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 칼럼
[데일리한국=엄정숙 변호사] 최근 대법원의 판결(2022다219465 소유권말소등기)이 상속과 유류분 문제에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여 주목받고 있다. 상속을 포기한 사람이 생전에 증여받은 재산이 유류분 산정에 포함될 수 있는지가 그 핵심이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 법률 문제를 보다 친숙하고 명확한 방식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이번 칼럼은 단순히 법률적 해설을 넘어, 일상 속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는 상속 문제의 복잡한 법리적 측면을 깊이 있게 조망하고자 한다. 대법원의 판결에 담긴 법적 의미와 그 사회적 함의를 함께 탐구함으로써, 독자들이 상속과 유류분 문제를 보다 명료하게 이해하고, 나아가 자신의 상황에 적용해 볼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하고자 한다.
한 남성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재혼한 배우자(새어머니)와 전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전처아들)를 남겼다. 전처아들은 아버지가 생전에 증여해준 부동산을 포함하여 아버지로부터 부동산을 증여받았지만, 아버지가 사망한 후 상속을 포기했다. 새어머니는 전처아들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을 청구했다. 여기서 유류분이란, 법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상속 몫을 말한다.
새어머니는 전처아들이 상속을 포기했더라도, 아버지가 생전에 증여해준 부동산은 유류분을 계산할 때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전처아들이 받은 부동산을 포함한 재산을 고려하여 자신의 몫을 더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처아들은 상속을 포기했으므로 상속인이 아니며, 따라서 자신이 받은 증여는 유류분 산정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맞섰다. 또한 해당 증여가 아버지의 사망 1년 전 이루어진 것이므로, 법적으로 유류분 반환 청구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새어머니의 손을 들어주었다. 전처아들이 상속을 포기했지만, 그가 받은 부동산 증여는 유류분 산정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이 결정은 전처아들의 상속포기에 따른 법적 지위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이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상속을 포기한 사람은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닌 것으로 간주되므로, 그에게는 민법 제1008조의 '공동상속인'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민법 제1114조가 적용되어, 상속포기자가 받은 증여는 상속 개시 1년 내의 증여나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의도가 있는 경우에만 유류분 산정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이번 사건에서 전처아들의 증여는 상속 개시일로부터 1년 전인 2011년 11월에 이루어졌다. 또한 당시 새어머니는 재혼 전이었으므로 유류분권리자가 아니었다. 따라서 전처아들과 돌아가신 아버지가이 새어머니에게 손해를 가할 의도로 증여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전처아들이 받은 아버지의 생전 부동산 증여는 유류분 반환 청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이다.
- 민법 제1114조: 유류분 산정 시 포함되는 증여의 범위를 규정한다. 상속 개시 전 1년 내의 증여나, 증여 당시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한 증여만이 포함된다.
- 민법 제1008조: 공동상속인 중 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 그 상속분을 조정하는 규정이다. 유류분규정에도 준용된다. 결과적으로 공동상속인 중 특별수익(생전 증여 등)은 민법 제1114조와 같은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상속포기자의 지위를 명확히 하고, 유류분 산정에 포함되는 증여 재산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상속을 포기한 사람은 상속인이 아니므로, 그의 생전 증여는 제한적으로만 유류분 산정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생전에 받은 증여 재산이 상속포기로 인해 유류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번 판결은 상속포기자와 유류분권리자 모두에게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
상속과 유류분 문제는 복잡하고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상속을 포기하더라도 생전 증여받은 재산이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대한 이번 대법원의 판단은 많은 이들에게 중요한 참고가 될 것이다. 상속과 증여를 계획하는 사람들은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신중하게 검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