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방식 검토하다 우협 지위 박탈
웨스팅하우스, 2009년 UAE 바라카 원전에서 핵심부품 로열티 챙겨

한수원이 체코 신규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체코 정부와 협상에 돌입했다. 사진은 17일 오후 체코 정부의 발표 모습. 체코어로 "체코 원전을 한수원이 건설할 예정"이라는 문구가 자막으로 나가고 있다. 사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한수원이 체코 신규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체코 정부와 협상에 돌입했다. 사진은 17일 오후 체코 정부의 발표 모습. 체코어로 "체코 원전을 한수원이 건설할 예정"이라는 문구가 자막으로 나가고 있다. 사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체코 신규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우협)로 선정된 한국수력원자력은 체코 정부와 재원 출연처, 개별기업과의 계약 등 세부 내용을 협의하기 시작했다고 18일 밝혔다.

한수원은 체코정부와의 협의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면 본 계약을 내년 3월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한국형 원자로인 APR-1400을 둘러싼 지적재산권 분쟁 결과에 따라 계약 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한수원이 체코정부와 협의할 내용 가운데 가장 주요한 내용은 재원조달 방식이다. 1기당 12조 원, 2기 24조 원의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만큼 재원에 관한 사항은 본 계약의 핵심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체코정부와 향후 협상을 통해 재원조달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체코 신규원전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한국수출입은행이 부담할지, 체코정부가 부담할지, 제3의 형태로 진행할지 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협상에서 재원조달 방식이 주목받는 이유는 2017년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으로 선정된 한전이 영국 정부가 제안한 새로운 사업방식을 검토하다가 우협 지위를 잃은 경험이 있어서다. 

당시 영국 정부는 원전 건설에 필요한 재원 조달을 도와주는 대신 사업자와 수익률을 나눠갖는 방식(RAB, Regulated Asset Base)을 제안했다.  

한전이 RAB를 검토하느라 시간이 걸리자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자 누젠(NuGen)의 지분을 팔기 위해 한전을 우협으로 선정한 일본의 도시바가 한전의 우협 지위를 박탈했다. 당시 도시바는 누젠의 소유주로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권을 보유했다. 

당시 한전은 결국 누젠 지분 인수 우협 지위를 회복하지 못했고 결국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에서 손을 떼야 했다. 

한수원이 한국형 원전 APR 1400을 둘러싸고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진행 중인 지적재산권 분쟁의 결과도 체코정부와의 본계약 내용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09년 한전이 UAE 바라카 원전을 수주했을 때 웨스팅하우스는 △원자력연료 안전해석 설계 코드 △원자로 냉각제 펌프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 등 핵심기술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주장하며 로열티를 챙기거나 자사가 추천하는 제품을 사용하도록 요구했다. 

한국 원자력계는 1997년 기술사용협정을 맺었고 일부는 국산화해 지적재산권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웨스팅하우스 때문에 관련 기술을 보유한 일부 한국 원전부품을 UAE 바라카에 납품하지 못했거나 납품했어도 기술사용료를 물어야 했다.

따라서 체코 신규원전 본계약에서도 웨스팅하우스가 핵심부품에 대한 원천기술을 주장하면 기술사용료를 지불해야 하거나 체코 정부와의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는 기업이 나올 수도 있다.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에 대해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요청한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동시에 핵심부품 국산화를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 체코 정부와 본계약에 웨스팅하우스의 입김이 얼마나 작용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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