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중 그가 맡은 다미는 신선한 인물이었다. 기존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여성들은 지나치게 착하거나 지나치게 표독했다. 다미는 적극적으로 선재(유아인)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지만, 그의 위험한 사랑을 이해할 줄도 알았다. 때론 '오지랖이 넓다'는 이유로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았지만, 다미의 '의리 있는 순정'에 시청자들은 어느새 그의 편이 됐다.
미용실 견습생인 그는 한때 불량학생이었다. 어느 날 동급생들을 괴롭히던 그는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선재와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다미가 사랑에 빠진 순간이자, 착실해진 이유였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성격의 그는 무례한 손님을 위협해 화장실로 끌고가 폭행하기도 한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다미는 혜원(김희애)과 선재의 관계에 긴장감을 부여했다.밝은 캐릭터를 처음 만났다는 경수진은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털털하고 솔직한 성격, 장난끼 많은 짓궂은 면모, 베이킹과 뜨개질 등을 좋아할 만큼 야무진 손재주 등 그와 다미는 공통점이 많았다. '은희' 출연 당시 출연진이 돌아가며 눈병에 걸렸던 일을 화제로 꺼내자 "제가 처음이 아니란 말씀은 꼭 드리고 싶다"고 귀엽게 '욱'하는 모습이나 안타까운 짝사랑의 기억 등 그와 다미는 닮아 있었다. 안판석PD는 경수진의 실제 모습에서 다미를 발견했고, 작품을 통해 끄집어낸 셈이다.
경수진과 다미 사이엔 다른 점도 있었다. 실제 경수진은 학창시절 학생회장이었던 것. "불량학생 연기가 너무 자연스러웠다"는 기자의 말에 경수진은 웃음을 터트렸다. 같이 호흡을 맞추는 최태환도 똑 같은 이야기를 했단다. 그는 "'일진' 잡는 학생회장이었다. 오히려 선도에 나섰다. 선생님들이 좋아하는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선재의 진심을 깨닫는 장면을 꼽았다. 13회에서 선재는 혜원을 찾아간 다미를 다그친다. 이에 다미는 "그 아줌마가 다 버리고 너에게 오면 그땐 믿겠다"고 말한다. 먼 곳을 보며 눈물을 참는 다미는 마음 속에서 그를 떠나 보내는 순간까지도 '선재 바라기'였다. 고민이 많았던 신이란다. 경수진은 선재와 혜원의 사랑에 당위성을 설명하며 그 역시 두 사람의 사랑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자신 역시 다미와 똑 같은 상황이라면 선재를 응원했을 것이라고.
"결말이요? 미리 알려드리면 '멘붕'(멘탈붕괴, 혼란스러운 감정의 상태)이 올 거예요. (웃음) 드라마 이후에도 다미는 자신의 일에 충실하며 정직하게 살아갈 것 같아요. 혜원을 통해 그렇지 않은 세계를 이미 경험했으니까요."
다미가 '선재바라기'였다면, 경수진은 '희애바라기'였다. 그는 시종일관 김희애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같이 연기한 것만으로도 좋았다"는 그는 "롱테이크에서도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치는 김희애를 보며 '대박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고 말했다. 생각만큼 가까워지지 못해 아쉽다고 못내 속상해했다.
이미 '밀회' 촬영을 끝낸 경수진은 본격적인 차기작 검토에 들어간다. 쉼 없이 달려온 그지만 쉬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인터뷰 중에도 검토 중인 시나리오를 손에 쥐고 있던 그다. 시나리오 곳곳의 밑줄과 메모에서 그의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밀회' 이후 제안 주시는 작품과 캐릭터가 다양해졌어요. 심지어 예능프로그램도 있어요. 밝은 모습을 봐주셔서 뿌듯해요. 시청자들에게 욕먹기도 성공했고요. (웃음) 캐릭터가 욕을 먹은 거고, 배우로선 칭찬이라고 생각해 기뻐요. 앞으로도 계속 밝은 면을 많이 보여드렸으면 좋겠어요. 액션도, 사극도, 로맨틱 코미디도 다 해보고 싶어요. 밝은 역이 제 옷인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