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세월호에 수백명 탄 사실 알았지만 구조 못해
‘세월호 진입’ 수차례 지시했지만 해경 "못 들어간다"

김춘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8일 해경 지휘부가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 처음 도착한 해경 경비정에 선내 진입을 수차례 지시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사진=서울경제DB)
해경 지휘부가 세월호 침몰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해경 경비정에 선내 진입을 수차례 지시했지만 출동한 해경들은 진입이 어렵단 말만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김춘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해경에서 받은 녹취록을 18일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해당 녹취록은 해경 경비함 123정(100t급)과 목포해경·서해지방해양경찰청 간 '주파수공용통신(TRS)' 기록이다.

123정은 16일 오전 9시30분께 침몰 지점에 도착했다. 경비정을 탄 해양경찰팀은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선장과 선원 등을 가장 먼저 구조했다. 상황실에서 현장 상황을 보고해 달라고 요구하자 123정은 "현재 123정의 선수를 여객선에 접안해 밖에 나온 승객을 한 명씩 한 명씩 구조하고 있다"고 보고한다.

오전 9시48분께 해경 지휘부가 처음으로 "000 1번님(해경청장)하고 000 1번님(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지시사항임. 123 직원들이 안전장구 갖추고 여객선 올라가 가지고 승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안정시키기 바람"이라며 선체 진입을 지시했다.

그러나 123정은 진입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현재 여객선이 좌현 현측이 완전히 침수했습니다. 약 60도 이상 OOOO 가지고 현재 좌현쪽으로는 사람들이 나올 수 없는 상태입니다. 현재 구조방법은 항공을 이용해 우현 상부 쪽에서 구조해야 될 것 같습니다."

지휘부는 상황이 심각해지자 “그 근처에 어선들도 많고 하니까 배에서 뛰어내리라고 고함치거나 마이크로 뛰어내리라고 하면 안 되나, 반대방향으로…" "정장, 그러면 다시 한 번 침착하게 방송해서 반대 방향 쪽으로 뛰어내리게끔 유도해 봐. 지금 그 안에 갇힌 사람들이 웅숭웅숭하는 상황에서 제일 먼저 한 사람만 밖으로 빠져나오면 다 줄줄이 따라나오니까. 방송해서 방송 내용이 안에까지 전파될 수 있도록 한번 해보라"라며 승객들을 바다에 뛰어들게 하라고 지시했다.

현장의 해경이 “현재 좌현 현측이 완전히 침수돼 좌현 쪽으로 뛰어내릴 수 없다. 그리고 완전 눕힌 상태라서 항공에 의한 구조가 가능할 것 같다”며 항공 구조를 요구하자 지휘부는 "항공구조는 당연히 하는데 정장이 판단해가지고 우현 쪽으로 난간 잡고 올라가서 (승객들에게) 뛰어내리게 해서 바다에서 구조할 수 있는 방법을 빨리 검토해"라며 재차 선체 진입을 지시했다.

지휘부는 “당황하지 말고 우리 직원도 올라가서 하고 그렇게 안 하면 마이크를 이용해 최대한 안전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기 바란다"며 선체 진입이 불가능하다면 마이크를 이용해 대피 방송을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렇게 교신이 오갔지만 123정은 선체 진입에 실패했다.

123정이 세월호 안에 수백명의 학생이 탑승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지휘부가 "현재 여객선에 경찰관 몇 명 들어가 있는가?"라고 묻자 123정은 "(세월호 기울기가) 약 80도 정도이기 때문에 경찰 다 나왔다. 현재 90도다"라고 답했다. 지휘부가 "그러면 지금 선박에는 여객선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거지?"라고 묻자 123정 해경은 "현재 확인은 안 되나 승무원 말 들어보니까 학생들이 한 200~300명이 탔다는데 많은 학생들이 못나온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답했다.

지휘부가 "그럼 많은 학생들이 선박 내에 있다는 것이 정확한지"라고 묻자 123정은 "정확함. 현재 선박 내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123정은 "다 물속에 잠겨서 현재로서는 구조가 불가능"이라며 구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시인했다. 이 대화가 오간 때가 오전 10시 47~49분이었다.

교신 내용을 보면 세월호의 경사로 인해 해경의 선내 진입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다. 그러나 123정이 선장과 선원을 구할 때 세월호 객실 3~5층이 물에 잠기기 전이었다는 점에서 해경이 세월호에 진입해 승객들의 퇴선을 유도했다면 상당수 승객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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