인이다. 기가 막힐 뿐"이라며 "내각을 쇄신하라고 했더니 더 문제 있는 인사들만 끌어모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관들에게 전사가 되라고 했다더니 전사 내각을 만들려는 것인가"라면서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꼬리 자르기 인사, 불통의 오기 인사에 반대하며 대한민국이 역행하는 것을 막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