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두산퓨얼셀, 국내시장을 트랙레코드 지역으로 활용
유력 수소공급처는 부생수소뿐...’수소경제 속도조절론’ 제기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현대제철의 수소생산설비가 고장나는 바람에 중부지역의 수소 공급이 며칠째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에서 수소 공급의 대부분을 부생수소에 의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 두산퓨얼셀, SK블룸에너지 등이 수소 공급량에 비해 수소차와 연료전지 보급에 앞서 나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7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수소를 소비하는 수소차나 연료전지 보급에 비해 수소 공급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중부지역 수소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산업부는 24일에 이어 26일에도 수소충전소 수급 상황을 점검하겠다는 보도자료를 연이어 내기도 했다.
한국에서 수소 공급은 아직 부생수소 중심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와 같은 경우가 향후 반복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수소경제 종합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수소차는 2018년 893대에 불과했으나 2023년 10월 현재 누적 3만3786대로 급증했다. 5년만에 378% 급증했다. 연료전지의 경우 2021년 기준 발전용의 경우 782MW, 건물·가정용의 경우 12MW가 보급됐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 수소 생산은 부생수소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2021년 부생수소는 131만톤 공급됐으나, 제조방식으로 90만톤이 공급됐다. 부생수소는 공장 가동 중에 발생하는 수소를 말한다. 제조되는 수소로는 추출수소, 수전해수소, 수입수소, 블루수소가 있다.
부생수소는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소를 포집해 사용하면 되지만, 제조수소의 경우 생산에 에너지가 들기 때문에 기술개발을 통한 경제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산업부는 2026년 수소 생산이 상용 수준에 다다른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2019년 9월 발표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상 수소의 목표 가격은 2040년 kg당 3000원이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현대제철의 부생수소 생산설비가 고장 나자 중부지방 수소 공급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문제는 수소 소비가 향후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산업부는 올해 수소발전입찰시장을 개설했는데 당초 계획했던 1300GWh보다 많은 1430GWh를 선정했다. 내년엔 청정수소발전입찰시장을 별도로 개설해 수전해수소나 수입수소, 암모니아 등 저탄소수소와 수소화합물의 사용을 촉진할 계획이다.
석유공사는 석탄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섞는 암모니아 수요가 2027년 150만톤, 2030년 300만톤으로, 남해화학, 롯데그룹, 한화 등 기존 그레이 암모니아 유통기업이 생산하는 양으론 모자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요컨데 수소차에 연료전지, 석탄혼소발전까지 수소를 필요하는 소비원들은 계속 확장되는데, 수소 공급이 더뎌 이번 수소대란이 일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애초 산업부와 현대차는 한국에서 수소경제를 확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부생수소와 수소차 공급을 진행해왔다. 수소차를 차세대 먹거리로 보고 '트랙레코드' 축적을 위해 매진한 경향이 있다. 산업부는 2021년 미래자동차산업과장에 아예 현대차 출신을 앉히기도 했다.
한국의 수소차 보급대수는 3만대를 넘어 섰는데, 2022년 누적기준 미국 1만4958대, 일본 7594대, 독일 1637대에 불과하다는 점이 한국에서 수소차가 갖는 의미를 잘 말해준다. 연료전지도 마찬가지다. 국내에 주로 설치되는 연료전지는 두산퓨얼셀이나 SK블룸에너지가 제조한 제품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한국의 수소경제 속도조절론이 힘을 얻게 될 전망이다.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뿐더러 기술적 성숙을 위해 시간이 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소가격의 경우 2022년 kg당 6000원이었다. 해마다 떨어지는 것이 옳은데 현재 서울 9480원, 인천 9887원, 세종 9900원, 광주 9400원, 부산 10680원, 울산 8500원이다. 수소 수급뿐만 아니라 수소충전 등에서 소비자 편의를 높이는 방안을 보다 고려해야한다는게 수소 소비자들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