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장 기대치 가장 높아...낮은 보급율·보조금 정책 개편
다만 미 대선은 주요 변수...현 기조와 크게 바뀌지 않을 것

지난달 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인베스트 코리아 서밋 2023'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울산 이차전지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인베스트 코리아 서밋 2023'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울산 이차전지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증권사 연구원들은 새해 2차전지 산업 전망에 대해 보급화를 위한 과도기를 겪고 있으며 당장의 수요 회복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미국의 전기차시장 성장률이 가장 높을 것을 예상했는데 IRA법을 비롯한 중국 견제로 인해 국내 기업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2일 산업계와 투자업계에 따르면 고속성장을 이뤄오던 2차전지의 상승세가 지난해하반기 들어 주춤하기 시작했다. 업계는 고금리 지속, 경기 불황, 전기차 주요 시장인 중국과 유럽의 보조금 삭감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전기차 수요가 감소했으며 곧 2차전지 산업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침투율 전망치는 16% 수준인 반면 유럽은 23.3%, 중국은 30.9%에 육박하는 만큼 보급이 많이 돼 보조금이 축소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최대 시장인 중국의 경우 2022년에는 전년 대비 100% 성장했으나 지난해 10월 누적 30% 성장에 그치며 성장률이 둔화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기차 수요 둔화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투자와 생산의 지연 혹은 취소를 발표했다. GM은 당초 계획했던 2년간(2022~2024년) 40만대의 전기차 생산 계획을 폐기하고 미시간주에 건설 예정이었던 전기 픽업트럭 생산 시점도 1년 연기하기로 했다. 폭스바겐은 지난 9월 전기차 생산라인 일부를 중단하더니 실적 발표를 통해 4번째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당분간 미룬다고 발표했다.

업계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캐즘(Chasm)'의 영역에 진입했으며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고 판단했다.

캐즘이란 원래 협곡을 뜻하나 산업용어로는 '첨단·신기술 제품이 초기시장에서 주류시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현상'을 의미하며 이를 넘어서는 제품은 대중화되지만 넘어서지 못하면 일부 얼리어답터의 전유물로 남게 된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침투율 93%를 자랑하는 노르웨이는 2015년 침투율 17%를 기록한 뒤 2016년 일시적인 둔화를 겪고 2017년부터 본격 성장하기 시작했다"며 "글로벌 전기차 수요 역시 노르웨이 사례와 유사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업계는 이 캐즘 구간을 돌파하는 데에 2022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리튬 및 배터리 가격 하락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캐즘 구간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일반 소비자층을 만족시켜야 하는데 가격이 중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배터리 가격 하락으로 인해 전기차 가격이 저렴해지면 일반 소비자층의 진입장벽도 낮아진다.

업계는 새해 글로벌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함) 판매량은 1700만~1800만대 수준으로 지난해 대비 20%대 증가하는데 특히 북미 시장이 60%를 넘는 성장률 기록을 전망했다. 북미를 제외한 주요 지역은 작년 대비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은 올해부터 보조금 지급 방식을 변경하는데 기존에는 전기차 구매 1년 뒤 세액공제 형태로 7500달러를 지급했으나 앞으로는 구매 시 보조금을 받게 된다. 보조금 액수는 변동이 없으나 기존 방식은 원가의 이자를 내야 했지만 변경된 방식은 보조금 액수만큼 이자가 줄기 때문에 사실상 보조금 인상 효과가 있다고 풀이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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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미국 시장 중심의 전기차 수요 증가는 한국 배터리 관련 기업에 수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미국의 전기차 침투율 전망치는 10% 수준으로 중국, 유럽은 물론 글로벌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높은 성장성을 갖췄다"며 "특히 IRA법으로 인해 중국 기업들의 진입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한국 업체들의 점유율 우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11월에 예정된 미국 대통령선거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 IRA를 비롯한 친환경 정책을 강하게 밀고 있으나 공화당 후보, 특히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향후 예정된 친환경 정책을 백지화시킬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월 트럼프는 한 연설에서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한 바 있으며 또 내연기관차 배출가스 허용량을 단계적으로 감소하는 EPA 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나 현재 미국 전역에서 이미 전기차·배터리 공장 투자가 진행 중이며 산업 내 경쟁자인 중국 OEM들의 해외 진출 및 글로벌 시장 점유율 상승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시 전기차 정책에 대한 큰 방향성의 훼손보다는 현실에 맞는 속도 조절 정도가 가능할 것이다"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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