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형소형모듈원전기술개발사업단 “기본설계 완성, 세부설계 중”
[대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김한곤 혁신형소형모듈원전(i-SMR) 기술개발사업단장이 i-SMR의 기본설계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현재 세부설계를 진행하면서 경제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i-SMR기술개발사업단이 위치한 대전 유성구 엑스포로 사이언스센터에서 8일 만난 김 단장은 “i-SMR의 기본적인 설계는 완성됐다”며 “지금부터 세부적인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i-SMR기술개발사업단은 1년 전인 2023년 7월 10일 출범했다. 1년을 갓 넘겨 기본설계를 완성한 것이다.
김 단장은 i-SMR의 대략적인 사양을 밝혔다. i-SMR은 높이가 25m가량의 원기둥 형태로 지하 40m 깊이에 설치된다. 내부에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원자로냉각재펌프 등 주요기기를 넣어 가열된 증기를 배출한다. 배출된 증기는 외부의 스팀발전기를 움직여 전기를 생산한다. 잔열을 품은 온배수는 강이나 바다에 배출한다. 4개의 모듈로 구성되며 설비용량은 총 640MW다.
i-SMR은 핑크수소로 불리는 수소생산에도 사용되고 제어봉을 통해 부하추종도 가능하게 설계됐다. 대형원전과 달리 다목적인데다 분산에너지로서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 게다가 부하추종을 위해 대형원전에서 사용하는 붕소를 사용하지 않아 핵폐기물을 줄이는 장점도 있다.
또 i-SMR에 ‘완전 피동형 안전계통’을 적용해 유사시 필요한 원자로를 냉각하는데 별도의 전원 없이 용기 내부에서 자연적인 물순환을 통해 과열된 원자로를 식힌다.
이는 미국의 뉴스케일의 SMR과 구별된다. 뉴스케일 SMR은 사고를 대비해 수조에 설치되는데 완전 피동형 안전계통을 적용한 i-SMR에는 수조가 필요 없다.
김 단장에 따르면 i-SMR을 구현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경제성 있게 만드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특히 펌프, 밸브, 계측기를 설계할 때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염두에 둔다. 이들 3종의 기기는 기존에 없던 것으로 완전히 새로 개발해야하는 품목이다.
김 단장은 “i-SMR에 4개의 소형 펌프와 밸브들을 설치한다”며 “펌프를 소형화하는 것이 하나의 과제이고 소형밸브의 경우 안전과 관련돼 있어 제작 요건이 까다롭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밸브를 다량으로 만들어 본 경험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i-SMR 용기 내부의 온도, 압력, 유량을 감지하는데 필요한 계측기를 설치하는 것도 숙제”라며 “대형원전의 경우 센서에 선을 연결하기 쉬운데 i-SMR의 경우 용기 안에 있어 선을 마음대로 끌고 나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2025년 표준설계완성, 2028년 표준설계인가라는 시간표를 지키는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봤다. 다만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2034~2035년 SMR을 설치한다는 일정이 새롭게 추가돼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11차 전기본 실무안엔 2034년 9월부터 2035년 6월까지 3개월에 하나씩 SMR을 완성해야 한다”며 “2022년 i-SMR이 받은 예비타당성 조사는 표준설계인증까지 반영돼 있는데, 11차 전기본 실무안에 따르면 실물을 만들어야 해서 새롭게 예타를 받을지 현재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세계 각국이 SMR 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만큼 기술개발 외에 시간싸움도 벌여야 한다.
그는 “최근 체코정부가 영국 롤스로이드사의 SMR을 설치한다고 발표하는 등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이 SMR 경쟁에 나서고 있다"며 "영국 롤스로이드 SMR의 경우 한국 i-SMR, 미국 뉴스케링 SMR과 달리 원자로와 증기발생기가 따로 있어 발전소 하나에 SMR을 한 개 밖에 설치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체코에 설치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SMR을 둘러싼 국제경쟁을 고려해서다”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SMR을 둘러싼 글로벌 각축전이 첨예하다는 말이다.
김 단장의 사무실 문앞에는 홀로그램으로 구현한 i-SMR 설명기기가 있다. 동영상으로 i-SMR이 구동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해를 도왔다. 원자로에서 나온 열로 덮혀진 증기가 상부의 펌프 작용으로 순환되다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 단장은 “홀로그램 모형을 가지고 다니면 설명하기 쉽다”며 웃음지어 보였다. 그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신규 원전의 노형인 APR-1000도 설계했다. 그렇게 혁신형 SMR 기술개발사업은 영글고 있다.
김 단장은 1964년 생으로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원자력공학을 전공하며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수원에서 한국형 원자로인 APR-1400을 개발했으며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서 APR-1400 인허가를 획득했다. 한수원 중앙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하다가 작년 1월 i-SMR기술개발사업단으로 옮겨 i-SMR개발을 총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