얍 판 츠베덴·슈테판 메르키의 바그너 시리즈
서울시향 10년만의 오페라 나들이 화제 만발

국내 초연작품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
​​​​​​​최우정 ‘화전가’·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공연

국립오페라단은 내년에 사랑에 관한 다양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피가로의 결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 ‘화전가’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 작품 네 편으로 시즌을 구성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단은 내년에 사랑에 관한 다양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피가로의 결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 ‘화전가’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 작품 네 편으로 시즌을 구성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다가올 2025년은 ‘사랑’이라는 키워드로 관객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오페라 네 편을 준비했습니다. 각각의 작품을 통해 사랑의 다양한 모습과 깊이를 이야기하며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안겨드릴 예정입니다.”(최상호 국립오페라단 단장)

‘피가로의 결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 ‘화전가’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 국립오페라단이 내년에 네 번의 오페라 입맞춤을 선사한다. 2025년 정기공연은 ‘당신에게 사랑은 무엇인가요?(WHAT IS LOVE?)’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사랑에 관한 다양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오페라 네 편으로 구성했다.

비교적 익숙한 작품일지라도 거장의 손길이 닿으면 새롭게 탄생한다는 것을 보여줄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전막 오페라로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프로코피예프의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 여성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담담하게 풀어내는 최우정의 창작오페라 ‘화전가’, 2024년부터 이어진 바그너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 모두 칠 수 없는 작품이 이어진다.

◇ 국립심포니 다비드 라일란트·‘다 폰테 3부작’ 마스터 연출가 뱅상 위게의 ‘피가로의 결혼’

국립오페라단 2025년 첫 정기공연은 ‘피가로의 결혼’(3월 20~23일)이다. 모차르트와 극작가 로렌초 다 폰테가 손잡고 만들어낸 ‘다 폰테 3부작’(코지 판 투테·피가로의 결혼·돈 조반니) 중 하나로 귀족의 부조리를 꼬집는 유쾌·통쾌 복수극이다.

적확한 음악을 선보이며 평단의 사랑을 받아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다비드 라일란트가 2018년 ‘코지 판 투테’, 2019년 ‘마호가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에 이어 세 번째로 국립오페라단과 손을 잡는다.

연출은 2021·2022년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에서 모차르트 ‘다 폰테 3부작’을 전통적인 순서에서 벗어나 한 단계 앞선 차원의 프로덕션을 선보여 주목받았던 뱅상 위게가 맡는다. 이번 프로덕션에서 눈여겨볼 것은 무대와 의상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 출신 인테리어 디자이너 피에르 요바노비치가 무대와 의상 디자이너로 참여한다. 그가 뱅상 위게와 손잡고 지난해 스위스 바젤극장에서 선보였던 ‘리골레토’는 무대 폭을 가로지르는 곡선 형태의 계단을 특징으로 감각적이고도 미니멀한 모습을 선보여 새롭게 ‘리골레토’를 바라보게 했다. 프렌치 럭셔리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그가 이번에는 어떤 ‘피가로의 결혼’을 보여줄지 관심을 모은다.

◇ 친절한 지휘자 펠릭스 크리거·‘최우수연출상’ 수상 로렌조 피오로니의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

20세기 최고의 러시아 작곡가로 손꼽히는 프로코피예프의 오페라가 전막으로는 처음 국내에 소개된다.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6월 26~29일)은 오렌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마녀의 저주에 진정한 사랑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왕자님과 어릿광대의 이야기다. 동화를 원작으로 해 강한 환상성을 자랑하며 청량한 행진곡이 돋보이는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2024년 ‘한여름 밤의 꿈’ 지휘를 맡아 관객들을 현대 오페라의 세계로 이끌었던 지휘자 펠리스 크리거가 다시 한 번 지휘봉을 잡는다. 또 만하임 국립극장, 루체른 극장,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 등 세계 유수의 오페라극장에서 ‘박쥐’부터 ‘피터 그라임스’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하고 있는 로렌조 피오로니가 연출을 맡았다. 로렌조는 2012년, 2013년 독일 최고 권위의 극예술상인 ‘파우스트상’ 후보에 올랐으며 2017년에는 ‘그리스 수난’으로 오스트리아 음악극상에서 최우수 오페라작품상, 최우수 연출상을 수상했다.

◇ 오스나브뤼크극장 첫 동양인 상임지휘자 송안훈·현대와 전통의 간극 좁혀온 연출가 정영두의 ‘화전가’

국립오페라단이 2025년 선보이는 첫 번째 창작오페라는 최우정의 ‘화전가’(10월 25·26일)다. 작곡가 최우정과 원작인 희곡 ‘화전가’를 쓴 작가 배삼식, 연출가 정영두 등 이미 공연계 흥행보증수표로 통하고 있는 3명의 스타 제작진이 뭉쳤다.

자타공인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극음악 작곡가’로 평가받고 있는 최우정은 2019년 오페라 ‘1945’로 국립오페라단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수려한 극적 선율로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바 있어 그가 만들어낼 새로운 음악에 벌써부터 관심이 뜨겁다.

‘화전가’는 1950년 4월, 한국전쟁 발발 직전을 배경으로 아홉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 사라질 것 같은 상황에서도 아름다웠던 한순간을 재현하고 싶은 욕망을 화전놀이로 표현했다. 여성들로만 구성된 원작의 묘미를 오페라에서는 어떻게 구현할지 주목해 볼만하다. 작품을 이끌 지휘자로는 독일 오스나브뤼크 시립극장 최초 동양인 상임지휘자로 발탁된 송안훈이 맡는다. 무용가이자 안무가이며 음악극 ‘벽을 뚫는 남자’ ‘적로’ 등을 연출하며 과거와 현대를 이어온 연출가 정영두가 이번 작품을 통해 오페라 연출가로 데뷔한다.

◇ 서울시향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매진 연출가’ 슈테판 메르키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2024년 ‘탄호이저’를 시작으로 국립오페라단이 선보이는 ‘바그너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은 ‘트리스탄과 이졸데’(12월 4~7일)다. 오페라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하나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현대음악의 태동을 안겨준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예술의전당과 공동으로 주최해 오페라 활성화에 기여할 예정이며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손잡고 음악적 완성도 역시 한층 끌어올릴 계획이다.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이 이끄는 서울시향은 약 10년 만의 오페라 나들이로,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출은 2020년부터 독일 콧부스 국립극장 예술감독으로 2023년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올리고, 2015/16 시즌 스위스 베른극장에서 ‘로엔그린’을 연출하는 등 바그너로 레퍼토리를 확장하고 있는 슈테판 메르키가 맡았다. 특히 2023년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6회 공연을 모두 매진시키며 관객과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특히 이번 시즌은 높은 음악적 완성도와 무대 연출의 혁신을 통해 한국 오페라의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내년에도 국립오페라단에 대한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 부탁드리며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적 여정에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극장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국립오페라단의 행보는 계속된다. 국내 최초 오페라 공연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크노마이오페라에서 2025년 정기공연 모든 작품을 스트리밍하고 추후 VOD로 제작하여 감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유튜브 등을 통해 온라인에서 국립오페라단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온라인 공연을 기획하여 오페라 저변확대에 기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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