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학원 등 대주주 지분 30% 인수
경영권 프리미엄 1800억원 더해 책정
금융당국 적격성 심사 통과 여부 미지수

한양증권 본사. 사진=한양증권
한양증권 본사. 사진=한양증권

[데일리한국 장은진 기자] 한양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KCGI가 선정됐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양증권의 최대주주인 한양학원 측은 이날 우선협상대상자로 KCGI를 선정했다. 차순위 협상 대상자는 LF가 차지했다.

매각 대상 지분은 한양학원이 보유한 지분(16.29%) 중 일부인 11.3%를 포함해 백남관광(10.85%)과 에이치비디씨(7.45%) 등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한양증권 지분 30%가량이다. 이번 거래를 마친 뒤에도 한양학원과 김종량 한양대 이사장은 지분 9%를 보유한 2대주주로 남게 된다.

KCGI이 한양학원 측에 제시한 인수금액은 약 24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날 종가 기준 한양증권 시가총액은 1983억원으로 매각 대상의 지분가치는 약 600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1800억원에 이른다.

앞서 한양증권 인수전엔 KCGI를 비롯해 케이알앤파트너스-HXD화성개발 컨소시엄, 패션그룹 LF, 케이프투자증권 등이 예비입찰에 참여해 뜨거운 물밑 경쟁을 벌였다.

이 중 KCGI와 LF그룹이 제시한 가격은 엇비슷한 수준으로 전해졌다. KCGI가 당초 예상대비 높은 인수가를 써내면서 한양증권 새 주인에 낙점됐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KCGI가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부분이다. 현재 한양학원 매각을 둘러싸고 온갖 ‘파킹딜’ 의혹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양증권은 자기자본 기준 국내 30위권의 강소 증권사로 지난해 영업이익은 463억 원, 당기순이익은 351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기준 순자산은 4898억 원을 기록했다. 기업금융·채권 부문에 강점이 있는 증권사로 평가받으며 한양재단의 캐시카우이기도 하다. 서울 여의도 본사 사옥 등 부동산 자산 시장가치만 1000억 원을 상회한다.

그럼에도 한양학원이 한양증권을 매각하게 된 공식적 이유는 대학과 병원의 재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한양대는 16년째 대학 등록금이 동결된 여파를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양대병원 또한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파업으로 경영난에 빠져 있다.

여기에 한양산업개발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파동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한양학원과 김종량 이사장이 각각 ‘5%'에 못 미치는 지분을 남기고 매각한 부분이 파킹 딜 의혹에 힘을 실어 준다. 2대주주로 남으면 지분변동 후 5거래일 내 공시 의무에서 벗어나게 된다.

파킹 딜 의혹에 힘을 실어 주는 또 다른 요소는 김종량 이사장의 아들이다. 한양증권이 시장에 나오기 불과 1년 전 강성부 대표는 한양대학교 경영대학의 대우교수로 활동했을 뿐만 아니라 김종량 이사장의 아들을 KCGI에 채용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잡음이 잦아들지 않자 금융당국도 한양증권 매각 거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대주주 변경 심사 시 더 엄격하게 보겠다는 입장이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주인 자격을 검증하는 절차다. 금융당국이 파킹거래 등을 포착하면 인수를 막을 수 있다.

실제 2015년 일본계 사모펀드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PE)는 현대증권(현 KB증권) 우협에 선정됐지만 파킹거래 논란 속에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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