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평 맛집
꾸밈없이 마음으로 만드는 정성스러운 손맛
교통 요지에 색다른 맛집들

지평보리밥
양평은 동쪽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길목 중 하나다. 동해안 속초, 강릉 지역을 다녀오는 사람들은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거나 혹은 속초-인제-홍천-양평-서울을 잇는 길을 이용한다. 앙평은 서울 진입의 길목이자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의 주말 나들이 장소다. 군데군데 박물관이나 공연장도 있고 아기자기한 전통찻집, 커피숍 등도 많아서 봄철 주말 나들이 장소로는 퍽 좋다.

양평은 양수리 '두물머리 마을'로 이미 유명하다. 한강으로 이어지는 남한강, 북한강이 이 지역에서 만난다. 서울의 상수원이기 때문에 수자원에 대한 각종 규제도 많다. 당연히 유기농산물이 많이 생산되고 맑은 물로 인기가 높다. 특산물은 없는 셈이다. 그러나 깨끗한 물로 기른 유기농 쌀과 각종 유기농 채소 등으로도 충분하다.

문호리팥죽
특산물이 없는 셈이니 각종 음식점들도 "양평 산 농산물을 사용한다"고 광고하지 않는다. 그저 서울 등 대도시에서 오는 사람들을 위한 식당들이 군데군데 숨어 있다. 한때는 북한강 유역의 유원지를 중심으로 많은 음식점, 카페들이 있었지만 이젠 양평군 군데군데 맛집들이 새롭게 생성되었다.

'문호리팥죽'은 역사가 그리 길지 않지만 이미 '전국 최고의 팥죽집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맛있는 팥죽은, 좋은 팥을 구해서 의뭉한 불로 잘 끓이는 밖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그런데 이게 그리 쉽지 않다. '문호리팥죽'은 이런 평범하지만 중요한 원칙을 제대로 지킨다. 팥죽은 생각보다 그리 뻑뻑하지 않고 비교적 묽다. 팥죽 속에 들어가는 새알심이나 칼국수도 소박하고 맛이 담백하지만 아주 제대로 만든 것이다. 팥죽 마니아들은 반드시 들르는 곳이다.

'지평보리밥'도 음식에 대한 진정성일 돋보이는 곳이다. 대단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맛을 자랑하지도 않는다. 예전에 집에서 먹던 밥 그대로 내놓는다. 그런데 이 음식이 별미다. 요란스럽지도 대단하지도 않지만 오래된 낡은 기와집과 더불어 음식이 가슴에 와 닿는다. 가게 이름 그대로 보리밥이 주 메뉴다. 몇몇 나물 반찬과 더불어 슥슥 비벼 먹으면 된다. 고추장도 따로 내놓는다. 넣든 말든 손님 자유. 무채를 비롯한 늘 만나는 평범한 반찬들이 이 집에 오면 새롭다. 달지도 않고 투박할 정도로 식재료의 맛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옥천고읍냉면

양평 읍내의 '진영관'은 중식당이다. 도시에서 열심히 일하던 노부부가 '반 은퇴' 상황에서 양평으로 왔다. 처음엔 양평 읍내가 아니라 양평의 한적한 농촌에서 중식당을 하다가 읍내로 왔다. 화상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유유자적, 평소 하던 일을 조금 줄여 하고 노후를 즐기는 모습은 아름답다. 음식도 상당히 순한 편이다. 고급 중식당의 탕수육은 화려하다 못해 천박할 정도로 요란스럽다. '진영관'의 '전국 수준급' 탕수육은 그저 수수하다. 최고의 솜씨는 아닐 지라도 넉넉한 솜씨와 마음으로 수수한 탕수육을 내놓는다. 짜장면도 그악스럽게 달지도 않고 맛있지도 않다. 하지만 짜장 한 그릇이나 탕수육을 받아들면 소박하면서도 넉넉한 노부부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진다.

'개군할머니토종순대국'은 양평에서도 오래된 노포다. 진한 국물 맛과 넉넉하게 담아내는 순대, 건더기들이 푸근하다. 진한 국물이 느끼하지 않고 들깨가루의 맛과 잘 어우러져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 시골풍의, 넉넉하면서도 진한 순댓국이다. 이 일대는 여주였다가 양평으로 편입된 곳이다. 영동고속도로에서 여주 부근의 국도를 거쳐서 양평-서울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자주 들른다. 깔끔한 분위기 맑은 순댓국을 원하는 사람들은 실망한다.

개울목
'통나무집'은 조금은 특이한 메뉴를 내놓는다. 버섯전골과 시래기가 잔뜩 들어간 고등어조림, 청국장이 주 메뉴다. 겨울이면 건물 외벽에 시래기를 걸어놓는 풍경이 아름답다. 시골음식이다. 청국장, 시래기는 물론 직접 만든다. 식사시간에 맞춰서 가면 늘 콩이 들어간 꼬들꼬들한, 갓 지은 밥을 먹을 수 있다.

양평에는 이외에도 들를 만한 맛집들이 넉넉하다. '개울목'은 호남한식을 내놓는 집이다. 백숙도 좋고 밑반찬이 넉넉한 한식 한상차림도 아주 좋다. 주인이 국악인으로 알려져 있다. 식당 안에는 국악 관련 각종 기사와 풍물들이 놓여 있다. 식당 안에서 그리고 바깥에서 바라보는 강변의 그윽한 경치는 덤이다.

양평에서 서울로 향하는 사람들 혹은 이른 아침 서울을 출발, 양평을 거쳐 홍천, 설악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들르는 조안면의 '큰기와집'도 양평의 노포다. 좋은 콩으로, 예전부터 두부 만드는 방식으로 두부, 순두부를 만들어 내놓는다. 별난 메뉴도 아니다. 그저 수수한 순두부와 두부, 된장의 맛이다.

개군할머니토종순대

'왈츠와닥터만'은 커피전문점이다. 바깥이 따뜻해지면 야외의 테라스에서 북한강을 바라보면서 커피를 마시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양평군 옥천면의 '옥천고읍냉면'은 메밀에 전분이나 밀가루 등을 많이 섞은 면발을 내놓는다. 동그랑땡의 양은 넉넉한 편이다.

통나무집

큰기와집
진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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