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여수 2공장 전경. ⓒ GS칼텍스
GS칼텍스 여수 2공장 전경. ⓒ GS칼텍스

[데일리한국 김소미 기자] 탈탄소 시대를 맞아 정유업계가 지속가능항공유(SAF·바이오항공유)를 주목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수송용 SAF 의무 사용 비율을 2% 적용(리퓨얼 EU)하고 2030년 14%, 2050년 60%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이미 프랑스는 1%의 SAF 의무 사용을 실시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22년에 영국 쉘사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026년부터 5년 동안 아시아·태평양 및 중동 지역의 공항에서 우선적으로 SAF를 받기로 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시행될 '리퓨얼 EU' 항공 규정으로 SAF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했다.

SAF는 기존 석유 항공유를 대체하는 바이오 연료를 의미한다. 주로 △동식물성 기름 △폐식용유 △해조류 △사탕수수 △바이오매스 등을 활용해 생산된다.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을 80%까지 줄일 수 있다. 특히 석유제품 대신 사용할 수 있어 국내 정유사들 모두 차세대 탈탄소 에너지원으로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더인텔리전스는 글로벌 SAF 시장 규모가 내년에 100억달러(약 13조원)로 커진 뒤 2035년에는 215억달러(약 28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정유사들도 이에 맞춰 SAF 사업을 키우려 한다. SK이노베이션은 SK 울산콤플렉스에 오는 2026년 상업 생산을 위한 SAF 생산 설비를 짓고 있다. 또 지난해 미국 펄크럼에 260억원을 투자해 생활폐기물을 원료로 한 합성 원유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자회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통해 중국에서 폐식용유 판매업을 하는 진샹에 투자했고, 10월에는 대경오앤티 지분 투자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한국과 중국에서 바이오 원료를 확보하고 이를 활용해 바이오 연료 사업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달에는 SK에너지에서 인적분할로 설립한 SK엔텀을 100% 자회사로 출범시켜 SAF 등 저탄소 원료 및 제품을 저장해 출하하는 영역으로의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대한항공과 '화이트 바이오' 연료 공장을 추진하고 국내 바이오 항공유 제조 및 연구·조사에 착수했다. 내년 상반기 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는 만큼 본격적인 양산은 그 이후로 전망된다. 더불어 지난해 10월 코린도그룹, LX인터내셔널과 각각 연간 4만t, 총 8만t에 달하는 팜잔사유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팜잔사유 외에 버려지는 식용유를 재활용해 바이오디젤 공장 의 원료로 사용할 방침이다.
 
GS칼텍스는 대한항공과 함께 지난해 정부가 주도한 바이오항공유 시범 운항사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9월부터 인천-미국 LA 대한항공 화물기편에서 SAF 2%를 혼합한 항공유로 6차례 시범 운항을 실시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합작해 인도네시아에 바이오원료 정제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이 SAF 사업에서 성과를 내려면 해외처럼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지난해 3월부터 자국 내 SAF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기존 항공유보다 가격이 비싸고 아직 판매루트가 많지 않아 초기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SAF 사용 의무 확대에 따라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일반 항공유에 비해 4배 정도 생산 비용이 필요하다"며 "세액공제율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도 국내 바이오 항공유 생산 인프라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가 투자 세액공제, 소비보조금 등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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