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로 펫 보험 활성화 추진
보험사도 자회사 설립 등 진출 확대
수의사법 개정 등 걸림돌 처리 관건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반려동물 800만 가구 시대에도 반려동물보험(펫 보험)에 대한 관심이 늘지 않자 정부가 활성화를 위해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인프라·규제 개선 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다양한 펫 보험이 출시될 전망이다. '새 먹거리'를 찾고 있는 보험사들 역시 펫 보험 자회사 설립을 논의하는 등 펫 보험과 관련된 포트폴리오 확장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모두 펫 보험 살리기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수의사법' 개정 등 각종 걸림돌을 처리되어야 펫 보험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수년째 수의업계에서 해당 법안 통과에 반발하면서 '제2의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한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6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 '반려동물보험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선안을 통해 금융위는 800만 반려동물의 등록제 의무화와 증빙서류 의무화를 추진하고 진료 항목 표준화를 시작으로 수의업계와 보험업계의 협업을 통해 반려동물보험 인프라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또 그동안 축적된 반려동물보험 통계를 활용해 맞춤형 상품개발에 나서고 펫 보험 전문보험사의 진입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양육비와 치료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비자들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반려동물 양육 및 진료비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수단으로 펫 보험이 있지만 아직 가입률이 1% 내외에 머물면서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동물 의료 관련 인프라 구축 △진료비 증빙서류 발급 의무화 △등록·가입부터 보험금 청구까지 '원스톱' 시스템 구축 △맞춤형 상품 개발 △반려동물 전문보험사 진입 허용 등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신상훈 금융위 보험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처럼 동일하게 할 수는 없고 진료내역 등 발급 의무화도 협력하는 보험사와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추진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 성장 잠재력 풍부한 펫 보험 진출 초읽기
보험사들 역시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펫 보험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펫 보험 전문 자회사 설립, 상품 확대 등 다양한 진출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 펫 보험 계약건수는 2018년 말 7005건에서 2022년 말 7만1896건으로 5년 사이 10배 성장했지만 가입률은 아직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성장잠재력이 크다는 의미다.
전문가들도 펫 보험 전문보험회사가 등장하면 시장은 지금보다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려동물별 맞춤형 보험 출시로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돼 가입 수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에서다.
이에 삼성화재는 현재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삼성생명과 지분투자 방식으로 펫 보험 자회사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B손해보험 역시 펫 보험 자회사를 설립하기로 내부적으로 확정하고 투자 방식과 출범 시기 등을 조율하는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펫 보험 자회사를 설립하면 전문적인 상품 라인업을 확충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등 영업 부문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보험사들은 진료·수술과 더불어 고액의 검사·예방비 등을 보장하는 종합 펫 보험, 수술비만 보장하는 저렴한 상품 등을 계획하고 있으며 고령견도 가입이 가능한 상품, 견종별 유전적인 특성을 고려한 상품 등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활성화 위해선 수의업계 반발 극복해야
펫 보험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업계가 나섰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특히 소비자가 보험금 청구 등을 목적으로 동물병원에 요청 시 진료내역과 진료비 증빙서류 발급 등을 의무화하는 '수의사법' 개정을 두고 수의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보니 '제2의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사태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수의사법 관련 개정안 5건은 국회 농해수위에 계류 중이다.
수의업계가 인프라 개선이라는 취지에도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를 거부하는 이유는 진료수가 통제와 동물약품 오·남용 우려에서다. 진료내역 및 진료비 등이 보험사로 전달될 경우 진료수가 통제 등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수의업계 관계자는 "동물약품은 80% 이상이 수의사 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어 기존에 발급된 진료부를 통해 소비자들이 직접 진료하면 오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의무보험이 아닌 펫 보험의 활성화를 위해 보험업계와 수의업계 등 이해관계자간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데 우선할 방침이다. 보험·수의업계 간 진료·지급 기준 협의와 통계 공유, 청구 간소화 등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신 과장도 "이번 반려동물보험 제도개선 방안은 펫 보험 활성화의 시작이고 아직 논의할 부분이 많다"며 "보험사와 수의업계의 원활한 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