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공공 파트너십 강조...공공 보육 질 높여야
초저출생 극복시 세계적 모범사례 될 수 있어
여성 대상 각종 범죄 상담부터 해결까지 원스톱 지원
[데일리한국 문장훈 기자] "저출생이라는 국가적 위기의 최전선에서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양성평등 실현 및 여성의 경쟁력 향상과 사회참여, 아동의 권리보장, 보육 공공성 강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한류 열풍을 이끈 드라마 ‘대장금’의 문정왕후부터 세계스마트시티기구(WeGO) 사무총장을 거쳐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 몸담기까지. 남다른 이력을 자랑하는 박정숙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는 "재단이 여성·가족 지원 종합 플랫폼으로 거듭나도록 갖가지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공공서비스의 지향점을 밝혔다.
국제기구에서의 활동에 더해 미디어 정책 분야 박사과정을 수학한 박 대표는 한 달 전 취임 이후 재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중이다. 다양한 정책을 실행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맡을 글로벌 네트워크 및 행정 전문가로서 이제는 여성·가족·보육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이자 서울시의 가장 큰 현안인 저출생에 대해 박 대표는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와 더불어 민관 협력을 통한 양질의 보육 서비스 제공을 강조했다.
"경력 포기에 대한 기회비용 증가, 편중된 양육 부담 등을 완화해야 서울시가 마주한 초저출생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일과 돌봄을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모두에게 제공하는 것이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재단은 양육친화적 기업문화조성, 여성 경제활동 활성화, 출산·양육 지원 등 3가지 방향으로 저출생 대응 사업을 추진한다. △서울중소기업워라밸 포인트제 신규 추진 △여성 IT 진입 지원 교육플랫폼 ‘우먼잇츠’ △3040 경력단절여성 재취업을 위한 ‘우먼업 프로젝트’ △난자동결 시술비용 지원사업 △다태아 안심보험 등 전방위적인 지원책이 실행되고 있다.
"대표직을 맡으며 강조한 부분이 PPP(Public Private Partnership, 민관합작투자사업)입니다. 민관 협력을 통해 공공 서비스를 시민들께서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합니다."
박 대표는 육아정책과 일‧생활균형 지원을 오롯이 공공에 맡길 경우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민간에서 진행하는 지원사업과 연계를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비용과 접근성 면에서 이점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이 중요시하는 결혼식장 대관 및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비용을 민관 협력을 통해 저렴하게 제공하는 방안이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 서비스 수준을 민간과 동등한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면 국가를 믿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리라 봅니다. 공공에 대한 신뢰는 서비스 품질에서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박 대표는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이기도 하다. 현재 각 가정에서 돈을 들여 자녀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교육을 공공에서 효과적으로 제공한다면 양육자들이 적극적으로 공공 서비스를 향유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키움센터, 어린이집 콘텐츠 컨설팅 등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핵심으로, 어떤 교육이 아이들한테 전달될 것인가가 너무나 중요해졌다"며 공공 보육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강조했다.
최근의 출생률 반등 현상에 대해서는 "저출생은 사회경제적 환경과 결혼 적령기 개인들의 심인성 요소가 결합된 복합적인 문제로 신중히 접근하고 해석해야 한다"며 "실효성 있는 정책과 인식 개선으로 반등 흐름을 이어간다면 서울시가 초저출생 극복의 세계적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출생뿐이 아니다. 최근 악명을 떨치고 있는 딥페이크를 비롯한 각종 여성·아동 대상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 역시 재단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최근 급증한 디지털성범죄 예방을 위해 초등학생 대상 디지털성범죄, 아동학대 교육 등을 실시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여성을 위한 안심 플랫폼’으로서 재단은 디지털 범죄를 비롯해 스토킹·교재폭력 등에 대한 원스톱 솔루션 센터를 운영한다. 피해촬영물 삭제, 범죄피해 상담 및 법률·생활 구조 등을 한번에 제공해 피해사실을 여러 기관에 반복해 진술하는 부담을 한층 덜어주는 구조다. "여성·가족을 위한 지원에 칸막이를 없애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지원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공공기관의 역할"이라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또한 여성·가족·아동·보육 분야를 다루는 만큼 시민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는 소통에 노력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공공기관의 대표는 시민들의 요구를 듣고 이를 바탕으로 성과를 내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재단은 정책 토론회를 통해 시민·학계·유관기관의 의견을 수렴하는 동시에 △세계여성의 날(3월 8일) △양성평등주간(9월 첫째 주) △여성폭력추방주간(11월 25일~12월 1일) △아동학대 예방의 날 등 기념일에 시민 참여 행사를 진행한다. 다양한 소통창구를 통해 현장의 요구를 면밀히 파악하기 위함이다.
부임한지 한 달, 박 대표는 아직 인사말을 쓰지 않았다며 "재단의 업무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나서야 인사말을 제대로 채워 넣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 분야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던 특유의 책임감과 진지함이 묻어나오는 대목이다.
박 대표는 "경제위기로 발생하는 빈부격차가 교육격차, 기회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말부터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시민들께 더 따뜻하게 다가가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