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건축물 '문화행성 상상마당' 탄생
나비모양의 지상 7층짜리 독특한 공연·전시 공간 개관
록밴드 릴레이 콘서트·단편영화제 등 다채로운 행사
콘크리트와 유리의 조화가 이색적인 나비모양을 한 독특한 건축물에 누구나 한번 쯤 ‘무엇에 쓸 건물인고?’ 궁금증을 품어 온 것이 사실이다. 주변의 분위기로 미뤄 십중팔구 요란한 먹자판 건물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신개념의 문화공간이란다. 한마디로 공연과 영화 그리고 전시문화를 동시에 수용한 문화놀이터가 탄생했다.
빛을 잃어가던 젊은 문화의 거리 서울 홍익대 앞에 한줄기 서광이 비치는 것 같은 반가운 일이다.
이름은 ‘문화행성 상상마당’. 예술인들에게는 창작활동을 지원을 하고 대중에겐 넓은 예술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KT&G가 개설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은 지금 유병렬(전 윤도현밴드 멤버), 김노암(휴 대표), 이동민(이오공감 대표), 곽용수(인디스토리 대표), 김조광수(청년필름 대표) 등 각 장르별 전문가를 영입해 대대적인 개관 기념 축제를 펼치고 있다. 젊은 문화예술인들의 주도하에 새로운 문화를 선도하는 리더로 한껏 주목을 받고 있는 그곳에 다녀왔다.
지난 7일 오후 홍대 앞. 주변은 온통 주점과 카페, 노래방, 음식점 천지인지라 지하 4층, 지상 7층 규모로 단연 돋보이는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내부로 들어서자 ‘아트 스퀘어’라 불리는 모던하고 깔끔한 분위기의 로비가 흥미롭다.
2층으로 올라가니 현대 미술의 방향과 미학을 모색하는 갤러리가 3층엔 다양한 작가들의 예술적 감성을 소개하고 유통하는 아트마켓이 마련되어 있다.
4층엔 예술가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공간인 아카데미가 5층엔 비주얼 이미지 제작을 위한 각종 스튜디오가 6층엔 휴식공간인 카페가 층층마다 색깔을 달리해 자리 잡고 있다. 지하엔 독립영화 전용관과 음악·무용·연극 등 복합장르의 공연을 위한 아담하고 모던한 공연장이 마련되어 있다.
개관 행사 중 가장 관심이 가는 프로그램은 ‘The Band-밴드의 세계로’라는 부제로 3주 동안 펼쳐지는 릴레이 콘서트다.
1977년부터 2003년까지의 오울드& 뉴 록밴드 뮤지션의 조인트 형식의 공연 타이틀은 ‘전설과 전설이 되고픈 자’. 음악의 전설로 불리는 선배 아티스트와 전설을 꿈꾸는 홍대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디밴드의 만남이다.
최성지 공연팀장은 “이번 무대를 통해 선후배 록 뮤지션들은 한국 록의 영광을 기억하고 암울한 현재를 넘어 미래로 향하는 희망의 밑그림을 그려볼 각오”라며 “앞으로 자체 기획공연은 물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대관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 무대는 지난 7일 오후 8시 지하2층 라이브 홀에서 200여명의 열띤 관객의 호응 속에 진행된 인디밴드 ‘내 귀에 도청장치’와 산울림의 리더 김창완의 릴레이 공연이다.
두 팀은 젊음과 노련함이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로 무대를 이끌었다. 좌석 없는 스탠딩으로 진행된 이날 공연에서 관객들은 시종 모두 열광적 분위기로 세대를 뛰어넘는 음악을 수용했다.
특히 산울림 김창완의 무대 땐 100여명의 팬클럽 아줌마부대가 어린 자녀들을 동반하고 입장해 야광 등을 흔들며 젊은 층을 능가하는 뜨거운 반응으로 첫 개관행사를 후끈 달궜다. 이날 김창완은 이례적으로 무려 14곡을 소화했다.
조인트 공연의 2탄인 ‘기타를 들고 태어난 사람들’ 무대도 눈길을 끈다. 우선 14일 펑키 록그룹 사랑과 평화의 최이철과 속주의 달인 한상원이 모처럼 함께 빚어낼 무대엔 음악 팬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이철이 누구인가? 70~80년대 대중의 무한 사랑을 받았던 밴드 ‘사랑과 평화’의 리더로 ‘한동안 뜸했었지’, ‘장미’ 등을 히트시키며 한국 대중음악계에 화려한 펑크 음악을 주입시킨 주인공이다.
호원대 실용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인 한상원은 선배 최이철의 연주에 영향 받아 미국 버클리 음대 유학을 거쳐 현재 한국 최고의 펑크 전문가로 속주의 달인으로 평가받는 기타리스트다.
록그룹 시나위의 리더 신대철과 타미 김의 무대도 관심꺼리. 그루브 올스타즈+커먼 그라운드(21일), 소울그룹 윈디시티(22일)의 공연은 ‘놀아볼까?’라는 타이틀처럼 솔과 펑키 재즈의 리듬을 선사할 예정이다.
영화 전용관에선 19일까지 개관을 기념해 ‘대단한 단편영화제’가 진행 중이다. 90년대 이후 국내 단편영화들을 아우르는 ‘국내 단편 걸작선’, 2006 ·2007 클레르몽페랑 우수작 모음전이 마련되어있다.
‘국내 단편 걸작선’에는 박찬욱·김태용·정지우·장준환 등 스타 감독과 신인 감독의 단편이 상영되고 장준환, 문소리 등 영화인들과 관객의 대화 시간도 마련돼 있다. 인디밴드가 주제로 한 영화도 심야에 마련되어 있다.
갤러리에서는 10월28일까지 ‘뽈랄라 대행진’의 저자 현태준의 개인전이 전시중이다. 한국적인 삶을 장난감과 만화 등 기발한 상상력으로 익살스럽게 담아낸 볼거리다.
또 아트마켓에서는 ‘비주류 비주얼’이라는 타이틀로 일러스트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오픈 스튜디오'행사도 있다. 11일부터 23일까지 총 12일(월요일 제외)에 걸쳐 각각 160명을 대상으로 사진전용 스튜디오를 마련해 촬영은 물론, 현상과 인화, 편집 등 예비 사진가 대상으로 한 암실 실습과 스튜디오 촬영 강좌가 이어지고 있다.
구경을 마치고 나니 저녁 10시. 주변은 상상마당에서 비쳐대는 화려한 빛줄기로 대낮같은 분위기다. 침체일로를 걷던 홍대권 대중문화와 상권에도 모처럼 가뭄에 단비를 내려주는 것 같아 우선 반갑다.
앞으로 전문작가들은 물론 비주류를 포함한 아마추어 작가들에게도 문을 열어 젊은 문화예술인들이 직접 꾸며가는 공간이 되겠다고 하니 적어도 시작만 요란한 여타 문화공간과 다른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문화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바로 주류와 비주류 문화의 공존이다. 우리 대중문화는 소위 돈 되는 주류 문화로의 편중이 극심하다.
그 결과물인 획일화된 대중문화는 진정성이 사라졌고 속물성이 판치는 일그러진 모습이 되었다. 다양한 장르의 오버, 언더 문화가 고루 공존해야 내용이 알 찬 문화강국을 기대할 수 있다. 상상마당이 초심을 잃지 말고 발표 기회를 찾지 못한 많은 신진 작가들에게 새로운 문화의 장을 제공하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 젊은이들이 만드는 지역문화와 어울려 새로운 대중문화를 확대재생산하려는 개관 정신이 꽃을 피워 한국의 명소로 거듭나길 간절하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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