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북미 투자를 강화하며 주도권 방어에 나서고 있다.
7일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3사의 배터리 사용량은 모두 성장세를 보였으나 합산 점유율은 23.3%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포인트(p) 하락했다. 3위 LG에너지솔루션은 13.6%에서 13.9%로 늘었지만 5위 SK온과 7위 삼성SDI은 각각 5.2%, 4.2%를 기록, 전년 동기 7.3%, 4.9%보다 점유율이 줄었다.
국내 3사의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56.0%, 9.0%, 28.8%씩 늘었지만 CATL, BYD 등 중국 경쟁사들의 성장세에 밀려 점유율을 내줬다.
1위 CATL은 전년 동기 대비 59.6% 늘어난 사용량으로 36.3% 점유율을 차지했으며, 2위 BYD는 사용량이 107.8% 급증하며 점유율도 전년 동기 11.8%에서 16.1%로 크게 늘었다.
이밖에 CALB, 궈시안, EVE, 신왕다까지 10위권 내에 자리한 중국 배터리사들의 점유율 총합은 62.7%에 달한다. 10위권 내 유일한 일본 기업인 파나소닉은 점유율 8.0%로 4위다.
중국의 약진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 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내수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한 CATL, BYD 등은 가격 경쟁력 우위에 있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주력으로 완성차 고객사를 늘리며 세를 키우고 있다.
아직 중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서는 일찌감치 해외 공략에 나선 LG에너지솔루션이 선두지만 CATL 등과의 점유율 격차도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3사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같은 진입장벽에 막혀 중국 기업들이 아직 진입하지 못한 미국 등 북미 시장 투자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북미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격전지로 고객사와 수요 확보를 위해 공략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 현지 생산을 통해 미국 IRA 세액공제 등 보조금 정책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주효하다.
국내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북미 현지 생산에 시동을 건 LG에너지솔루션은 현지에 8곳의 생산거점을 가동 또는 건설 중이다. 미국 미시간주에 20GWh 규모 단독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애리조나주에 연산 43GWh 규모의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사 얼티엄셀즈 1·2·3공장은 오하이오주, 테네시주, 미시간주에 각각 45, 50, 50GWh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또 혼다와 오하이오주에, 현대차그룹과는 조지아주에 각각 연산 40GWh, 30GWh 규모의 합작공장을 짓는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사 넥스트스타 에너지를 통해 연산 45GWh 규모의 공장을 세운다. 넥스트스타 에너지는 이날 캐다다 정부로부터는 미국 IRA와 동등한 수준의 보조금 지원을 약속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진행한 시설투자 규모는 약 6조3000억원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시설투자 규모를 50% 이상 늘려 지난해 말 기준 200GWh 수준이던 글로벌 생산능력을 300GWh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투자금 조달을 위해 최근에는 1조원 규모의 첫 회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SK온은 조지아에 각각 9.8GWh, 11.7GWh 생산능력을 갖춘 1·2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포드와의 합작사 블루오벌SK를 통해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총 120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춘 3개의 공장을 건설한다. 조지아주에는 현대차그룹과도 합작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블루오벌SK는 최근 미국 에너지부(DOE)로부터 최대 92억달러 규모의 정책지원자금 차입 조건부 승인을 얻었다.
투자금 조달을 위해 SK온은 모회사 SK이노베이션 출자 2조원, 한국투자PE이스트브릿지컨소시엄 1조2000억원, MBK컨소시엄·SNB캐피탈 1조1000억원, 싱가포르계 재무적투자(FI)자 5100억원, 유로본드 1조2000억원 등을 확보했다.
삼성SDI도 GM과 미국 인디애나주에 약 3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며 스텔란티스와의 합작에 이은 두 번째 합작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GM과 연산 30GWh, 스텔란티스와는 23GWh 규모의 공장을 각각 짓는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최근 53주년 창립기념식 행사에서 “GM 등 고객과의 추가 협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해외 시설투자에 소극적이었던 삼성SDI는 본격적인 생산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올해 1분기 기준 2조8685억원 규모인 현금성자산을 우선 활용할 방침이다. 이후 투자 상황에 따라 은행 차입, 회사채 발행 등의 자금 조달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