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원자재가격·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정비사업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를 두고 갈등을 빚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성남 ‘매머드급’ 재건축단지인 은행주공이 공사비 인상을 둘러싸고 시공사와 ‘계약 해지’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 주목된다.

22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이날 정기총회를 열고 기존 시공사인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시공권 계약 해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성남시 중원구 은행동 일대에 위치한 은행주공은 총 2010가구 규모로, 재건축을 거쳐 3400여 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조합은 지난 2018년 12월 시공사로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을 선정, 현재 관리처분인가와 이주‧철거를 앞두고 있다.

이 사업은 최근 시공사 측이 조합에 공사비를 3.3㎡당 490만원에서 667만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요구해 양측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은행주공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성격의 재건축 신속추진위원회(재준위) 관계자는 “최근 물가상승률을 따져봤을 때도 시공사가 주장하는 평당 667만원의 공사비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문제는 시공사가 주장하는 공사비도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산정한 것으로, 착공시점인 2025년 9월경엔 시공사가 추가 공사비 인상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조합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공사 측은 자재비와 인건비가 많이 올라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분양시장 상황이 좋으면 일반분양가를 높여 조합원 분담금을 낮추겠지만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라 위약금이나 사업 지연을 무릅쓰고서라도 현 시공사와 계약 해지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시공사 교체를 반대하는 조합원들도 있다. 이곳의 한 조합원은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할 경우 사업이 재개될 때까지 최소 6개월에서 1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데 공사 지연에 따른 비용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같은 공사비 문제로 기존 시공사와 해지를 추진하려다 새로운 시공사가 나타나지 않아 시공사 교체가 무산된 인근 산성구역 재개발구역 사례를 보더라도, 시공사를 교체한다고 해서 더 나은 시공사가 들어오리라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열리는 총회에서 조합원들이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동행을 택할지, 결별을 택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