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종윤 씨젠 대표. 사진=씨젠 제공
천종윤 씨젠 대표. 사진=씨젠 제공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코로나19로 수혜를 보면서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긴 씨젠이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분자진단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에 나선다.

씨젠은 코로나19 이후 매년 R&D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엔데믹 전환을 대비하고 있다.

씨젠은 지난해 R&D에 755억원을 투자했다. 2020년과 비교해선 3배 가까이 늘었다. 올 1분기에도 R&D에만 297억원을 지출했다.

매출액 대비 R&D비용은 2020년 2.33%에 그쳤으나, 지난해 5.51%, 올해 1분기에는 6.58%까지 확대됐다.

◇분자진단 대중화 위한 투자 지속

씨젠의 비전은 ‘분자진단의 대중화’다. 대형병원 뿐 아니라 중소형 병원까지 누구나 손쉽게 분자진단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씨젠은 R&D 역량을 다중분자진단(신드로믹) 기술, IT 융합 기술, 자동화 장비개발, 원 플랫폼 분자진단 솔루션 등 분자진단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씨젠은 신드로믹 기반 제품의 경쟁력 제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드로믹 검사란 다양한 질병을 한 제품을 통해 검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씨젠은 20여년간 분자진단 한 분야에서 축적한 개발 경험을 기반으로 'DPO', 'TOCE', 'MuDT' 등 고유의 특허기술을 활용해 하나의 튜브에서 다수의 바이러스 유전자를 검사해낼 수 있는 신드로믹 기반의 진단시약을 개발해냈다.

질병의 여러 가지 원인을 동시에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일례로 씨젠이 개발한 ‘올플렉스 RV 마스터’ 시약은 튜브 한 개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3종 △A·B형 독감 바이러스 △MPV(메타뉴모바이러스)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2종 △PIV(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4종 △Adv(아데노바이러스) 6종 △HRV(라이노바이러스) 3종 등 호흡기 바이러스 19종을 동시에 검사할 수 있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3 Ct’ 기술을 상용화한 제품을 개발, ‘신드로믹’ 검사 수준을 한층 더 강화했다. Ct값은 PCR 검사에서 감염원(타겟)의 정량적 지표를 말한다.

대부분 1개 채널에서 1개 타겟의 Ct값을 산출하는 것과 달리 이 기술은 정확도를 유지하면서 1개 채널에서 3개 Ct값을 구현해낸다.

즉, 동일한 장비로 3배 분량의 검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대용량 검사가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씨젠은 이 기술을 활용해 1개 튜브에서 5개 채널을 활용해 15개 타겟의 정량적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했다.

씨젠의 ‘3 Ct’ 기술이 첫 적용된 신제품은 ‘올플렉스 HPV HR 디텍션’이다. 이 제품은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수 있는 HPV 고위험군 14종을 타겟으로 한다.

경쟁사 제품이 HPV16, HPV18 2종에 대해서만 개별 Ct값을 제공하는 반면, 씨젠의 신제품은 14종의 개별 Ct값을 통해 각각의 감염 정도를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씨젠은 추후 RV(호흡기질환), STI(성매개감염증), GI(소화기감염증), UTI(요로감염증) 등의 기존 제품은 물론, 향후 개발될 제품에도 ‘3 Ct’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검사 장비 개발도 씨젠이 분자진단 대중화를 위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분야다. 씨젠은 지난해 핵산 추출부터 PCR 검사 및 결과 분석 등에 이르는 분자진단 검사 프로세스를 자동화한 분자진단 장비 솔루션인 ‘AIOS(에이오스)’를 개발했다.

AIOS 가장 큰 특징은 조합형이라는 점이다. 통상 분자진단 검사 자동화 시스템이 일체형인 것과 달리 AIOS는 핵산추출 기기, PCR 기기 등 기존 분자진단 기기들을 거의 변경하지 않고 독자적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조합 방식으로 연결하다.

이에 따라 사용처에서는 이미 보유중인 분자진단 기기를 활용해 자동화 시스템을 구현할 수도 있고, AIOS 시스템 전체를 새로 구비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유지나 보수,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 사후관리도 쉽다.

씨젠은 AIOS로 대용량의 자동화된 신드로믹 검사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원재료를 내재화하기 위한 R&D 투자도 이뤄졌다. 씨젠은 지난해 추출시약과 올리고, 효소 등의 핵심 원재료를 내재화하는 성공했다.

'올플렉스 RV 마스터' 사진=씨젠 제공
'올플렉스 RV 마스터' 사진=씨젠 제공

◇분자진단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

R&D 투자를 통한 씨젠이 목표로 정한 종착지는 ‘분자진단 플랫폼 기업’이다. 씨젠은 지난해 진단시약 개발에 디지털 방식을 도입해 분자진단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임을 선언했다.

전 세계 바이오 전문가라면 누구나 씨젠의 기술과 인프라를 활용해 필요한 진단시약을 손쉽게 개발할 수 있는 ‘개발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씨젠은 IT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특히, IT인력에 대한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씨젠의 IT개발인력 등 연구인력은 올해 1분기 599명으로 지난해말보다도 63명 늘어났다. 2020년 말과 비교해선 2.3배나 충원됐다.

씨젠은 지난해 진단플랫폼연구소 총괄로 마이크로소프트와 LG전자 소프트웨어센터 출신의 민경오 사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씨젠은 이러한 IT투자를 통해 진단시약 개발을 아날로그 방식이 아닌 ‘플랫폼 기반’ 방식으로 전환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씨젠은 이러한 분자진단 플랫폼 사업의 첫걸음으로 올해 100개의 진단시약 개발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에도 돌입할 방침이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분자진단 플랫폼 사업을 통해 인간의 질병 뿐 아니라 동물·식물·식품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단시약 포트폴리오가 확대될 것으로 씨젠은 기대했다. 

씨젠 관계자는 “분자진단 플랫폼 인프라 구축 등 R&D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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