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중국, 아시아의 안보 맹주 야심 드러내

(베이징·상하이=연합뉴스) 중국이 러시아의 지지를 등에 업고 아시아의 새로운 안보협력기구 창설을 추진함으로써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맞불을 놓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1일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이하 아시아신뢰회의)를 아시아의 안보 협력기구로 만들자고 공식 제안한 것이다.

이런 구상은 신(新) 밀월기에 들어선 러시아로부터도 강한 지지를 얻었다.

중국은 이를 통해 '아시아 재균형' 전략으로 자국을 견제하는 미국을 역(逆)으로 견제하면서 아시아의 안보 맹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을 드러낸 셈이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심각한 갈등을 빚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협력의 공동 전선을 강화하며 부쩍 아시아에 대해 공을 들이고 있다.

시 주석의 이번 제안은 미국이 북대서양 조약기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의 경험을 아시아에 적용, 아시아의 동맹국을 중심으로 이른바 '아시아판 나토'를 만들자는 구상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아시아판 나토란 구소련을 주적으로 삼았던 나토처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한 기구를 만들자는 구상으로, 미국과 일본 등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CICA를 토대로 한 아시아의 안보 협력기구를 창설해 미국의 아시아판 나토 구상에 정면으로 맞불을 놓으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은 기조연설에서 미국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 미국의 이런 구상을 사실상 정면 겨냥했다.

시 주석은 '명자인시이변 지자수시이제'(明者因時而變 知者隨時而制:현명한 사람은 시대에 맞춰 변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때에 따라 제도를 바꾼다)란 중국 고전 문구를 인용한 뒤 "시대의 전진하는 발걸음을 따라가야 한다"면서 "몸은 21세기에 있으면서 머리는 냉전적 사고와 제로섬 게임의 구시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 일본, 필리핀 등 동맹국과의 군사동맹을 중심으로 기득권을 강화하려는 미국을 겨냥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지난해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 이후 최근 들어 부쩍 남중국해 문제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동맹국인 일본과 필리핀 등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며 개입 수위를 높이려는 미국에 맞서 중국은 주권을 내세워 기존의 안보질서를 재편하려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시 주석은 새로운 안보기구 구상을 위해 구체적으로 사무국의 기능 강화와 국방관련 협의조직 구성, 조치이행에 관한 감독그룹 구성 등을 제시하면서 정상회의 및 외교장관 회의의 빈번한 개최 등도 제안했다.

2016년까지 의장국을 맡은 중국이 주도해 아시아신뢰회의가 새로운 안보협의체로 거듭난다면 중국으로서는 아시아의 안보 맹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중국의 이런 제안이 현실화되려면 앞으로 넘어가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안보에 대한 각국 간의 견해차가 뚜렷한 데다 아시아 각국과 미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정형화된 지역안보협의체로 자리매김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아시아 신뢰회의는 1992년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주도로 출범한 지역안보협의체로, 중국, 러시아, 중앙아시아 각국과 일부 동남아국가 등 26개 회원국이 참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6년 정회원이 됐으며 미국과 일본은 11개 옵서버 국가중에 포함돼 있으나 이번에는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