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증권사 중 일임형 ISA 신규 가입 가능 3곳
높은 수수료·좁은 선택 폭에 투자자 외면
운용에 품 많이 들어...기존 가입자 운용도 부담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증권사들이 연이어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신규 가입을 중단하면서 10대 증권사 중 겨우 3곳만 신규 가입이 가능해진다. 기존 가입자들을 위한 운용은 유지될 예정이나 적은 가입자 대비 운용 자체가 시간과 품이 많이 들어 신규 가입뿐만 아니라 기존 가입자를 위한 운영도 울며 겨자먹기식일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다음달 9일부터 일임형 ISA의 신규 가입을 중단한다. 단, 현재 가입 중인 고객의 추가 입금과 자금 운용은 그대로 운용한다.

일임형 ISA란 금융회사가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뒤 개인 투자자의 요청에 따라 일임된 재산을 포트폴리오대로 운영하는 상품이다. 통상 포트폴리오는 투자위험도로 구분된다.

당초 ISA가 처음 도입된 2016년에는 일임형과 함께 신탁형 ISA로 구성됐는데, 일임형 ISA의 경우 비교적 높은 수수료와 선택의 폭이 좁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혀 투자자들은 신탁형 ISA를 주로 찾았다. 실제로 지난 5월말 기준 일임형 ISA 가입자 수는 약 13만명으로 신탁형 ISA의 82만명의 1/6 수준이다.

더군다나 2021년 주식에 직접 투자가 가능한 중개형 ISA 상품이 출시되면서 투자자들이 중개형 ISA에 쏠려 일임형 ISA는 더욱 외면받게 됐다. 중개형 ISA는 출시된 지 약 3개월 만에 가입자 수 50만명을 돌파해 일임형 ISA의 가입자 수를 추월했다.

그러자 가장 먼저 하나증권이 2021년 10월 8일 자로 일임형 ISA 상품 운용을 종료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중개형 ISA가 강점이 많아 해당 상품에 집중하고자 일임형 ISA 운용을 종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022년에는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에는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이 신규 가입을 중단했으며 지난 6월에는 신한투자증권도 중단했다.

다음달 삼성증권이 일임형 ISA 신규 가입을 중단하면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 중 신규 가입이 가능한 곳은 메리츠증권, KB증권, 키움증권 등 총 3곳에 불과해진다.

일임형 ISA 신규 가입이 가능한 증권사 3곳은 당분간 신규 가입을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실제로 도입될 경우 중개형 ISA 유입이 더욱 많아질 수 있다. 금투세의 경우 매매 차익에 세금을 매기는데, 중개형 ISA는 매매 차익에 비과세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향후 중개형 ISA 가입자가 더욱 늘어날 경우 효율화를 위해 추가적인 일임형 ISA 신규 가입 중단 회사가 나올 수 있다.

또 업계는 일임형 ISA 기존 가입자들을 위해 운용을 유지하는 것 자체도 이미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임형 ISA의 경우 수익률을 공시할 때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수익률을 산출하거나 검증하는 등 회사 외부로 업무가 연장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는 상품이다"라며 "수익적인 면에서 크게 도움이 안 되나 기존 가입자들을 위해 서비스를 유지해야 해 울며 겨자 먹기로 운영하는 형식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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