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오래된 사진처럼 그는 그렇게 무대에 섰다
주옥같은 멜로디로 감동의 무대 연출

7080음악의 부활은 왕년의 가수들을 대거 컴백시키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 때문에 요즘 수없이 듣는 질문이 있다. “왜 김추자와 박인희 그리고 이연실은 나오지 않는가?” 또한 “콘서트를 열게 해주고 싶다”며 연락처를 물어오는 기획사들도 있다. 이들 3인의 디바는 컴백이 가능할까? 정말 왜 지금껏 나오지 않는 것일까?

어쩌면 팬들의 기억 속에 젊은 시절의 그 모습 그대로 남길 바라기 때문은 아닐까. 박인희는 ‘모닥불’, ‘하얀 조가비’, ‘목마와 숙녀’ 등 시적인 감성의 히트곡으로 1970년대를 풍미했던 포크가수다.

낭랑한 목소리로 ‘새색시 시집가네’, ‘조용한 여자’, ‘목로주점’을 노래했던 이연실 또한 지금도 많은 팬들이 그리워하는 여가수다. 최근 작사가 박건호 씨는 “박인희가 귀국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인들에게조차도 연락이 없다”고 말했다. 이연실은 그동안 ‘건강이 좋지 않아 가수 활동이 불가능할 것’이란 소문이 무성했다.

그렇다면 컴백 가능성이 있는 가수는 김추자뿐일 것 같다. 그는 81년 결혼 후 4년 만에 컴백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당시 기대는 컸지만 그녀는 재기에 성공하지 못했다. ‘돌부처도 돌려 세웠다’고 하는 70년대 최고의 섹시 여가수를 기대했던 팬들은 다소 비대해진 몸매에 실망을 했던 것.

그 후 김추자는 20여 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따금 ‘신보를 발표하고 컴백할 예정’, ‘일대기 영화가 제작 중’이라는 소문만 나돌았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로 그녀가 컴백할 것 같다.

최근, 월간 ‘신동아’는 김추자 인터뷰를 실었다. 직접 만나진 못했다지만 ‘전화 인터뷰를 했다’고 해 눈이 번쩍 뜨였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신문, 방송, 잡지 기자들이 그녀와의 인터뷰를 시도했던가?

“감옥살이가 따로 없어요. 입도 몸도. 기자들이 찾아오면 ‘수술하러 갔다. 병원 갔다’고 거짓말을 너무 많이 했어요. 호텔에서 디너쇼 제의가 와도 그렇게 거절해요. 이 사실을 알면 사람들이 얼마나 저를 미워할까요. 그런데 지금은 진짜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얼굴을 조금씩 손보고 있거든요. 저도 여자이니까 이해를 좀 해주세요.”

지난해 말 그녀를 직접 만났던 한 취재원은 “김추자&컴패니라는 기획사까지 만들어 컴백을 준비해 오신 게 사실입니다. 여건이 무르익지 못해 늦어지고 있지만 진짜 컴백을 위해 얼굴 수술을 한 것이 맞습니다”라고 전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인연을 공개해야겠다. 1년 반 전 한 공중파방송 FM라디오에서 심야 고정 코너를 진행할 때의 일이다. 제법 고정 청취자가 있었지만 듣기 편한 시간대 방송은 아니었다.

그때 1시간 동안 ‘김추자 특집’ 방송을 했다. 방송이 나간 후 신문사로 발신인이 없는 우편물이 도착했다. 포장을 풀어 보고 깜짝 놀랐다. 김추자가 보낸 선물이었다. 그동안 간접적으로 수차례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통화조차 힘들었던 그녀가 새벽 4시의 특집 방송을 듣고 감사 표시를 해 온 것이었다. 정말 감동스러웠다.

그녀는 어쩌면 팬들의 열광적인 환호 속에 살았던 화려했던 가수 시절보다 가족과 함께했던 20여 년이 더 행복한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김추자 본인이 공개한 적이 있다. “살림을 하면서 거기에 푹 빠졌어요.

남편은 처음에는 외모만 보고 성격도 와일드한 줄 알았는데 속았다고 말해요. 집을 지을 때도 미장일, 벽돌 쌓는 일, 관공서 일들도 제가 다 나서서 하니 남편이 의아해했죠.

내숭도 떨고 애교도 부리고, 좀 야한 쪽으로 기대했나 봐요. 저는 빨래도 세탁기 돌리 것보다 푹푹 삶아서 방망이로 두드려야 직성이 풀립니다. 그래서 딸아이는 엄마가 가수 맞냐고 묻기도 합니다. 거울도 안 보고 양말도 아무렇게 신으니 창피해서 같이 못 다니겠다고 합니다.”

가장 궁금했던 사건이 있다. 바로 ‘김추자 간첩설’. “저는 음악이 주어지면 그때마다 동작이 저절로 나와 맞추거든요. 그뿐입니다. 그땐 저뿐만이 아니고 많은 가수가 중앙정보부 파티에 불려갔었죠.

청와대 비서실에서 호출이 왔지만 결국 안 들어갔어요. 팍팍 올라가던 저를 꺾어놓으려는 사람들이 생겼죠. 그런 사람들이 복합적인 이유로 저를 매장시키려 한 것이 아닐까요.” 2000년 각 신문에 ‘김추자가 음반 발표와 더불어 컴백한다’는 오보가 실린 적이 있었다. “그때 음반을 내고 공연을 하기로 기획자와 정말 계약을 했습니다.

돈 드는 음반보다 돈 되는 공연에만 관심을 둔 기획자와 음반 취입에 비중을 둔 저는 결국 2년 간 소송을 벌였습니다. 그땐 작곡가도 자주 만나고 재즈발레도 정말 열심히 하고 헬스장에 가서 매일같이 몸매를 가다듬고 그랬는데... 이제 다시 만회해야지요 뭐.”

소문이 무성했던 뮤지컬 영화 제작의 진위도 궁금했다. “어느 날 이현승 감독이 전화를 했어요. 송승환 씨가 제 음악인생을 주제로 뮤지컬을 만들고 싶어 한다고. 시나리오 작업은 끝났지만 제작자의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시대극인지라 당시의 자동차, 건물 등을 재현하려면 돈 들어갈 일이 많겠지요.” 영화는 아직 투자자를 찾지 못해 충무로에서는 ‘물 건너간 것 아닌가’하는 추측만 무성하다는 소식이다. 안타까운 소식이 또 있다.

김추자는 현재 세종문화회관 대관 부서의 블랙리스트에도 올라 있다. “음반을 내기로 한 기획자를 비롯해 한번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내가 공연을 한다며 대관신청을 마구 해놓은 거예요. 저는 알지도 못한 일이었으니 당연히 공연은 펑크가 났겠죠. 영문을 모르는 회관 측에선 저를 블랙리스트에 올려놓은 거고요.”

김추자의 근황이 궁금했던 분들에겐 이 정도만 해도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일 것 같다. 그녀의 컴백이 가시화된 지금 팬클럽회원의 말이 귓전에서 어른거린다.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김추자 선생님은 옛날의 인기가수로만 비쳐지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습니다. 정말 대중음악사에 기록될 대단한 가수였잖아요. 그래서 컴백 소식이 반갑지만 걱정도 됩니다. 확실한 음악적 무엇이 있지 않다면 그냥 아름다운 전설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지만 컴백이 실현된다면 필자는 꼭 그녀와 멋진 인터뷰 데이트를 하고 싶다. 그때 그녀는 말하지 않을까. “전 은퇴하지 않았어요. 공백기가 길어졌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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