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배우들은 남겼다. 원의 황제 타환 역을 맡은 배우 지창욱은 최대 수혜자였다. 유약한 사내가 진정한 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나 집착으로 변해간 기승냥(하지원)과의 로맨스 등 다채로운 매력을 십분 드러냈다.
상대역 하지원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그는 대뜸 하지원과의 첫 촬영이 불편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서로 낯을 가리는 성격 탓이었다. 단국대학교 선후배 사이란 말을 꺼냈지만 "아 그래요"라는 짧은 답만 돌아왔다. 그만큼 어색한 두 사람이었지만 회를 거듭하며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이젠 하지원을 누나라고 부르며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한다고."하지원 누나는 굉장히 밝아요. 이상할 정도로 밝아요. 5일 밤을 새고도 웃어요. 상대방과 스태프들이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게 배려해 주는 거예요. 연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지원 누나는 함께하면 즐거운 배우예요. 누나를 포함해 조재윤 이원종 전국환 선배님 등 좋은 분들과 즐겁게 촬영할 때, '기황후'를 하길 참 잘했단 생각이 들었어요. 전국환 선배님이 드라마가 끝난 후 '날 아버지 불러라'라고 말씀해줬어요."
1987년 생인 그는 슬슬 군 입대를 고민할 시기다. "의외로 스트레스 받지 않을 것 같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20대 배우에게서 찾기 힘든 여유가 느껴졌다. 원래 성격이 느긋하냐고 물으니 "상당히 급했다"고 답했다. 한때는 하루 빨리 스타가 되야 한다는 마음이 강해 조급했다고 했다.
"예전엔 스스로 압박하고 재촉했어요. 작품을 계속 하면서 그런 마음을 내려놓게 됐어요. 배우로서 한 작품 한 작품 안에서 연기하는 게 즐겁다는 걸 깨닫고 나서부터예요. 스타가 돼야겠다거나 금전적인 욕심은 없어요. 그러다 보니 주변을 돌아보게 됐어요. 물론 연기 욕심은 있어요. 드라마 영화 공연 등 다양하게 많이 하고 싶어요."
차근차근 조리 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지창욱. 롤모델을 고르는 데도 신중한 그였다. 천천히, 하지만 뜨겁게 타오르는 그의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윤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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