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대역 맛집
호남풍 '토담', 강원도식 '샘밭막국수'
영남식 '옛날추어탕, 일본풍 더한 '신숙'

토담
긴 시간을 염두에 두고 생각하자면, 교대역 부근은 신흥지역이다. 강남이 개발되면서 도시의 형태를 이루었으니 이제 '겨우' 30년 남짓의 역사다. 한양으로 들어오던 사람들은 과천 일대를 지나 남태령, 교대역 부근, 모래벌판이 있는 사평역 일대를 지나서 한강을 건넜을 것이다. 한때 모래벌판이었던 이 지역은 이제 강남에서도 중심지역이 됐다. 사법부와 검찰청이 있고 서울교대가 자리한다. 남부터미널도 지척 간이다. 교대역은 지하철 2, 3호선이 만난다. 강남역도 불과 한 정거장이다.

지역의 특성을 살린 향토음식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도시에서 향토음식의 등장은 불가능하다. 도시의 경우 새로운 음식은 늘 바깥에서 들어온다. 교대역 부근도 마찬가지다. 지방과 외국 풍의 음식들이 새롭게 들어와서 자리를 잡고 또 이름을 알리고 있다.

샘밭막국수
애당초 새로운 음식이 생길 수 없으니 외래 음식들이 자리한다. 사법, 검찰청이 있고 드나드는 사람들도 적잖다. 남부터미널도 가깝고 교통의 요지이면서 대학도 하나 있다. 음식점이 이름을 알리기 좋은 위치다.

이 일대에서 최고의 음식점으로 '토담'을 내세울 수 있다. 교대역 부근으로 이사 오기 전 교대와 가까운 골목 안에 있었다. 벽에는 조순 전 총리가 쓴 '南道風味(남도풍미)' 네 글자를 쓴 종이가 붙어 있었다. 정갈하면서 음식 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문구요 글자다. 남도 출신의 여주인이 만져내는 음식들이 수수하면서 맛깔스럽다. 한식은 애당초 진귀한 재료, 특별한 레시피를 구하지 않는다. 남도음식이면서 심심하게 서울, 중부 식으로 간을 맞춘 음식이 예사롭지 않다. 자리에 앉으면 곧 우거지 탕을 내놓는다. 몇몇 해조류, 채소와 더불어 제공되는 우거지 탕이 일품이다. 우거지 맛과 더불어 제대로 된 된장 맛이 수준급. 철마다 달라지는 해물들도 일품이다. 더러는 쪄서 간장을 얹고 때로는 날것으로 나온다. 날것은 장과 더불어 먹는다. 저녁은 2만원∼5만원대, 점심특선은 1만원, 1만5,000원으로 가격도 착하다.

'토담'이 호남풍이라면 '샘밭막국수'는 이름부터 강원도 음식임을 보여준다. 젊은 층보다는 나이든 손님들이 많으니 인터넷 등에는 그리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는다. 순박하면서도 얼마쯤은 도시풍의 깔끔한 막국수다. 100% 메밀막국수가 유행이던 시절에도 꾸준히 60∼80% 대의 메밀함량으로 막국수를 내놓았다. 자신들만의 음식을 이미 구축한 셈이다. 물론 늘 줄을 서서 먹다시피 한다. 여름에는 10∼20분 정도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한다. 춘천의 원조 '샘밭막국수'와 연관이 있음을 내비치지만 가족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수육 몇 점과 더불어 빈대떡, 배추 삭힌 것 등과 막국수를 먹을 수 있는 세트 메뉴가 이 집의 주력상품이다. 막국수 한 그릇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특식인 셈이다. 가볍게 술 한두 잔과 더불어 식사를 겸하는 메뉴다.

점봉산산나물

인근 골목 안의 '옛날추어탕'은 재미있는 집이다. 된장을 푼물에 곱게 간 미꾸라지를 사용해 끓이는 추어탕은 남쪽의 음식이다. 굳이 따지자면 영남 음식. '옛날추어탕'은 이름부터 고집스럽다. 주력 메뉴가 추어탕이고 음식은 전형적인 영남의 된장국 추어탕이다. 다른 메뉴는 술안주 정도다. 경남, 경북의 몇몇 음식점들에서 된장국물 추어탕을 내놓지만 서울에서는 보기 힘들다. 영남 추어탕은 여의도에 한 집 정도가 널리 알려졌고 나머지 서울의 유명 추탕, 추어탕 전문점은 대부분 고추를 넣어서 맵게 만든 서울식 추탕이다. 원인을 알 수는 없지만 추탕, 추어탕의 경우 서울과 지방이 엇갈렸다. 대부분의 음식은 남쪽으로 갈수록 매워진다. 그러나 추탕, 추어탕은 서울 것이 맵고 지방 것이 순하다. 어쨌든 교대역 부근의 골목 길 깊은 곳에서 원형 영남 추어탕을 만나는 것은 재미있다.

지금은 산채가 귀해져서 '어느 지역 산채'라고 고집하기는 힘들다. 중국산이 쏟아져 들어오는 판이니 자연산을 고집하기도 힘들다. 취나물 등은 대부분이 재배된 것이다. 자연산이라고 취하는 두릅 등도 반 자연, 반 인공재배가 대부분이다. '점봉산산나물'에서는 귀한 자연산 산채를 만날 수 있다. 가격 압박은 어느 정도 각오해야 하지만 자연산 산나물을 많이 사용한다.

옛날추어탕
원래 최고의 산나물은 점봉산 북사면(北斜面)에서 취한 것이었다. 추운 겨울을 추운 곳에서 자란 산나물이 볼품은 없으나 맛과 향이 뛰어나다는 것이 정설이다. 늦게 돋아나는 점봉산 그늘진 곳의 산나물들이 향이 뛰어나다는 것은 상식이었다. 물론 지금 이런저런 산나물을 고집하기는 어렵다. 그나마 '점봉산산나물'에서는 제대로 된 강원도 자연산 산나물들을 만날 수 있다. '산나물 비빔밥'이 아주 제격이다.

교대역에서 가까운 '신숙'은 칼국수 전문점이다. 이름부터 '신숙新宿(신주쿠)'이다. 한국 음식이긴 한데 묘하게 일본풍의 냄새가 난다. 깔끔하고 정갈한 국수다.

'미나미'는 일본 소바 전문점이다. 메밀국수, 막국수, 냉면 등은 모두 압착면(壓搾麵)이다. 압력을 이용해 반죽을 밀어내고 곧 좁은 구멍으로 면을 뽑아낸다. 일본식 메밀국수인 소바는 반죽을 얇게 민 다음 칼로 잘라서 면을 만드는 절삭면(切削麵)이다. 우리나라 칼국수와 비슷하다. '미나미'의 대표 메뉴는 '니신 소바'다. 일본식 소바에 일본풍의 국물을 섞고 말린 청어를 더한다. 청어는 물론 훈제의 냄새가 진하고 미리 양념을 한 것이다. 독특한 분위기의 독특한 맛이다. 말린 바닷장어(아나고)를 이용한 음식도 있다.

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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