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칩 공급부족 지속…TSMC·DB하이텍 등 주문가 인상
완성차 업체는 원가부담↑, 파운드리 기업은 증설 분위기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전세계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계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업계는 가격을 인상하거나 증설을 통해 늘어난 칩 수요에 대응하려는 분위기다.
12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대만 TSMC의 자동차용 칩 제조 자회사인 뱅가드인터내셔널 세미컨덕터(VIS)는 이와 관련해 최대 15% 가격 인상을 최근 고려하고 있다.
국내 파운드리 기업인 DB하이텍도 밀려드는 주문에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DB하이텍이 증설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매그나칩반도체의 파운드리 사업부가 분사해 출범한 기업 키파운드리의 경우 8인치 생산라인 증설을 결정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도 8인치 생산라인과 관련해 증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대만의 UMC 등은 NXP, 르네사스 등 차량용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가격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의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 UMC 등의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에 대한 일정은 이미 올해 말까지 찬 상태다.
전세계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은 8인치에서 특히 심각한 것으로 파악된다. 차량용 칩 생산에는 주로 8인치 웨이퍼가 사용된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 라인들은 이미 수익성이 높은 12인치로 상당 부분 교체가 이뤄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급불균형으로 인해 차량용 반도체의 가격은 앞으로 더 오를 전망"이라며 "이는 완성차 업체들의 제조원가 상승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차량용 칩 뿐 아니라 5G 통신 관련 칩, 고성능컴퓨팅(HPC)용 칩 등의 주문이 몰려 올해 파운드리 업계가 최대 호황을 누릴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5G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6억원 규모를 보일 전망이다. 5G 통신 보급의 가속화와 함께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HPC 수요 또한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파운드리 투톱간의 경쟁 또한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1위인 TSMC는 올해 시설투자(캐펙스)가 250억∼280억달러(약27조∼3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측한 추정치인 190억∼200억달러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호황을 맞아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시설을 확충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TSMC를 추격하는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증설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삼성전자의 비메모리반도체 사업에 대한 시설투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12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