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에틸렌 가동률 42%…전년 대비 절반 수준
고부가가치 전환 선언…비핵심 자산 매각 가속
[데일리한국 김소미 기자] 롯데케미칼이 1년새 직원 수를 700명 가까이 줄였다. 전방산업 수요 감소로 '고용 다이어트'를 한 것이다. 여기에 단기성 프로젝트 종료에 따른 외주 인원 감원도 겹쳤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직원수는 올해 3분기 4671명으로 전년 동기 4803명 대비 132명 감소했다. 특히 기간제 근로자는 249명에서 185명으로 25%나 줄었다.
외주 인력에도 감원 바람이 불었다. 소속 외 근로자(파견·용역·사내도급) 수는 153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28명) 보다 494명 줄었다. 비정규직과 외주 인력에 감원이 집중된 모습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외주 인력의 경우 수시 보수 등 내부 프로젝트 종료로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고용 유지가 힘든 상황인 것으로 업계에선 분석한다. 롯데케미칼의 기조화학 주요 제품인 에틸렌 생산 능력은 올해 3분기 75만톤으로 전년 동기(100만톤) 대비 25% 감소했다. 이 기간 시설 가동률은 42.2%로 지난해(83.6%)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말레이시아 법인 LC타이탄이 생산 중인 나프타크래커와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라인 가동률도 각각 8.7%, 6.4%, 10.5%씩 일제히 하락했다.
LC타이탄은 지난 2010년 롯데케미칼이 1조5000억원에 인수한 대규모 기초화학 생산기지다. 매각을 진행 중이지만 인수자를 찾기 어려워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인은 올 상반기 순손실 114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이 재무 안정성 개선을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불황인 기초화학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전환해 현금 유출을 줄이겠단 전략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롯데우베합성고무(LUSR)와 롯데삼강케미칼·롯데케미칼자싱 등 3개 해외 법인 청산을 결정했다. 곧 청산 예정인 파키스탄 법인까지 포함하면 해외 생산 법인은 18개에서 14개로 줄어드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오는 2030년까지 기초화학 비중을 30% 이하로 낮추겠단 목표다.
또 공장 운영 효율화를 위해 여수와 대산 공장에서 ‘오퍼레이셔널 엑셀런스 프로젝트’를 시행, 원가 절감과 생산 최적화를 꾀하고 있다.
자산 경량화 전략의 일환으로 해외 자회사 지분 매각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연말까지 1조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 차입금을 상환하고,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단기간 내 회복은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의 공격적 증설과 함께 중동발(發) 추가 증설까지 겹친 상황이다.
이미 지난해 역대 최대 공급과잉을 기록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에틸렌 증설 규모는 약 2500만톤으로, 한국 에틸렌 생산능력(1300만톤)의 두 배에 달한다.
메리츠증권은 "유가 변동성 확대와 에틸렌 공급 과잉으로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으며, 롯데케미칼의 영업 환경이 당분간 나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과 구조조정이 장기적인 경영 안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전략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재무개선을 위한 투자 축소와 자산 매각 등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