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유한, 성장전략에 CDMO 확대안 포함
미 생물보안법 통과 시 수혜 기대감도 확산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삼성 등 대기업이 잇달아 CDMO 사업에 뛰어든 데 이어, 전통제약사들까지 CDMO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휴온스는 지난 5일 143억원을 투자해 팬젠의 주식 265만주를 취득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팬젠의 기존 최대주주인 CG인바이츠와 이뤄졌다.
오는 13일 주식 취득을 완료하고 경영권을 확보할 예정이다. 지분 취득 후 휴온스는 지분율 31.53%로 최대주주가 된다. 내년부터 팬젠은 휴온스의 종속회사로 연결 실적에 반영된다.
휴온스는 팬젠 인수를 통해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팬젠은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한 우수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기준(GMP)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휴온스 관계자는 “이번 인수를 바탕으로 팬젠의 자회사 편입을 통해 매출 증가를 이루고 바이오의약품 CDMO신규사업에 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령(구 보령제약)도 CDMO 사업 진출을 추진 중이다. 보령은 최근 보령파트너스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175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자금 사용방안 중에 CDMO 사업 투자도 포함됐다.
발행되는 신주는 보통주 1809만7207주이며, 신주 발행가는 주당 9670원이다. 납입일은 13일이며, 신주의 상장 예정일은 29일이다.
보령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 중 일부를 글로벌 의약품 대량 CDMO 사업의 기반을 다지는데 사용하기로 했다.
CDMO 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해 EU-GMP 획득한 예산 캠퍼스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보령 관계자는 “예산 공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CDMO 사업 기반 확보를 위한 공장 및 설비 증설을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중장기전략을 발표한 기업들도 속속 사업 전략에 CDMO 강화 방안을 담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11일 공개한 중장기전략에 대규모 설비를 활용해 글로벌 CDMO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총 2만5000리터의 대형미생물배양시설을 활용해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제조 CDMO 사업을 추진해나가겠다는 구상이다.
CDMO 사업은 평택 2공장 바이오플랜트에서 추진된다. 바이오시밀러, 단백질 및 펩타이드, 백신까지 다양한 영역의 CDMO 사업을 검토 중이다.
유한양행도 최근 발표한 중장기전략에 CDMO 성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유한양행은 자회사인 유한화학을 통해 원료의약품 CDMO 사업을 확장 중이다.
유한화학은 지난해 11월 화성공장에 신규 생산동(HB동) 신축을 한 데 이어, 지난해말부터 HB동내에 BAY(작업 구역)-2 공사를 진행중이다.
오는 12월 완공이 목표로, 이후 시운전 등 절차를 거쳐 내년 3월부터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들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유한화학은 이번 증설로 화성 공장의 총 용량이 52만8000리터까지 늘어나게 된다. 안산1공장까지 합치면 연간 총 생산능력은 84만3000리터가 될 전망이다.
CDMO 사업 진출은 제약바이오 업계 전체적으로 나타나는 추세다. 앞서 셀트리온은 지난달 18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CDMO 사업 확대를 위해 연내에 100% 자회사로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100%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 형태로 국내 또는 해외에 신규 공장을 확보해 생산능력을 증대하는 동시에 해당 시설을 CDMO 사업에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세부적으로 회사가 가진 기술 개발 역량과 생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증설 비용은 낮추고 생산성은 높이는 방향으로 CDMO 경쟁력을 갖춘다는 전략이다.
대기업 계열사들은 대규모 투자계획을 일찌감치 확정한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32년까지 인천 송도에 제2바이오캠퍼스를 조성해 생산 능력을 132만4000리터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인천 송도에 3개의 메가 플랜트를 조성, 총 36만리터 생산 규모를 갖출 예정이다.
기업들이 잇달아 CDMO사업에 진출하는 데에는 금빛 전망이 배경이 됐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매출은 196억8000만 달러(약 27조원)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오는 2029년까지 연평균 14.3% 성장해 438억5000만달러(약 61조)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미국에서 추진중인 생물보안법(Biosecure Act)도 국내 CDMO 기업들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생물보안법은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군사‧정보 기관과 협력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연방정부 및 행정기관이 2032년부터 해당 기업들과 거래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이다.
생물보안법이 시행되면 다수의 미국 기업이 중국 CDMO 기업을 대체할 파트너를 찾아야하는데, 이 자리를 국내 CDMO기업이 메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47대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생물보안법 제정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CDMO 사업은 신약개발보다 위험성이 적다는 것이 장점”이라면서 “글로벌 무대 사업확장을 위한 스텝으로 CDMO 사업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