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숙 전 국회보좌관
산업통상자원부가 석유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동해 울릉분지의 심해탐사 예산에 소요될 비용 5000억 원 중 2025년 1000억 원의 예산을 우선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울릉분지의 심해탐사 컨설팅을 진행했다는 액트지오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한국석유공사는 정보 일체를 비밀에 붙이고 있고,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산업부가 예산 확보를 미리 발표하는 것은 상당히 부적절해 보인다.
컨설팅 기관과 분석 결과에 대한 의혹은 차치하더라도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탐사자원량 발표가 따로국밥이라는 점이다.
동해 울릉분지에 석유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2020년 산업부가 국회에 제출한 성과보고서에 따르면 동해 심해탐사자원량은 3.89Tcf(약 8억 원유환산배럴)로 적시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 대통령이 발표한 동해 탐사자원량은 최대 140억 배럴이다. 무려 17.5배 차이가 난다. 급기야 "숫자보다는 가능성을 보자"는 석유공사의 궁색한 답변이 이어지는 헤프닝마저 벌어졌다.
어떤 기업도 과학적 데이터 없이 가능성만으로 투자를 결정하지 않는다. 하물며 국민 세금을 쏟아붇겠다면서 투자 리스크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진행된 것인지 확인해주지 않는다면 산업부가 어떤 명분으로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산업부는 17.5배로 불어난 탐사자원량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한다. 동시에 석유공사는 리스크 평가가 제대로 이행되었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후에 예산 확보에 나서는 것이 매끄러운 일처리일 것이다.
자원 개발과 관련해서는 어느정도 비밀엄수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자원개발의 가장 첫 단계인 탐사결정부터 불명예스러운 의혹에 휩싸인다면 수십조원의 혈세를 낭비했던 과거 정부의 실수를 또다시 반복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