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 칼럼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엄정숙 변호사] '공장도 상가법 보호? 적용대상인가'라는 주제는 최근 부동산 실무자들과 임대차 당사자들에게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통상적으로 ‘제조업 공장’이라 하면 물건을 생산·가공하는 곳으로 여겨져, 상가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의 적용 대상인 ‘영업용 건물’과는 거리가 멀다고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대법원 2024다264865 판결은 이같은 기존 통념에 균열을 가져왔다. 법원은 해당 건물이 비록 ‘공장’으로 등록되어 있더라도, 그 안에서 실질적인 영업활동이 이루어진다면 상가임대차법의 보호 대상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임대인은 “건물이 공장용도라는 점은 명백하다. 오직 제조만을 위해 사용되므로, 임차인이 상가임대차법에 따른 계약갱신요구권이나 임대료 인상 제한 등 보호를 누릴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반면 임차인은 “단순히 제품을 만들고 가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객과 직거래를 하며 실제로 대금거래 및 세금계산서 발행까지 진행해 왔다. 이는 명백히 영업행위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상가임대차법의 입법 취지는 ‘영업을 목적으로 한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제조업 공장이라 하면 일차적으로 ‘생산활동’만 이뤄지고, 그 밖의 직접적인 판매나 거래는 다른 장소에서 이루어진다고 여겨 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형식적으로 공장으로 등록되었는지 여부보다 실제로 해당 건물 안에서 어떤 행위가 발생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판결을 통해, 만약 그곳에서 고객 상담이나 계약 체결, 물품 대금 결제, 세금계산서 발행 등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상가임대차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는 임차인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그간 공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상가임대차법 적용을 배제당해 각종 보호 조항을 누리지 못했던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계약갱신요구권이 인정되지 않아 오랜 기간 임차인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웠던 상황이 빈번히 벌어졌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비록 공장용도라 해도 거래행위가 병행되는 ‘영업용 건물’로 간주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졌다.

다만, 그 판단의 핵심은 임차인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건물 내부에서 영업활동이 이뤄지고 있음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 예컨대 거래명세서, 계약서, 세금계산서, 고객 방문 기록 등이 필요하다. 또한 사업자등록을 실제 주소지로 해두었는지, 그 주소로 매출이 발생하는지 등을 명백히 해 둬야 한다. 만약 이를 입증할 만한 서류가 없다면, 임대인은 “실제로는 오로지 제조만 하고, 영업행위는 다른 장소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상가임대차법 적용을 부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판결이 주는 시사점은 임대인에게도 유효하다. 임대인은 공장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혹은 갱신 시점에서 임차인이 단순 제조만 하는지, 아니면 생산과 더불어 판매나 유통, 계약 체결 등을 하고 있는지 확실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를 간과하고 ‘공장이므로 상가임대차법 적용 불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접근했다가, 분쟁이 발생하면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영업행위가 확인될 경우, 임차인은 상가임대차법상의 갱신요구권이나 임대료 인상 제한 조항을 적극 활용해 임대인의 의도와 달리 계약을 유리하게 끌어갈 수 있다.

결국 대법원의 이 판결은 임대차보호법체계에서 “형식보다 실질”을 중시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과거에는 공장 건물이라 하면 영업용 건물과는 별개라는 견해가 주류였지만, 이제는 실질적으로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면 상가임대차법의 적용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이는 제조업 공장을 비롯해 창고, 작업장 등으로 등록된 건물에서도 적극적으로 판매나 유통을 병행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요컨대, 상가임대차법을 둘러싼 실무 환경은 이번 판결로 인해 한층 복잡해지면서도 동시에 현실 친화적으로 변화했다. 임차인은 “제조도 하고 있지만, 이 건물 안에서 직접 영업도 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증명해두면 상가임대차법의 보호 우산 아래에 들어갈 수 있다. 반대로 임대인은 계약서 작성 시점부터 건물 사용 목적과 실질적 영업활동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야, 나중에 불필요한 분쟁에 휘말리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결국 “공장은 공장, 상가는 상가”라고 단순 구분하기보다는, 실질적 영업행위 여부가 임대차보호의 핵심 잣대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 이번 판결의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저작권자 ©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