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중단’ 이어 ‘시공사 교체’ 까지…공사비 갈등 확산
공사비 증액 놓고 조합-시공사 '강대강' 대치…공사 중단‧입주지연 사례 빈번 성남 산성구역 재개발조합, 기존 시공사와 계약 해지 ‘초강수’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김하수 기자] 원자재가격·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시공사와 재건축·재개발조합 간 ‘공사비 갈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협상 난항으로 아파트 완공 후에도 입주가 지연되거나 아예 기존 시공사와 결별을 선언하는 사업지도 등장하고 있다.
3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입주가 지연되면서 입주민들이 이삿짐을 풀지도 못했던 서울 양천구 신월동 소재 '신목동파라곤'(신월4구역 재건축사업)은 최근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에 합의하면서 입주가 시작됐다.
이 아파트는 당초 3월 1일 입주예정이었지만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이 건설물가 급등 등을 이유로 조합 측에 106억원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했고, 조합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시공사가 유치권을 행사하며 정문과 주차장을 컨테이너 등 건설자재로 막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양천구의 중재로 조합은 지난달 15일 임시총회를 개최해 공사비 90억원을 증액하기로 하고 시공사와 합의했다.
이달 입주를 앞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대치푸르지오써밋’(대치동구마을1지구 재건축)도 같은 진통을 겪었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조합 측에 미입금된 공사비에 대한 연체 이자와 자잿값 상승분 등 670억원을 추가로 요구했다. 조합이 이를 거부하자 이보다 감액된 228억원을 다시 제안하면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조합원의 입주가 제한될 수 있다고 통보했다. 조합은 지난 18일 총회를 열어 수정된 요구안을 가결했다.
시공사 대우건설·동부건설 사업단과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이주에 차질을 빚던 경기 의왕시 오전다구역 재개발사업은 최근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에 합의하며 갈등이 일단락됐다.
오전다구역 재개발사업은 의왕시 오전·고천동 일대 재개발사업 중 가장 큰 규모로, 공동주택 26개동 3209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시공단은 5년여 전 계약 당시 3.3㎡당 약 400만 원 안팎이던 공사비를 600만 원 이상으로 올려달라고 조합에 요청했지만 조합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조합 관계자는 “최근 시공단 측과 공사 재개에 합의해 현재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태”라며 “주민 이주 개시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사비 갈등으로 기존 시공사와 결별한 재개발사업지도 있다. 성남 산성구역 재개발 조합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시공단(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 계약 해지 건을 의결했다. 시공단의 공사비 인상 요구에 결국 조합이 ‘시공계약 해지’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낸 것이다.
조합은 이달 초 이사회를 다시 열고 새로운 시공사 선정에 대한 방법 및 절차를 논의한 후 시공사 입찰공고를 낼 예정이다.
산성구역은 성남 수정구 수정로 342번길 15-10 일원 15만2797㎡에 3487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대형 재개발사업지다. 지난달 철거가 마무리 돼 착공을 앞두고 있다.
산성구역은 지난 2016년 11월 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을 시공단으로 선정했다. 당시 시공단이 제안한 3.3㎡당 공사비는 418만9000원이었으며, 2020년 7월 31일 시공단과 본계약 체결 당시 공사비는 445만원으로 책정됐다.
조합에 따르면 시공단은 올해 2월 변경도급공사비로 3.3㎡당 661만2000원을 조합에 요청했다. 이는 2년 전 계약 당시 보다 49% 오른 공사비로, 조합원 1인이 2억원에 가까운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는 규모라고 조합은 설명했다.
조합 관계자는 “이후 시공단 측이 지난 3월 공사비로 3.3㎡당 641만원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 수긍할 수 없는 금액”이라며 “물가 지수가 뛴 걸 감안해도 3.3㎡당 550만원 정도가 적정한데 시공단이 높은 공사비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시공단 측은 조합이 책정한 공사비는 터무니없이 낮다는 입장이다.
시공단 관계자는 “조합에서 요구하는 수준으로는 적자가 너무 심해 공사 자체가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내외적인 변수로 공사비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수익은커녕 적자를 보면서 공사를 진행할 수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