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배우들은 남겼다. 원의 황제 타환 역을 맡은 배우 지창욱은 최대 수혜자였다. 유약한 사내가 진정한 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나 집착으로 변해간 기승냥(하지원)과의 로맨스 등 다채로운 매력을 십분 드러냈다.
촬영이 끝난 지 보름, 그는 조금씩 타환을 보내는 중이었다. '기황후' 이후 쏟아지는 칭찬이 감사하면서도 부끄럽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SBS 드라마 '무사 백동수'(2011) 이후 "당분간 사극은 하지 말자"고 결심한 그였다. '기황후' 시놉시스를 읽고 타환이란 캐릭터에 매료됐다. 드라마 초반 불거진 각종 논란이 걱정되기도 했다. 그는 "역사 왜곡에 대해 공인으로서 책임을 묻는다면 할말이 없다. 죄송하다"면서도 "한편으론 드라마에 집중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KBS 1TV 드라마 '웃어라 동해'(2010)로 주목을 받은 그는 이후 꾸준한 활동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기황후'로 깊은 인상을 남겼고, 그는 재발견됐다. 동시에 그가 극복해야 할 산이 됐다. 때 이른 걱정이었다. 그는 '웃어라 동해'를 예로 들었다. 한동안 본명이 아닌 '동해'라는 극 중 이름으로 불렸던 사연을 털어놨다.
"한동안 시청자들에게 동해로 불렸어요. '지동해'로 개명해볼까 심각하게 고민할 만큼, 당황스러웠어요. 지금은 좀 달라요. 시청자 분들의 기억을 인위적으로 바꿀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이젠 타환으로 기억되겠지만, 그 또한 자연스럽게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다음 작품을 즐겁게 임하는 것이 제 본분 같아요."
그는 타환을 "외로운 남자"라고 표현했다. 사랑을 받을 줄도, 사랑할 줄도 몰라 기승냥에 대한 사랑 표현 방식이 올바른지, 그른지도 구분하지 못한다고 했다. "요즘 시대에 타환처럼 행동하면 경찰서에 잡혀갈 것"이라고 재치 있는 말을 덧붙였다. 연애 경험이 적지 않다는 그 또한 이해 못할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물의 대사와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과거에 경험했던 감정들을 떠올렸다.
지난 8개월 동안 그는 타환에 빠져 살았다. 내관 골타(조재윤)는 기승냥만큼 타환에게 소중한 존재였다. 드라마 말미엔 그가 타환을 위협하던 매박수령이었음이 드러난다. 그는 촬영 전 골타의 배신이 전개된다는 사실을 알고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이유 없이 눈물이 나더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그가 타환에 몰입했다는 증거였다.
타환이 실어증이 걸렸을 땐 그 또한 촬영장에서 말이 없었다. "그러다 정신병에 걸린다"는 선배의 충고를 듣기도 했다. 짙어지는 병세를 표현하고자 3주 동안 1일 1식 다이어트를 했다. 스스로 극한의 상태로 몰아갔다. "누군가는 미련하다고 할 수 있다"는 그는 "이성적으로 연기하려고 노력하는데 어쩔 수 없이 심리적인 상태가 반영된다. 사람 감정이란 게 마음대로 조절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터뷰②로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