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자잿값‧인건비 폭등에 시공사 공사비 증액 잇따라…입주 지연
신월4, 공사비 갈등에 입주 막혀…신반포4, 공기 8개월 늘어나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정비사업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 불똥이 일반분양자들에게 튀고 있다. 공사비를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의 팽팽한 힘겨루기로 공사가 중단된 곳이 있는가하면, 입주가 시작됐는데도 일반분양자들이 입주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에 소재한 신월동 '신목동파라곤'(신월4구역 재건축사업)은 지난 1일부터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조합과 시공사의 공사비 갈등 탓에 단지 입구가 컨테이너로 막혔다.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과 신월4구역 재건축조합이 추가 공사비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은 원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조합에 공사비 100억원 증액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합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오는 5월 입주를 앞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대치푸르지오써밋’(대치동구마을1지구 재건축) 사정도 마찬가지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최근 해당 조합에 미수금 지급과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조합원들에게 입주 키(key)를 주지 않겠다고 전달했다.
대우건설이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는 근거는 건설 원자재 가격 급등과 조합의 공사비 납부 연체 등이다.
이에 조합 측은 시공사와 도급계약 당시 '착공 후 물가 상승 반영이 없다'는 내용으로 계약서를 작성한 만큼 공사비 인상은 부당하다며 맞서고 있다.
공사비 갈등이 길어지며 입주예정시기가 늘어난 곳도 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 재건축)는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과 시공사인 GS건설과 수개월째 갈등을 빚다가 최근 공사비 증액과 공기 연장에 잠정 합의했다.
지난해 말 GS건설은 설계변경과 금융비용 등을 이유로 조합에 기존 9300억원에서 4700억원 증액한 1조4000억원의 공사비를 요구했다. 그러나 조합은 당초 2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됐던 공사비 증액이 두 배 이상 뛰었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에 양측은 우선 공사비를 1조1300억원으로 늘리고 공사 기간은 8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공사비 증액 문제는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공사비 갈등이 길어지며 해당 단지 준공 시기는 내년 8월에서 2025년 4월로 미뤄졌다.
오는 8월 말 입주 예정인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사업)도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조합과 시공사 간 기싸움이 지속되면서 공사 중단 위기에 놓였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조합에 커뮤니티 고급화와 특화설계 등에 투입된 공사비 등 1560억원을 증액해 달라고 요구했고, 조합은 공사비 증액이 타당한지 여부를 검증해줄 것을 한국부동산원에 요청한 상태다.
공사비 인상 문제로 몇 년간 첫 삽조차 뜨지 못하는 현장도 있다. 지난 2017년 8월 DL이앤씨(당시 대림산업)를 시공사로 선정한 서울 강남구 서초 신동아아파트 재건축사업은 현재 이주를 앞둔 상황이지만 현재까지 DL이앤씨와 본계약 체결이 미뤄지고 있다. DL이앤씨로부터 공사비 증액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조합이 2017년 8월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한 당시 평당 공사비는 474만원, 이번에 DL이앤씨가 제시한 평당 공사비는 750만~780만원대다. 이는 최고가 기준 1.64배 뛴 것이다. 현재 신동아아파트 재건축조합은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 의뢰를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공사비를 둘러싸고 건설사와 재건축조합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이유는 건설공사에 쓰이는 핵심 자재인 철근과 시멘트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건비 인상도 공사비 상승에 한 몫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자재, 노무, 장비 등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직접공사비에 대한 물가 변동을 추정하기 위해 작성되는 통계인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1월 기준 118.30에서 올해 1월 140.87로 상승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공사비 증액은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져 왔지만 최근 원자재가격이 많이 올라 증액되는 공사비가 조합의 예상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면서 “공사가 진행 중인 단지들이 모두 공사비 인상 압박을 받고 있어 입주 갈등 사례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