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해외자산 리츠 상장 성공…부동산 부문 큰 성과
IFC 불발 둘러싼 법적 분쟁·실적 하락 해결 등 천근무게

최창훈 미래에셋자산운용 공동대표이사 부회장(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최창훈 미래에셋자산운용 공동대표이사 부회장(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데일리한국 김병탁 기자] 금리 상승과 경기 불안으로 국내 자산운용시장도 한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하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TDF(타깃데이트펀드) 시스템 선제적 도입과 차별화된 상품 전략으로 험난한 파고를 찰 헤쳐 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각자대표로 선임된 최창훈 부회장의 경우 부동산 전문가로서 해외자산 리츠 상장 성공과 함께 다양한 부동산 펀드 상품을 내놓으면서 위기를 타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서울 여의도 IFC 인수 불발에 따른 법적 문제를 풀 해법 마련과 줄어든 실적 회복을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남은 임기 동안 최 부회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 때다.

◇ 국내 첫 해외자산 리츠 상장 성공

최창훈 부회장은 부동산 부문 대표시절부터 해외자산 리츠를 준비해왔다. 그 결과 2021년 12월 해외자산 리츠인 '미래에셋글로벌리츠'를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국내 최초로 해외 물류센터만을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상장리츠다. 미국 휴스턴의 아마존 물류센터와 탬파 및 인디애나폴리스의 페덱스 물류센터를 기초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상장 당시 시장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그해 11월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019.5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반 공모 청약에서도 753.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청약증거금도 11조3160억원이 몰렸다.

이에 앞서 지난 2020년에도 국내 부동산 자산을 상품화한 ‘미래에셋맵스제1호리츠’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데 성공했다.

미래에셋맵스제1호리츠는 경기도 광교 신도시 내 핵심지역에 위치한 광교센트럴푸르지오시티 상업시설에 투자하는 리츠다. 우량 신용등급을 보유한 임차인인 GS리테일로부터 고정 임대료를 지급받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경기변동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했다.

이 역시 최 부회장이 부동산 부문 대표 시절 이룬 성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부회장은 리츠 상품뿐 아니라 다양한 부동산 관련 펀드 상품 출시에도 관여해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020년 10월 미국 중부와 남부의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공모펀드16호'를 내놨다. 투자 대상인 물류센터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임대면적 전체를 사용하는 미국 인디애나,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 소재 물류센터 등 3곳이다.

2016년에도 국내 최초로 미국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공모펀드'를 내놓았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프라임 오피스 빌딩 4개 동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7.5년이라는 긴 투자기간에도 불구하고 총 3000억원의 펀드 완판을 이끌어냈다.

◇ 퇴직연금 시장 시장점유율 1위 수성

지난 7월 첫 도입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시행으로 치열해진 TDF 시장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위 수성에 성공했다.

제로인 펀드닥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월말 운용펀드 순자산 기준 전체 TDF 시장은 10조6885억원 규모다. 이중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DF가 4조7890억원으로 시장점유율 1위(약 45%)를 차지했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DC형‧IRP형)가 특별한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으면 금융사가 사전에 정해둔 기본값에 따라 연금이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간 퇴직연금 가입자의 명령 없으면 포트폴리오 조정 등이 힘들어 보수적으로 운용해온 탓에 퇴직연금 수익률은 1~2%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올리고자 이러한 제도를 도입했다.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퇴직연금 시장을 둘러싼 운용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38개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165개 디폴트옵션 상품을 승인받았다.

그 가운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었던 데는 선제적 대응이 주효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제도 도입 전부터 한국인 맞춤형 '글라이드패스(Glide path)'를 만들었다. 글라이드패스란 투자자 연령대에 맞춰 주식과 채권 등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일종의 설계도면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DF 도입 초기부터 외국운용사에 위탁하는 형태가 아닌 그룹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직접 TDF를 운용하며 노하우를 쌓아 왔다.

최 부회장은 오랜 기간 미래에셋운용이 준비해온 상품 및 시스템 개발이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TDF펀드 시장에서 1위를 수성할 수 있게 됐다.

◇ IFC 인수 불발 따른 법적 문제 등 숙제 ‘산적’

지난 1년 여간 최 부회장이 쌓은 성과만큼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대표적으로 여의도 IFC 인수 불발에 따른 법적 문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5월 IFC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미래에셋운용이 캐나다 브룩필드자산운용에 제시한 매수 가격은 4조1000억원대로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다.

당시 이행보증금 납부펀드에 미래에셋증권 1500억원, 미래에셋캐피탈 350억원, 미래에셋자산용이 150억원 등 2000억원을 계약금으로 출자했다. 미래에셋그룹은 나머지 금액은 인수금융으로 2조원을, 지분투자와 주주대출로 2조원 이상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미래에셋 지분투자를 위해 세운 ‘미래에셋이즈리츠’에 대한 영업인가를 불허하며 사달이 났다. 부동산PF 등 유동성 위기가 커진 시점에 부채비율이 높고, 3년간 배당이 없는 고위험 상품을 인가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이로 인해 자금 조달 차질이 발생하자, 지난 9월 미래에셋그룹은 IFC 인수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그룹은 2000억원 규모의 이행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한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SIAC)에 중재를 신청했다.

중재 기간은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계약금이 큰 만큼 회사에 미칠 영향도 클 것으로 파악된다.

이뿐 아니라 주식시장 침체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실적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올해 3분기까지 거둔 영업이익은 10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8% 줄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36.8% 감소된 2384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상장한 리츠와 운용 중인 부동산ETF, 부동산 펀드 등 상품의 수익률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실적 회복 및 법적 문제 해결을 위한 최 부회장의 갖은 노력이 필요할 때다. 이로 인한 성과가 최 부회장의 연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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