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 개선·공적역할 강화’ 두 마리 토끼 잡을지 주목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임직원 땅 투기, 부실시공 등 각종 논란으로 한때 국민들에게 자괴감을 안겼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환골탈태 중이다. 그 이면에는 온 국민의 질타 속에서도 뚝심 있게 혁신을 이어온 이한준 사장이 있다. 과거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 공기업을 안정화시킨 그가 경험을 살려 LH의 완벽한 체질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도시·주택과 교통 분야 전문가…GTX 최초 설계
지난 2022년 11월 LH 6대 사장으로 취임한 이한준 LH 사장은 40여년간 공공과 민간, 학계에서 전문경영인과 학자로 활약한 도시·주택과 교통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한양대 도시공학과 졸업 이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 홍익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과 경기도지사 정책특별보좌관,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을 지냈다.
2006년 김문수 경기지사 시절 그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을 최초 설계했으며, 2008년 GH 사장을 맡았던 당시에는 경영난에 봉착한 GH의 신용등급을 AAA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이외에도 광교·다산신도시 사업, 평택 삼성전자 유치, 판교 테크노밸리 정상화 등을 이끌었다.
그는 2021년 LH 임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과 지난해 LH아파트 철근누락 사태로 LH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던 상황에서 본인만의 소통과 신뢰의 리더십으로 LH 재도약의 기틀을 확립하는 데 앞장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앞서 LH는 지난 2020년 내부 정보를 활용한 땅 투기 의혹 등이 불거지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여기에 지난해 5월 인천 검단 LH 신축아파트 현장에서 철근 누락으로 인한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하며 LH의 이미지는 더욱 실추됐다.
그는 지난해 8월 전관예우 근절, 부동산투기 행위 방지, 성과 중심 인사체계 개편을 포함한 혁신계획안을 내놨다. 조직의 권한과 규모를 축소하고, 전관 특혜로 얼룩진 이른바 ‘건설 카르텔’을 뿌리 뽑기 위해 퇴직자 취업 제한 대상을 넓힌 것이 주요 내용이다.
올해 1월에는 △기술책임 혁신 △품질관리 혁신 △건설풍토 혁신 △인적자원 혁신 △디지털DX 혁신 등 5개 부문 44개 과제를 담은 ‘건설 혁신방안’도 발표했다.
이 사장은 당시 “국민 안전이라는 기본가치 아래 부실시공을 없애고 고품질 주택을 건설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나아가 스마트기술 확대, 생산방식의 점진적 변화 등 건설업 혁신에 앞장서 건설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 현장경영 광폭행보…소통‧공감 조직문화 구축
현장경영도 이 사장의 트레이드마크다. 이 사장은 LH 사장 부임 직후 기존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현장 중심의 경영을 실현하겠다는 취지로 취임행사를 생략하고, 첫 공식 일정으로 인천계양 테크노밸리 공공주택지구 착공식을 찾았다.
취임 20개월이 지난 현재에도 그는 수도권 3기신도시 현장과 지방 건설현장 곳곳을 누비며 현장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이 사장의 현장경영은 조직 문화 구축에서도 드러난다. 내부 임직원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조직 내 결속력을 심화해 나가고 있다. 고위직에게는 다소 엄한 편이지만 낮은 직급에는 관대하고, 직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직원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게 LH 내부의 평이다.
그는 지난 5월 경남 진주시 LH 본사에서 2030 청년 직원들로 구성된 ‘LH 2030 청년소통단’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LH 2030 청년소통단’은 CEO와 2030 직원 간 소통 강화를 위해 사회초년생 저연차 직원부터 주말부부, 다자녀 가구 등 다양한 청년 직원들로 구성된 내부 단체다.
또한 그는 LH 서울지역본부 사내카페에서 일일 바리스타로 변신해 직원들에게 직접 커피를 전달하며 업무 애로사항을 듣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함께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이 사장은 “장차 회사를 이끌어갈 청년 직원들의 창의적인 업무 아이디어부터 현실적인 고민까지 직접 듣게 돼 뜻깊은 시간이었다”면서 “앞으로도 직원들의 의견 청취를 위한 자리를 계속 마련해 LH에 소통과 공감의 조직문화가 구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공공기관평가 등급 ‘상승’ 주역…재무구조 개선은 풀어야할 과제
LH는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보통(C)’ 등급을 받았다.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논란이 불거지며 LH는 2020년 이래 2022년까지 3년 연속으로 ‘미흡(D)’이 책정됐으나 한 단계 상승한 것이다.
이는 지난 2022년 11월 취임한 이 사장에게 한 해 경영이 모두 평가된 첫 성적표로, 그가 취임 이후 꾸준히 밀어왔던 조직혁신 노력이 비로소 빛을 발했다는 평이 나온다.
그럼에도 LH의 공적 역할은 LH의 재무구조 개선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3기 신도시 건설과 주택 270만 가구 이상 공급,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인수 등의 역할을 LH에 일임한 상태다.
LH는 200% 이상을 웃도는 부채비율로 2022년 6월 기획재정부로부터 재무위험기관에 지정됐다. 지난해 말 결산 기준 LH의 부채 총계는 152조8473억원으로 부채 비율은 218.3%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공공임대주택사업 부진과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분양물량이 줄어들면서 급격한 실적 감소도 동시에 겪었다. LH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3조8840억원, 영업이익 43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9% 줄고 영업이익은 40분의 1 이상 쪼그라든 것이다.
LH의 공적 역할 확대로 향후 적자와 부채비율 상승이 예상되지만, 묵묵히 공기업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는 “부채비율 증가를 우려할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이 어려워 민간 투자를 기피할 때 일시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져도 공적 역할을 하는 게 공기업 역할”이라며 “부동산 시장 부실을 종결시키고 전세사기를 미연에 방지해 국민들께 삶의 터전을 제공하는 게 공공의 주요 역할이고, 이는 LH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GH 사장 재임 시절 전략가적 면모를 발휘한 이 사장이 LH에서도 ‘재무구조 개선’과 ‘공적역할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