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영문 인턴기자] 영풍제지가 거래 정지되자 뒤늦게 증거금률을 100%로 조정했던 키움증권이 5000억 미수금 발생을 공시한 직후 에코프로, 한미반도체 등 15개 종목의 미수거래를 중단했다. 키움증권 측은 영풍제지 사태 직후 내부적인 기준을 재점검했고 이를 바탕으로 이번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미수거래 중단 조치는 다른 종목까지 확대될 방침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23일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POSCO홀딩스, 포스코DX, 한미반도체, 신성에스티 등 코스피·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을 포함한 총 15개 종목을 증거금 100% 종목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해당 종목들은 신용융자와 담보대출이 불가능해졌다.

키움증권 측은 이번 조치가 최근 불거진 영풍제지 논란과 관련 있다고 밝혔다. 20일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관련 5000억원 규모의 미수금 발생을 공시했다. 타 증권사들은 올 초부터 7월까지 영풍제지의 증거금률을 100%로 올린 반면 키움증권은 19일 영풍제지가 거래정지될 때까지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했다. 이에 따라 관련 투자자들의 미수거래가 키움증권에 몰렸고 큰 미수금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키움증권 측은 "내부적인 기준에 의해 증거금률을 유지했다"며 "영풍제지에 대해 쭉 모니터링 해왔으며 투자경고종목이 아닌 투자주의종목으로만 지정됐고 이를 참고해 평가해왔다"고 밝혔다.

이번 미수거래 중단 조치도 영풍제지 사태 직후 내부 기준을 재점검한 결과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재무구조, 시가총액, 거래대금, 수익성, 한국거래소의 조치 등을 종합해 증거금률을 산정하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준을 재점검했다"라며 "이번에 선정된 종목 15개도 변경된 기준이 반영된 결과다"라고 말했다.

키움증권의 미수거래 중단 조치는 다른 종목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한 대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에 미수거래가 중단된 종목 중 에코프로, POSCO홀딩스, 한미반도체 등은 시장에서 우량주로 꼽혀 미결제위험에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며 신성에스티의 경우 상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찬가지로 미결제위험과는 거리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향후 키움증권의 미수거래 중단 조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

미수거래 중단 조치가 계속된다면 개인 투자자 및 시장이 받는 충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수거래가 중단되면 투자자들은 만기일까지 차입금을 상환하거나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 최근 '빚투'라고 불리며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가 많은 상황에서 미수거래 중단 조치는 사실상 주식 강제 처분에 가깝다. 해당 주식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 주가가 크게 출렁일 것이다.

또 투자의 진입장벽이 높아져 수요 감소에 대한 시장 위축도 우려된다. 미수 거래로 다량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었던 투자자들의 예산이 줄어 시장 유동성 감소가 예상된다.

실제로 키움증권의 미수거래 중단이 적용된 후 24일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POSCO홀딩스 등 일부 종목이 최근 3개월 최저가를 기록했다. 미수거래 중단에 따른 차입금 상환이나 주식 매도 기한인 26일 이전에 이러한 흐름이 나타난 것은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