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3Q 실적 전망 먹구름…원가율 쇼크에 수익성 직격탄
지방건설사, 도미노 폐업·부도 현실화…미분양 폭탄에 ‘돈맥경화’

서울 은평구의 주택재개발 공사 현장. 사진=김하수 기자
서울 은평구의 주택재개발 공사 현장. 사진=김하수 기자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연말 건설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급격한 인건비, 공사비 상승으로 원가율이 높아지며 수익성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건설사들의 경우 3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규모가 작은 지방건설사들은 연이어 부도 처리되면서 존폐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건설업계의 3분기 실적 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건설업계 맏형’ 현대건설은 3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현대건설은 올해 3분기 실적을 잠정집계한 결과 매출액 8조2569억원, 영업이익 1143억원, 당기순이익 401억원을 기록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5.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3.1% 감소했다.

현대건설의 영업이익이 급감한 데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탓이 가장 컸다. 회사 관계자는 “매출은 샤힌 에틸렌시설, 사우디 자푸라·아미랄 프로젝트 등 해외 대형 프로젝트 공정이 본격화하고, 국내 대형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반영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늘었지만, 주요 원자재 가격의 지속 상승과 현장 안전·품질 비용 확대로 원가율이 늘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3분기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운 건 비단 현대건설 뿐만이 아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우건설,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등 주요 상장 건설사들의 3분기 영업이익이 일제히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주택 시장 침체, 해외공사 수주 부진 등으로 일감은 줄었으나 원자재, 인건비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용은 증가하면서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지방 중소건설사의 상황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지방 건설경기 냉각기가 계속되면서 자금난에 시달린 건설사들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최근 잇따라 문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28일 기준)까지 부도가 난 건설업체는 종합건설사 9곳, 전문건설업 16곳 등 총 25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1곳)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또한 ‘사업 포기’를 이유로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폐업을 신고한 건설업체(종합건설사·전문건설사)는 총 1536곳으로, 지난해(1427곳) 대비 7.6% 늘었다. 지방 미분양 증가, 공사비 상승 영향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올해 수도권 분양시장은 회복세가 뚜렷했지만, 지방은 여전히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면서 “자금 유동성이 취약한 지방 중소건설사들의 경우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폐업하는 곳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방의 미분양 물량이 시장에 흡수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공공사 발주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