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반년 가까이 구정 공백…與 책임져야"
호준석 "책임 통감하고 사과…변명할 수 없어"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국민의힘 소속 문헌일 전 서울 구로구청장이 170억 원어치 주식을 백지신탁하는 대신 구청장직 사퇴를 결정한 데 대해 여당은 16일 '당과 교감이 없었던 사안'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결국 고개를 숙였다. 야권은 보궐선거와 구청장 공백으로 인한 '혈세 낭비'를 강조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날(15일)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문 전 구청장은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지난 12년간 야당이 내리 당선된 '야당 텃밭' 서울 구로구의 승기를 잡았다. 문 전 구청장은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회사 주식을 팔거나 백지신탁해야 한다'는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으나, 1심과 2심 법원에서 모두 패소했다.
결국 문 전 구청장은 구청장직 사퇴로 170억 원어치 주식을 지키기로 했다. 정보통신설비 회사 '문엔지니어링'을 운영해 온 문 전 구청장은 회사로 돌아간다고 전해졌다. 문 전 구청장의 사퇴에 따라 내년 4월 2일 구로구청장 보궐선거를 치른다. 구청장이 새로 선출되기 전까지 엄의식 부구청장의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보궐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돈 수십억원이 드는데, 자기 돈 170억원은 귀하고 국민 돈 수십억원은 흔한 거냐"라며 "내년 4월까지 구정에 공백이 발생하고, 새로운 구청장이 뽑힌다고 해도 업무 파악하다 보면 임기가 끝나버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회의를 마친 뒤 "문헌일 사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같은 당 강유정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40만 구로구민을 책임지는 국민의힘 소속 문 구청장이 직을 던졌다. 자신이 가진 170억 원대에 달하는 주식을 백지신탁하느니 공직을 버린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문 (전) 구청장에게 묻는다. 공직이 기호품인가, 그럴듯해 보여 걸쳤다가 손익계산 틀리면 버리는 액세서리냐"라며 40만 구로구민의 삶과 돈을 문 구청장은 저울질해 온 것이냐"고 질타했다. 또 "대법원까지 질질 끌며 셈만 하다 보니 이번 보궐선거에 신임 구청장은 뽑지도 못한다"며 "내년 상반기 보궐선거까지 반년 가까이 구정 공백을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자당 소속 구청장의 사퇴에 대해 끝내 사과했다.
구로갑 당협위원장인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 전 구청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 사퇴한 것에 대해 문 전 구청장을 공천하고 선출되게 한 구로갑 당원협의회는 책임을 통감하고 주민들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문 전 구청장이 공직자윤리법상 백지신탁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과 사법부 결정 이후 당과 협의 없이 백지신탁 대신 공직 사퇴를 택한 데 대해서도 진심으로 송구하다"라며 "공직자가 구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