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 농어업위 위원장 취임 후 꾸준하게 준비해 와
7월까지 73억달러 훌쩍, 올해 130억~140억달러 전망
1400억달러 네덜란드와 농수산식품 분야 협력 강화
전남산 '김' 수출액 지난해보다 42% 급증, 시장 확대
[데일리한국 윤정희 기자] '케이푸드(K-FOOD), 천억달러 수출' 목표에 대한 언급이 나오기 시작한 해는 2022년 하반기부터다. 같은해 12월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이하 농어업위) 수장으로 취임한 장태평 위원장은 취임 당시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고 일관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농업정책·농업구조정책 국장과 제58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역임한 전문가의 말이었을지라도 관련업계에서는 선뜻 인정할 수 없는 높은 목표치였다.
2021년 역대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겨우 넘어선 농수산식품 수출액을 참고할 때 1000억달러 수출은 커녕, 언제 다시 100억달러 밑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2023년 들어 2022년 수출액이 120억달러를 넘어섰다는 발표에도 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가면서 원화 약세가 지속된 일시적 효과라는 학계의 분석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3년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또다시 121억달러로 작지만 의미 있는 성장을 거듭했다.
농수산식품 수출은 일반적인 공산품 수출과는 다르게 원화 강·약세가 미치는 환차손·익이 당해에 짧고 심각하게 일어난다. 기후·환경 영향에 따라 그해에 생산되는 농·수산물의 양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해외 바이어들이 그해의 작황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2023년 121억달러 수출 달성은 이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올해들어 '케이-푸드'는 7월까지 농수산식품 수출액(aT 제공) 73억7000만달러, 전년대비 7.1% 상승이라는 믿기 어려운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연말까지 무난히 130억달러를 넘어 140억달러를 달성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농수산식품산업 수출 모델로 삼고 있는 나라는 네덜란드다. 2022년 수출액은 사상 최대인 140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185조원을 기록했다. 연간 2000억달러 규모의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면적이 우리나라의 40%, 인구는 34%에 불과한 네덜란드의 기적이 우리도 가능할까?
농어업위 장 위원장은 지난 10월 21일 네덜란드 현지에서 탑섹터 애그리앤푸드(Topsector Agri&Food)와 농수산식품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협력의향서(Letter of Intent)를 체결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10개의 국가 중요 산업분야별로 사무국(Topsector)을 설치하고, 농수산식품 산업 내 민(식품기업), 관(네덜란드 농업·자연·식품·품질부), 연(바헤닝언 대학 및 연구소)의 지식 교류를 활성화하는 등 장기적인 농수산식품분야 정책방향을 제안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협력의향서에는 ▲양국의 농수산식품산업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정부, 산업, 학계가 참여하는 ‘트리플헬릭스’ 모델의 노하우 공유 ▲양 기관의 비전 유사성을 인지하고 운영 정보 공유 ▲양 국의 선진 푸드테크 정보를 공유하고, 민간기업의 연구개발(R&D)을 촉진하기 위해 협력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장 위원장은 "2011년부터 일찍이 관련 산업의 성장가능성에 주목해 탑섹터로 지정·지원해왔고, 그 결과 오늘날 한 해 농수산식품 1300억달러를 수출하는 식품강국으로 발전했다"며 "오늘 협력의향서를 단초로 하여 양 기관의 정보 교류를 활성화하고, 선진 정책을 학습·적용해 우리 농수산식품산업도 수출 1000억달러 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농어업위는 케이푸드 1000억달러 수출을 위해 네덜란드 탑섹터와의 협력의향서 체결 외에도, 파리국제식품박람회(SIALPARIS 2024)의 한국관과 케이푸드 선도기업관을 참관해 참가기업들과 식품산업의 발전전략을 공유했으며, EU 집행위원회 농업총국(DG AGRI)과 로테르담항만공사(Port of Rotterdam) 및 공동물류센터 방문 등을 통해 농수산식품산업의 미래 발전 전략을 논의했다.
이 같은 가능성은 국외에서만 들리는 것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전라남도가 올들어 3분기까지 농수산식품 수출액이 5억7523만달러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7% 증가한 규모다.
매년 3분기 같은 시기 연도별 수출액은 2021년 3억9350만달러, 2022년 4억2167만달러, 2023년 4억7284만달러로 꾸준히 늘고 있지만 올해는 그 증가폭이 대단하다.
실제로 전남산 '김' 수출은 2억7511만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42.2%나 늘었다. ‘케이푸드’ 열풍에 힘입어 일본, 미국, 중국 등 기존 시장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폴란드, 네덜란드, 아랍 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까지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케이푸드의 파워는 스테디셀러인 김치, 라면과 냉동김밥을 넘어 과자와 기호식품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세계인들이 케이푸드에 열광하고 있다는 소식은 이미 국민상식으로 알려져 있다.
농어업위는 농수산식품분과를 중심으로 '수출 천억달러 식품산업 육성 T/F'를 2023년부터 발족하고, 농수산업계 전반에 걸쳐 '모멘텀'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동차와 반도체에 이어 식품산업 1000억달러 수출을 달성하기 위해 T/F에 정부차원에서 힘을 실어야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잡기위해 이제는 국력(國力)을 집중해야 할 순간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